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18일 오전 7시(한국시간)부터 브라질 쿠이아바에서 열리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의 대한민국과 러시아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많은 인파가 서울시 강남 영동대로(코엑스) 부근과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집결했다. 이외에도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 등 전국 12개 도시에는 '태극전사'를 응원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서울시 광화문 광장에 집결한 인원은 1만5000여 명(경찰 추산). 광화문 광장을 가운데 두고 양 옆인 KT올레스퀘어와 세종문화회관 계단에도 빽뺵히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앉았다. 17일 밤 11시 경부터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은 스크린 맨 앞에 서서 붉은 함성을 보냈다.

그러나 2002년 이후의 월드컵 응원 열기보다는 한층 차분했다. 세월호 참사와 이른 시간 열린 경기 때문(?)이었다. 어제부터 자리를 잡았다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환희 반, 피곤함 반이 묻어있었다. 서울시 마포구에서 친구 2명과 왔다던 김세진(25세·여)씨는 "밤 샐 각오를 하고 먹거리도 싸들고 왔지만, 정말 피곤하다"고 말했다.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의 경기 휴식시간에는 돗자리에 누워 잠시간의 잠을 청하는 사람도 더러 보였다. 

또 지난밤을 보내면서 먹은 맥주 등으로 취한 응원객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밤새 치킨과 맥주로 허기를 달래며, 경기시간을 기다렸으나 간밤 먹은 술에 취하고 만 것. 서울 시내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라는 박 모씨는 "맥주 3캔 정도를 마셨다. 잠을 못자서 그런지 몸이 무겁다"면서 "배가 고파서 근처에 파는 음식들을 사먹으면서 다시 기운을 낼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광화문 광장 주변에는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줄 만한 음식들을 팔기도 했다. 충무김밥과 샌드위치, 베트남 쌀국수 등으로 아침을 떼우는 이들도 보였다.

전반전 동안은 터질듯 터지지 않는 골(Goal)때문에 광화문 광장 곳곳은 지난 밤 씻지 못한 사람들의 땀냄새와 술냄새와 탄식만이 가득했다.

그래도 후반 22분37초 경 이근호의 첫 골이 터지자 사람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응원을 다시 시작했다. 피곤하다던 말과 다르게 옆자리 사람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응원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광화문 광장의 맨 앞에 위치한 응원객 외에도 앉아서 응원을 하던 사람들도 '껑충껑충' 뛰며 환호했다.

이는 행사를 관리하는 스태프와 안전관리를 하던 경찰들도 마찬가지. 교통혼잡과 안전 관리를 하던 몇몇 의경들도 밝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날 거리 응원전에는 외국인들 외에도 망원렌즈를 장착하고 응원전을 지켜보는 여고생들도 꽤 많았다. 근처가 직장이라 30분 정도 일찍 출근해 응원전을 느끼고 있다는 미국인 제임스(32세)씨 외에도 인도에서 왔다던 외국인 무리도 보였다. 아예 붉은 티셔츠를 갖춰입고 경기를 관람하는 외국인 가족도 있었다.

선제골이 터진 뒤 얼마 지나지 않은 28분 32초 러시아의 동점골이 터지자 사람들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 묻어나왔다. 그러면서도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며 끝까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1-1.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자 사람들은 삼삼오오 자리를 정돈하기 시작했다. 행사 주최 관계자는 "선진 응원 문화를 보여주자"며 "쓰레기봉투를 배포하고 있으니,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멘트가 없이도 밤새 흔적을 자발적으로 치우기 시작했다. KT사옥의 청소를 도맡고 있는 직원들도 삼삼오오 빗자루를 들고 나와 건물 주변을 청소하고 있었다. 

하지만 응원전이 마냥 물 흐른듯 진행된 것은 아니다. 광화문 광장은 시청과 다르게 큰 도로를 왼쪽과 오른쪽에 두고 있어 보행자 사고가 터질 위험이 곳곳에 있었다. 이를 위해 길 곳곳의 보행을 차단해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한편, 대한민국과 러시아 경기는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