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도 맛있는 음식을 찾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음식뿐만 아니라 중국 각지의 지역 특징과 역사, 문화도 함께 전해 호평을 받았다. 패러디 프로그램과 각종 관련 상품을 만들어냈던 이 프로그램이 최근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정체성을 잃었다는 혹평도 함께 받고 있다.  

지난 주말 딤섬 전문점에서 모처럼 친구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 화제가 자연스레 하나로 모아졌다. 바로 중국의 음식 다큐멘터리인 ‘혀끝으로 만나는 중국(舌尖上的中国)’이었다.

의자 다리와 테이블 다리를 빼고는 모든 것을 요리해 먹는다는 중국에서 음식은 항상 대화의 주제에서 빠지지 않는다. 게다가 음식 다큐멘터리라니 더더욱 대화에서 빠질 리가 없다.

‘혀끝으로 만나는 중국’은 지난 2012년 처음 1편 시리즈가 방영됐다. 중국 각지의 지역적 특징과 중국인의 생각과 역사, 문화 등을 중국 음식과 함께 버무려 소개하면서 중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패스트푸드와 서양 음식 등에 밀려 설 곳을 잃어가는 중국의 전통 음식을 지역별로 유명한 음식점을 직접 찾아 화려한 영상과 함께 음식 조리과정 등을 두루 담았다. 다큐멘터리에 한 번 소개된 음식점은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밤에 프로그램을 보면 잠을 못 이루겠다는 하소연이 인터넷을 가득 채울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어찌나 인기가 높았는지 이 프로그램이 끝나자 서점에는 중국의 음식문화를 다룬 책들이 일제히 선보였고, 이 프로그램의 이름을 본뜬 인터넷 쇼핑몰도 등장했다.

사정이 이러했으니 지난 5월 2편 시리즈가 시작되려 할 때 사람들의 기대가 높았던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하지만 기대가 높으면 실망도 큰 법. 입맛을 자극하고 눈을 만족시킬 각양각색의 중국요리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요리보다는 이를 만드는 사람들과 그 뒷이야기를 담은 2편 시리즈에 실망했다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음식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애국심을 고취하려는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냉소적인 평가도 있었다.

2편 시리즈는 음식보다는 사람들 혹은 문화에 집중했다. 예를 들어 티벳에 살고 있는 한 젊은이가 가족들이 먹을 꿀을 따기 위해 깊은 산중에서 40m나 되는 높은 나무 위로 기어올라가 조금씩 꿀을 모으는 내용을 방송했던 것이다.

또 망둑어를 잡기 위해 2년간이나 기술을 연마하고 있는 저장성의 어부 이야기를 다루고 아들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전역을 떠돌면서 꿀을 파는 묘족 부부가 1년 만에 만난 아들을 위해 희귀한 물고기로 요리를 만드는 모습을 방영했다.

또 다른 에피소드에는 해외에서 오랫동안 유학하고 돌아온 하이구이(海歸) 청년이 동네 사람들과 함께 지역 음식을 해먹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음식과 관련은 있지만 대부분 중국의 소수민족들과 그들의 음식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음식을 통해 중국 내에서 소수민족의 조화와 하나됨을 알리려는 홍보영상 같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정작 중국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족의 요리에 대한 안배는 부족했다는 불평도 나왔다.

음식 다큐멘터리인데 음식이 화면에 나오는 시간보다 인물을 보여주는 시간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뜬금없이 노동자 투신사건으로 문제가 됐던 애플의 최대 제조공장인 팍스콘이나 한 부모 가정, 교육 등의 이야기가 뒤섞이면서 정체성을 잃었고 목적이 모호하다는 평가도 들린다.

물론 여전히 더 많은 시청자가 ‘혀끝으로 만나는 중국’을 즐기고 다음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혀끝으로 만나는 중국’의 인기 때문에 최근 이를 패러디한 ‘혀끝으로 만나는 기숙사’라는 비디오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중국 대학생들은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여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즉석 컵라면. 기숙사 내에서는 기본적으로 취사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학교 식당을 이용하지 않는 한 기숙사 방 안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빵이나 과자 등으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컵라면은 물만 끓여서 부으면 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다.

‘혀끝에서 만나는 기숙사’는 8명의 학생이 각기 다른 종류의 컵라면을 선택해서 일과 중에 라면을 먹는 장면을 담은 짧은 영상인데 기숙사 생활을 했던 많은 중국인이 큰 호응을 보낸 덕분에 인기 비디오로 올라섰다.

해외에서 거주 중이라는 한 중국인은 “‘혀끝으로 만나는 중국’을 볼 때마다 세련되고 멋진 척하는 내가 사라지고 엄마가 해주는 음식과 간식을 찾는 어린아이로 돌아가게 된다”면서 혀가 닳도록 칭찬했다.

 

<알아두면 좋은 중국의 풍습>

절약정신 투철, 밤에도 불끈 채 ‘깜깜’

저녁 시간에 중국 아파트 앞을 지나가다 보면 대부분 가정에 불이 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가족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거나 집이 비어 있는 곳이 많구나’라고  생각했지만 몇 달이 지나도 여전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달간 집을 비우거나 늦게 야근을 하는 경우는 없을 텐데 말이다. 집이 팔리지 않아서 비어 있는 공실률 높은 아파트인가 싶었지만 낮에는 사람들이 단지 안 여기저기서 보이니 그것도 아닐 터이다.

이유는 바로 중국인들의 절약정신에 있었다.

중국인들의 돈 관념이 철저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허름하게 입고 다녀도 부자인 사람이 많다거나 부자들도 알뜰하게 절약한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중국인들은 낮시간에 외출할 때는 집의 전기 전체를 모두 내리고 외출한다. 다시 돌아와서 TV니 컴퓨터니 켜기 귀찮을 텐데도 매번 두꺼비집을 내려 전기를 아예 차단하고 외출하는 습관에 젖어 있다.

낮에는 방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로 전등을 대신하고 밤에는 TV 불빛으로 생활하면 되므로 전혀 등을 켤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밤에 본 불 꺼진 아파트들은 대부분 TV만 켜놓고 불을 꺼두어서 그렇게 보인 것이다. 불을 자주 켜질 않으니 형광등이 나가면 아예 바꾸지도 않고 그냥 등을 빼놓은 채 살기도 한다.

집 안에 있을 때는 사용하지 않는 모든 전자제품의 플러그를 빼놓는다. 하도 자주 플러그를 꽂았다 뺐다 해서 콘센트가 벽에서 떨어져 있는 집들도 종종 보인다.

컴컴한 중국 아파트는 돈을 아끼려는 알뜰한 중국인들이 만들어낸 절약의 풍속도인 셈이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inchunghan@gmail.com

뉴욕공과대학(NYIT)의 중국 난징캠퍼스에서 경영학과 조교수로 근무 중이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 년간 기자로 근무했으며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역경영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