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까지만 해도 바닥을 찍고 상승 무드를 탈 것처럼 보였던 주택시장이 심상치 않다. 2.26 전월세선진화 대책 이후 매매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 여기에 기존 주택시장에 비해 선방한다는 평가를 받던 분양시장도 최근 주춤하며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현재의 주택시장이 일시적 휴식기인지 장기침체의 신호인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을 통해 현 부동산시장을 점검해봤다.

◆패널

김종신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상무이사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정태희 부동산서브 팀장

홍순범 대우건설 주택사업본부 상무

 

올 상반기 주택시장 이슈는 크게 ▲기존주택 침체 ▲분양시장 호조 ▲2.26 전월세대책 발표 등으로 요약된다.

상반기 주택시장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책 발표로 인해 혼란을 겪는 모습을 보였다. 올 초 거래량과 매매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며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정부의 2.26 전월세 선진화방안 발표를 기점으로 세금 부담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에 매수세가 관망세로 돌아선 것. 여기에 기존 주택시장에 비해 ‘잘나가던’ 분양시장에도 최근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의 부동산시장이 침체기가 아닌 바닥권에서 회복세로 가는 단계로, 올 하반기부터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6월 임시국회에서 전월세 임대소득과세 등 부동산 관련 법안 처리에 따라 하반기 주택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세월호 침몰 사고 등으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얼마나 빨리 회복되느냐가 하반기 주택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하며, 도시재생사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반기 주택시장은 ‘2.26 임대차선진화 방안’, ‘신규분양 활황’ 등 많은 이슈가 있었다. 상반기 주택시장을 정리한다면?

▲김종신: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반적인 주택시장 관련 지표가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세로 전환될 조짐을 보였으며,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취득세 영구 인하 등의 정부정책에 힘입어 올해 들어서는 1월부터 3월까지 주택시장의 회복세가 뚜렷한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방침을 밝힌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2.26) 및 보완조치(3.5) 발표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이는 지방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처럼 상반기 주택시장은 정부정책에 따른 기대감과 충격으로 상승과 하락이 반복된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김찬호: 지난해 말에서 올 상반기(4월)까지 주택거래는 꾸준히 증가하고 가격도 소폭 상승했다. 취득세 영구인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규제완화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공유형모기지, 디딤돌대출 등 생애최초주택구입자나 무주택자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면서 전월세 거주자의 내집마련 전환수요가 증가한 것도 큰 요인이다. 하지만 임대차선진화 방안과 후속조치에서 임대소득 과세 방침이 발표되면서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시장이 과거보다 더 정책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올 상반기 주택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주택 침체 vs 분양시장 호조’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지방시장은 최근 몇 년간 호황 국면이 이어지면서 분양시장도 여전히 뜨겁다. 수도권도 미분양이 계속 줄고, 상대적으로 분양시장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와 무주택자의 구매수요가 늘면서 새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전매제한 완화 효과도 큰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분양가가 크게 낮아진 것도 수요를 유인하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태희: 지난해 말 이후 살아나던 기존 주택시장 분위기가 2.26 임대차 선진화 방안으로 가라앉았다. 국토부 발표 거래량과는 별도로 주택 구매 심리는 지난해 말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반면, 분양시장의 경우 기존 주택시장보다는 많은 관심을 받으며 수요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당분간 기존 주택시장보다는 분양시장에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홍순범: 계속되는 전세가 상승, 부동산 완화 정책의 지속 추진, 저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올해 상반기 주택시장은 견고한 회복세를 가시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된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매매가 대비 전세비율이 70% 수준으로 실수요 위주의 매수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지방의 경우 지난해 분양 호황기를 누렸던 경북 라인(대구‧구미‧경산)과 세종시를 비롯한 혁신도시 위주로 주택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얼마 전까지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던 신규 분양시장마저도 최근 주춤한 분위기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김종신: 각종 규제완화에 따른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지속적인 전세난에 따른 실수요층의 매매수요 전환, 기존 주택보다 저렴한 신규 분양주택 공급 등으로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었으나,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주택시장이 다시 침체돼 정부의 임대소득 과세방안이 시장침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김찬호: 임대차선진화 방안이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구매 시기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더욱이 세월호 참사 영향으로 내수경기가 크게 위축되면서 전반적인 소비심리에 영향을 준 부분도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 주요 경제연구소 등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는 등 경제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태희: 지역별, 물량별로 차이가 있다. 이 정도 성적이면 선방하고 있다고 생각되며, 앞으로 분양시장이 움츠러들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홍순범: 그동안 높은 청약률을 보여왔던 대구, 경북, 광주 등의 지방은 여전히 높은 청약률을 보이고 있으나, 수도권 일부에서 청약률이 다소 저조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분양주택 수가 계속 감소하면서 청약률 대비 계약률은 양호한 상태라고 생각된다. 이처럼 청약률이 일부 저조한 원인은 매매시장이 계절적 비수기로 접어든 데다 최근 세월호 침몰 사고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분양업체 측면에서도 공격적인 홍보나 마케팅 활동이 자제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2.26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기점으로 수도권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섰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견해는?

