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셔츠에 다리 라인이 그대로 드러나는 팬츠를 입었다. 여기에 어울리는 구두를 고르는 데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퇴근 후에는 몸 관리를 위해 피트니스 센터로 향하고, 주말에는 혼자 쇼핑을 하기도 한다. 최근 계절이 바뀌니 피부가 푸석해져 피부과 마사지를 예약했다. 요즘의 ‘골드파파’ 얘기다.

‘슈퍼대디’는 조금 다르다. 지난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아이를 위해 아내 대신 회사에 월차를 내고 학교에 갔었다. 아이가 필요하다는 물건을 직접 사고, 어떻게 하면 회사 일에 충실하면서 육아와 가정을 돌볼 수 있을지 고민하고 행동한다. 이처럼 골드파파와 슈퍼대디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소비 영역 역시 커지고 있다. 아빠들이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골드파파 ‘슬림핏 패션 추구, 외모 관리에 적극 투자’

구태의연한 4050대 가장의 모습에서 벗어나, 좀 더 트렌디하고 젊은 감각으로 자신을 꾸밀 줄 아는 골드파파가 업계의 ‘큰손’으로 급부상했다. 자신을 가꾸는 데 투자할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는 사람이 타 연령대에 비해 많은 만큼, 씀씀이 역시 적극적인 모습에 여성보다도 주목받고 있는 것.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년 대비 남성패션은  9.1%, 잡화는 3.8% 성장세를 보였다. 과거 40~50대 아빠들이 아내가 대신 사다 주는 무난한 스타일의 옷을 입었다면, 골드파파는 프린트 패턴의 셔츠나 색감이 화려한 팬츠까지 다양한 소재와 컬러를 활용한 스타일리시한 아이템을 직접 구매하는 패턴을 보였다. 롯데백화점 남성MD팀 이준혁 CMD는 “자신을 꾸미려는 40~50대 고객들이 증가함에 따라 다양한 남성 상품군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다양한 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는 행사를 적극적으로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1번가에 따르면 올해 1월~5월까지 4050세대 남성의 패션, 잡화, 화장품 구입 비중이 지난해 13%, 올해 14% 성장했다. 관계자는 “기존에는 아내가 남편의 옷을 쇼핑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엔 직접 쇼핑하는 40~50대 골드파파들이 늘었다”며 “구매형태도 단품보다는 상의와 하의 패션을 함께 고려하는 맞춤구매고객의 성향이 높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무난한 색상에서 벗어나, 좀 더 컬러풀하고 트렌디한 제품을 선호한다는 게 관계자의 얘기다.

LF 측에 따르면 주요 구입 연령대가 40대 남성인 마에스트로, 닥스 브랜드에서 과거에는 정장을 구매하는 비중이 70%였다. 그러나 최근 비즈니스 캐주얼을 찾는 고객이 70%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잡화 구입 비중도 꾸준히 늘고 있다. 관계자는 “깔끔한 정장보다는 젊어 보이는 제품을 선호하고 스타일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면서 “예전에는 주머니에 지갑이나 핸드폰을 넣고 다녔다면, 최근에는 옷의 핏을 중요하게 생각해 가방 등의 액세서리 구입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옷을 입을 때 핏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몸매 관리를 위한 투자에도 골드파파가 몰리고 있다. 강남에 있는 한 피트니스 센터의 경우 올해 40대 이상 중장년층 회원 비중이 40%를 넘어섰다.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보다 몸매 관리나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쓰는 회원들을 보면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이들은 경제력까지 갖췄기 때문에 트레이너와 함께 전문적으로 운동하는 골드파파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강남 소재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서도 ‘꽃중년’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골드파파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차앤박 피부과 관계자는 “이제 피부과는 남성에게 어색하지 않은 진료과목이 됐다”면서 “피부치료의 영역도 주름과 색소를 넘어 복합시술과 유지하기 위한 지속시술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슈퍼대디 ‘집안일에 힘쓰고, 자녀의 친구로 양육·교육에 앞장’

저출산 시대를 맞아 출산과 육아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슈퍼대디’ 역시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고객이다. 이들은 장보기, 청소 등 집안 살림에 참여하고 아이들의 양육과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그동안 주부들의 영역이었던 곳에서 점점 입지를 넓히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지난 5월 롯데마트에서는 슈퍼대디 고객을 중심으로 야외형 완구가 큰 인기를 끌었다. 무선으로 조종하는 ‘전동 자동차 완구’는 아빠와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장난감으로 자녀 양육에 과거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아빠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 실제로 롯데마트가 최근 3년간 완구 매출을 살펴본 결과 ‘무선 조종 완구’ 매출은 매년 20%가량 신장하고 있으며, 특히 ‘전동 승용물’의 경우 3년 새 2~3배 이상 크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아빠와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채집도구, 쌍안경, 망원경 등 과학교구 등도 20%가량 매출이 신장했다.

