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 PAPASUPER DADDY우리가 '골드파파·슈퍼대디'다

그동안 유통가 VIP(Very Important Person)는 ‘엄마’였다. 주요 소비층으로 가족의 물건을 대신 구매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엄마를 잡아야 매출이 오른다’는 말도 있었다. 그 이후 등장한 게 VIB(Very Important Baby). 유아용품 시장은 아이에게 좋은 것을 해주고 싶어 하는 부모들의 심리 덕분에 매년 성장, ‘불황 무풍지대’로 불리고 있다. 유통업계는 지난해 1조5000억원대로 추정되는 국내 유아용품 시장 규모가 올해에는 최소 1조7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어서 VID(Very Important Dad)가 새로운 소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자녀들의 성장에만 투자하던 아빠들이 이제는 나를 위한 삶을 사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 경제력을 갖춘 이들은 자신을 꾸미는 데 돈을 아끼지 않으며, 사고 싶은 아이템이라면 비싼 가격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젊은 아빠들은 아이들을 위한 집안일에 적극적이다. 육아 관련 책을 읽고,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려고 하며, 아이를 데리고 마트나 백화점에 등장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최근에는 요리를 배우는 아빠가 늘었으며, 요리경연대회에 출전하는 젊은 아빠들도 눈에 띈다. 이들을 ‘골드파파, 슈퍼대디’라고 부른다.

소비시장의 새 아이콘 ‘아빠를 주목하라’

골드파파 | 김우석 씨(48세) “수입의 30%는 나를 위해 투자합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패션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는 김우석 씨(48세)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아빠의 모습과는 다르게 세련미가 넘친다. 중년의 멋스러움을 뽐낼 수 있는 이유는 그가 평소 갈고닦은 패션 센스 덕분 아닐까.

슬하에 중학생 딸 하나를 두고 있다는 그는 가족을 위해 가정과 일에 충실하지만, 그만큼 나를 위한 투자와 취미 생활에도 적극적이다. 보통 수입의 20~30% 정도는 자신을 가꾸는 데 투자한다고 말하는 김 씨에게서 이 시대의 ‘골드파파’ 모습이 보인다.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쇼핑을 즐긴다. 주로 캐주얼 정장으로 젊어 보이는 스타일링을 추구하며 시계나 가방, 스카프 등을 이용해 패션에 포인트를 주는 것이 김 씨의 패션 노하우다. 50벌 이상의 정장을 갖고 있다는 그. 특히 시계를 좋아해 고가의 시계라인도 보유하고 있다.

주로 슬림 핏의 패션을 추구하다 보니 몸매 관리에도 소홀할 수가 없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테니스를 치면서 살이 붙지 않게 몸을 만든다. 아울러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피부 마사지를 받아 주름과 미백 관리에도 신경을 쓴다. 최근에는 피부과 시술을 통해 기미와 검버섯을 제거하고 물광 피부로 거듭나고 나니, 주변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사업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아내가 싫어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다시 돌아온 후에는 멋진 아빠이자 남편으로서 가정에 충실하면서, 나를 위한 투자에 적극적인 것이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골드파파가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슈퍼대디 | 권원상 씨(39세) “평소 아이들 간식 담당이라 요리에는 자신 있죠!”

사진: NS홈쇼핑 제공

#지난 5월 2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제7회 우리 축산물 요리경연대회’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아빠들이 도전했다. 주최 측인 NS홈쇼핑에 따르면, 그동안 주부들만 참가했었는데 아빠들의 출전 요청이 쇄도함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5팀이 나오게 됐다.

대회가 시작되자 7살에서 12살까지의 자녀와 함께 나온 아빠들은 능숙한 솜씨로 요리 실력을 뽐냈다. 칼질하는 기술이나 재료를 손질하는 능숙함이 영화 ‘식객’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할 정도. 사실 아빠와 함께 참가한 자녀가 어리다 보니 요리할 수 있는 100분 동안 떼를 쓰기도 했지만, 주부 9단 못지않게 아이들을 다루면서 요리하는 모습에 관계자들 역시 감탄했다는 후문이다.

7살 딸과 함께 출전한 회사원 권원상 씨(39세) 역시 요리를 하면서 딸을 돌보는 것이 쉽지는 않았으나, 자신은 있었다. 슬하에 세 아이를 둔 그는 맞벌이를 하는 와이프를 위해 평소 아이들에게 요리를 자주 해주었으며, 취사병 출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침내, 권 씨는 평소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던 돼지고기를 이용한 ‘멘치카츠’로 이번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 ‘슈퍼대디’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는 “가사분담은 필수라고 생각한다”며 “세 아이를 아내 혼자 돌볼 수 없어서 기저귀와 분유 구매는 직접 담당한다”고 말했다. 특히 인터넷 공동구매로 저렴하게 구입하는 편이라는 그는 “이제는 ‘슈퍼우먼’뿐 아니라 ‘슈퍼대디’의 역할도 중요한 시대”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