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있다. 겉만 화려하고 내실은 없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G20 CEO 서밋에 세계 경제를 책임지는 큰손이 총출동 한다고 하니 우려가 제기될 법하다. 과거 각국 정상들이 모인 행사에 이름만 올리는 기업인들이 많지 않았던가.

그러나 서울 G20 CEO 서밋에서는 이 같은 우려를 잠시 접어도 좋을 듯 보인다. 글로벌 경제 위기를 겪으며 경제적 지속 성장 가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에 CEO들이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세계 각국의 정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그들이다.

G20 정상회의에 토론 내용이 의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열띤 토론이 예상된다. 이런 의미에서 G20 CEO 서밋은 G20 정상회의의 부대행사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에 충분해 보인다.

국가 대표 경영인의 향연으로 펼쳐져

“기부를 통한 동반 성장이 상생 키워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2010년 11월10일. 세계적 스타가 한국에 모인다.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이하 G20 CEO 서밋)에 참석, 세계 경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G20 CEO 서밋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2008년 제 1차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이후 세계 정상급 CEO가 모여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G20 CEO 서밋은 G20 정상회의와 함께 이뤄진다. 정확히 말하면 G20 정상회의 직전에 열린다. 예컨대 메인 경기가 열리기 전 이벤트 경기로 이해하면 쉽다. G20 CEO 서밋 조직위원회 관계자도 G20의 부대행사의 성격이 짙다고 말한다.

G20 정상회의가 세계 각국의 경제 정책적 논의에 초점에 맞춰져 있다면 G20 CEO 서밋은 기업인의 입장에서 앞으로의 경제 방향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의 성격을 찬찬히 뜯어볼 경우 겉모양새보다 내용에 비중을 둬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G20 정상회의보다 G20 CEO 서밋에 대한 관심이 뜨거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왜일까. 실질적으로 글로벌 경제를 ‘쥐락펴락’ 하는 이들의 모임으로서 앞으로 세계 경제 방향을 읽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무엇보다 크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몸소 체험한 세계 경제의 지속 성장 가능 모델을 제시할 가능성도 주목을 받고 있다.

G20 CEO 서밋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확정된 참석자만 112명. 모두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막강한 금권력은 그들만의 힘이다. 인적 네트워크도 상상을 초월한다. 세계 경제가 이들의 손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닌 듯 보인다.

이건희·피터보서 등 CEO 머리 맞대

“그린 메모리, 미래 친환경 정책 필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세계 경제 발전에 한 획을 그은 전설적 인물들을 통해 듣는 미래 경제 전망과 해법, G20 CEO 서밋에 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이유다. G20 CEO 서밋의 주요 참석 인사로는 빌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와 로열더치셸 CEO인 피터보서를 비롯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이 있다.

세계 최대 철강기업인 이르셀로미탈의 락시미 미탈 회장, 세계 최고 식품회사인 네슬레의 피터 브라벡레만트 회장 등 각 업종별 글로벌 1위 업체의 CEO도 다수 포함돼 있다. 국가별 대표 기업과 업종별 대표 기업의 CEO가 모여 머리를 맞대는 셈이다.

이들이 한해 벌어들이는 총 수입은 4조 달러. 지난해 국내 총생산(GDP) 8325억 달러 보다 4.4배가 많다. 또 남미 대륙 전체 GDP인 3조 9765억 달러, 중국 GDP 4조9800억 달러의 80% 수준이다.

자산 규모 상위 5위권에 드는 BNP파리바(2조8324억 달러), HSBC(2조3645억 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2조2230억 달러), 도이체방크(2조709억 달러), JP모건(2조319억 달러) 등은 모두 2조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92개 기업의 총 고용 인원은 917만 명으로 캐나다 전체 근로자(1843만 명)의 절반, 그리스와 스웨덴의 근로자를 합친 수(980만 명)와 비슷하다.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역할’ 찾는다

“스마트폰 시대 맞는 솔루션 중요”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

참가기업의 평균 수명은 73년이며, 100년 이상 된 기업도 30개에 달한다. 가장 오래된 기업은 아시아 최대 제약사인 일본 다케다 제약으로 올해로 설립 229년을 맞았다.
G20 CEO 서밋의 주제는 ‘지속 가능한 균형 성장을 위한 기업의 역할’이다.

조직위는 이를 무역·투자, 금융, 녹색성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등 4개 의제와 의제별 3개의 소주제를 선정해 12분야로 나눴다. 각 분과에는 글로벌 기업의 CEO들 간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컨비너(Convener·의장) 12명을 선정했다.

소주제별 컨비너를 맡은 기업인은 작업반에 참여해 이달 말까지 보고서를 작성하게 되며, 7~8명의 CEO들이 배정되는 각 소주제 협의체는 이달 28일까지 두 차례의 사전 회의를 통해 최종회의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앞서 중간 보고서들은 G20 재무장관 회의 및 셰르파 회의에 제출돼 G20 정상회의의 논의에 반영되며, 11월11일 본 회의 때는 4개 의제별 라운드 테이블에서 각각 약 30명의 CEO들이 정상들과 함께 총 3시간에 걸쳐 토론하게 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성장동력”

짐 발살리 리서치모션 CEO

모두 글로벌 기업의 지속 성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사안인 만큼 열띤 토론이 이뤄질 전망이다. 무역 확대와 중소기업 육성 방안, 출구전략 등 대부분의 주제가 최근 CEO들의 공통 고민거리인 만큼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 될 전망이다.

G20 CEO 서밋에 참석하는 CEO는 기발한 경영전략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이를 바탕으로 사업별 각 영역에서 거인으로 자리매김하며 전설을 써왔다.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새롭게 변하는 경제 패러다임 속에서 글로벌 거인들이 어떤 해법을 제시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