유아용품 시장에서도 30~40대 남성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아빠들을 고려한 유아식과 유아용품들의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 커피믹스처럼 분유를 손쉽게 탈 수 있는 ‘스틱분유’의 경우 올해 5월까지 25.4%가량 매출이 늘었고, 분유계량에 서툰 아빠들을 위해 항상 동일한 농도의 분유를 아이에게 수유할 수 있는 ‘액상분유’는 31.2%가량 매출이 신장했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 참여하는 문화센터 강좌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롯데마트 문화센터에서 아빠가 참여하는 강좌가 처음 개설된 것은 2010년. 당시 200여 개 수준이었던 강좌 수는 불과 3년 만에 480여 개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올해는 600개가량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마트 역시 성수점을 기준으로, 전체 강좌 중에서 30%가 아빠와 함께하는 문화강좌다. 소재도 캠핑요리, 탐험, 마사지 등 다양하다. 아빠와 함께하는 문화강좌는 지난해 동기 대비 40%나 증가했다. 이마트 측은 “자녀 양육과 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가 늘어남에 따라 관련 강좌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아빠들의 아이들 교육을 위한 책 구매도 늘었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가정과 생활, 아동, 유아 관련 서적을 구매하는 3040대 남성 회원 수가 지난 2년간 소폭 상승했다. 가정과 생활 분야에서 2012년 1월~5월 1만3000명이었던 30대 회원 수가 지난해 1만4000여 명으로 증가했다. 아동 카테고리 역시 같은 기간 9000명에서 1만 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는 남성들의 육아 관련 관심도가 증가함에 따라, 관련 서적을 구매하는 비중 역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회사 측은 분석했다.

올해는 자녀의 신학기 준비물을 챙기는 아빠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한 달간 신학기 준비물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30~40대 남성 고객들의 구입량이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의 구입량은 전년 대비 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신학기용품 판매에서 남성의 구매비중 역시 지난해 19%에서 올해 23%로 증가했다.

업계 전문가는 “결혼한 남성들이 자신을 꾸미는 데, 혹은 가정과 육아에 집중하면서 관련 상품에 대한 적극적인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업계 역시 이들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상품과 이벤트 등을 마련해 지속되는 불황을 조금이라도 타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파파의 美] 성형·시술로 활발한 경제활동 영위

100세시대다. 길어진 수명만큼이나 경제활동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골드파파는 미(美)에 대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40대 이상 남성들의 경우, 보톡스를 이용한 주름 치료로 미의 세계에 입문, 최근에는 레저 문화의 확산으로 색소 치료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피부뿐만 아니라 성형으로 동안과 날씬한 몸매를 추구하기도 한다. 이제는 성형외과나 피부과를 찾는 게 어색하지 않다는 골드파파들에게 인기 있는 성형과 피부과 시술을 알아봤다.

*리프팅: 특수 제작된 의료용 실을 이용하여 피부를 당겨주는 방법으로 처지고 주름진 피부를 탄력 있게 올려준다.*상안검과 하안검: 눈꺼풀이 처지면 시야를 가리고 나이가 들어 보인다. 이에 처진 눈꺼풀에는 상안검 수술을, 불룩한 눈 밑은 하안검 수술을 통해 또렷하고 매끈한 눈매로 교정한다.*지방흡입: 많은 중년 남성의 고민이 팔다리는 가늘지만 복부에만 지방이 축적돼 있는 것이다. 배꼽과 같이 보이지 않는 곳을 최소한으로 절개해 지방을 흡입, 흉터에 대한 걱정은 없다.                                                                                -원진성형외과 제공

*밀크필플러스: 시술 시간은 짧지만 즉각적인 피부 광채 효과를 낸다. 시술 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어 사회활동을 바로 이어가야 하는 중년 남성들이 선호한다.*울쎄라: 주름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피부층(SMAS)을 치료하는 신개념 리프팅 시술이다. 시술 즉시의 효과보다 재생 시간이 있어 시술 90일 이후의 효과가 더 높다.*DRT진피재생술 (S-DRT): 여드름흉터 치료 중 가장 진화된 레이저 치료다. 붉은 증상이 없어짐과 동시에 피부 개선 효과를 느낄 수 있다. 한 달 간격으로 3~5회 시술하며 모공, 주름, 여드름흉터, 흉터, 잔주름, 튼살, 피부 탄력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차앤박 피부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