▲김종신: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방침으로 다주택 보유자 및 은퇴생활자가 추가 주택 매입을 기피하면서 주택시장이 냉각되고, 실수요자마저 관망세를 보이며 대기수요로 전환되면서 시장침체를 심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6월 임시국회에서 임대소득 과세방안이 어떻게 결정되고 입법화되는지가 향후 주택시장 상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찬호: 2.26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의 영향은 일시적인 것으로 판단한다. 다주택자의 구매수요를 위축시키는 악재요인이기는 하지만, 전체 시장 기조를 좌우할 만큼 핵심요인은 아니라고 본다. 영향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하반기 대내외 거시경제 여건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주택시장도 좌지우지될 것이다. 세월호 여파는 조금씩 회복되겠지만, 가계부채 문제, 원화강세 등 여전히 부정적 요인이 존재한다. 다만 물가가 안정되고 특별한 악재나 경제적 쇼크가 없다면, 올해 경제성장률 3~4% 실현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하반기 수도권 시장은 회복세로 전환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정태희: 2.26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까지 겹치면서 수도권 기존 주택시장이 다소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다.

홍순범: 2.26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으로 세부담이 늘어나는 집주인들의 매물이 나오면서 매매가가 보합세로 돌아서는 등 시장이 다소 위축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히려 정책 발표 후 신규 분양주택의 청약률이나 계약률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각종 정책에도 불구하고 전세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전세입자가 신규 분양시장에 참여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따라서 2.26 주택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을 기점으로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기보다는 시장의 균형과 안정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봐야 한다.

-올 초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와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등 도시정비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향후 도시정비사업 전망은?

▲김종신: 재건축 규제 완화와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과 함께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 시행되고 있고, 주택기금을 주택도시기금으로 확대 개편해 주거지 재생을 지원하는 ‘주택도시기금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태다. 향후 주택시장은 신규 가용택지의 고갈로 도시재생이 중심이 될 것이며, 이에 따라 사업 활성화를 위해 더욱 다양한 지원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김찬호: 기본적으로 규제완화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건축, 리모델링 시장은 지역적으로 편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그중에서 강남권 등 잠재수요가 높은 곳은 규제완화로 인한 수익성 개선 효과가 크지만 기타 지역은 상대적으로 개발이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리모델링 시장도 분당 등 인기 지역을 제외하고는 수직증축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정태희: 재건축과 리모델링 추진은 결국 사업성이 좋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분양 성공 가능성, 조합원의 사업 추진 의지, 조합원의 수익률 등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사업성이 좋은 지역에만 한정적으로 사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홍순범: 그동안 사업성이 낮아 지연되고 있던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등 도시정비 사업장이 사업성 향상으로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회복되고는 있으나 본격적인 상승기로 접어든 상황은 아니므로 사업화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도시정비사업 특성상 주택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는다면 본격적인 시장 참여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는 다양한 부동산 공약들이 주를 이뤘다.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은?

▲김종신: 지역개발을 위반 다양한 부동산 공약이 나왔으나, 선심성으로 남발되는 공약도 적지 않고, 많은 예산 소요가 동반되는 개발공약이 주를 이루고 있어 실제 사업추진까지는 상당한 기일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지방선거 결과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찬호: 지방선거에서 나왔던 부동산 공약들을 보면 시장을 움직일 만한 큰 이슈가 되는 것은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

▲정태희: 과거 뉴타운 공약과 같이 직접적으로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공약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또한 국민도 과거 부동산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던 학습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공약은 교통 호재인데, 이미 추진 중인 내용이 많고, 교통 호재는 지역이 한정적이고 추진한다 해도 오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순범: 지역 부동산 관련 공약이 주택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지역별로 개발계획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택시장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반기 부동산시장 전망은?

▲김종신: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상황으로 전환됐으며, 주택거래 위축 속에 국가적 참사에 따른 사회적 분위기로 내수침체가 심각한 상황으로 주택시장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임대소득 과세방안은 기존 임대인들의 조세저항과 주택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감안할 때 국회 처리과정에서 대폭 완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주택 가격 변동성의 폭이 갈수록 낮아지는 성숙시장 단계에 진입해 있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음을 감안할 때, 참사의 아픔을 이겨내는 하반기 이후 내수 경기가 점차 회복될 경우 주택시장도 완만히 회복세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찬호: 최근 주택시장 상황을 놓고 침체기라 하기에는 좀 지나치다. 수도권에서 저가격 위주이기는 하지만 거래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고, 분양시장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가격도 보합세에서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자꾸 2000년대 중반 호황기와 비교하려고 하는데, 이제 그런 시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최근 상황을 보면 소비자의 심리나 행동이 과거보다 상당히 신중하고 조그마한 이슈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경제여건이 아직 불확실하다는 것도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이다. 그러나 수도권 주택시장의 기본적 흐름은 바뀌었다고 본다. 바닥권에서 회복세로 가는 기조는 형성돼 있다고 본다. 오히려 지방시장이 조정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제여건이나 정치적 이슈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겠지만, 하반기에는 침체기보다는 현재와 같은 보합세 또는 회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정태희: 6월 임시국회에서 부동산 관련 법안이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계절적으로 6~8월까지는 주택시장도 비수기이기 때문에 당분간 관망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순범: 과거 주택시장 침체기의 양상을 보면 공급물량 급증, 미분양 증가, 매매전세비율 하락으로 진행돼왔는데 현재는 미분양 주택의 지속 감소, 높은 청약률, 높은 매매전세비율 등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하반기에도 주택시장의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세월호 침몰 사고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일부 신규분양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으므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얼마나 빨리 회복되느냐가 하반기 주택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