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준비 없이 은퇴했다면… 명퇴 목돈 1억원 투자 땐 매달 70만원 정도 받아

대기업 부장으로 일하던 김모(52)씨는 구체적인 준비도 없이 은퇴를 맞았다. 준비가 없었던 터라 김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퇴직금을 받아 목돈은 챙겼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구체적인 수익이 없는 김씨는 목돈을 은행에 넣어둔 채 조금씩 까먹기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취업도 쉽지 않다. 젊은이들도 취업하기 힘든 요즘, 50대를 뽑아주는 회사는 흔치 않다. 다음 주부터는 고등학교 동창이 차린 중소기업에 자문역으로 출근할 예정이지만, 이 역시 소득에 큰 보탬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매달 쓰는 생활비와, 아직 돈을 벌지 않는 대학생 딸까지 생각하면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도 답은커녕 한숨만 나온다.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60세까지는 8년이나 기다려야 한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김씨와 같은 ‘연금 사각지대’의 중고령자(55세 이상)는 4명 중 3명꼴에 달한다. 혹시 내 상황이 김씨와 비슷하다고 느끼고 있다면, ‘월 지급식 펀드’에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만약 1억 원을 월 지급식 펀드에 투자한다면, 약정된 월 분배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매달 약 7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월 지급식 펀드는 처음 맡긴 투자금에서 매달 일정액을 현금으로 받으는 펀드다. 원금에서 일정액을 먼저 지급하고, 나머지로 투자를 해 원금을 회복하는 방식이다.

거치식으로 투자금을 맡긴 다음 투자금액의 0.5∼0.7% 범위 내에서 정한 만큼의 분배금을 매달 현금으로 받을 수 있게 설계됐다. 젊을 때 가입하더라도 만 55세가 지나서야 받을 수 있는 연금펀드와는 다르게 가입 다음 달부터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저금리·고령화로 최근 들어 매력 ‘UP’

사실 월 지급식 펀드의 과거는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이미 저금리·고령화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월 지급식 펀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와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운용되고 있는 월 지급식 펀드는 총 16개다.

국내에서 월 지급식 펀드가 처음 출시된 때는 지난 2007년이다. 2007년 초 칸서스자산운용이 ‘칸서스뫼비우스블루칩증권투자신탁1(주식)’ 클래스 1, 2를 내놓은 뒤 5월에는 한국자산운용이 ‘한국투자노블원지급식연속분할매매증권투자신탁1(주식혼합)’을 설정했다.

이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불거지며 펀드시장 전반이 무너졌고, 월 지급식 펀드 출시 또한 뜸해졌다. 하지만 지난해 칸서스자산운용이 다시 월 지급식 펀드를 3개 출시하면서 관심은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이 1개의 월 지급식 펀드를 새로 설정했으며, 올해에는 동부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동양자산운용 등에서도 월 지급식 펀드를 새로 설정했다.

월 지급식 펀드는 최근 1955년∼1963년생인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맞물려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가 가까워진데다 저금리에 부동산 가격까지 떨어지며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자, 투자자들은 목돈을 펀드에 넣은 뒤 투자금액의 일정 부분을 매달 지급받는 형식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은퇴자에게 적합한 상품이긴 하지만 월급을 받듯 일정 금액을 받으면서 투자 수익까지 공략하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의 수요도 늘고 있다.

올해 들어 처음 출시된 월 지급식 펀드는 동부자산운용이 선보인 ‘동부머스트해브월분배식증권투자신탁’ 펀드다. 이 펀드는 연금생활자들의 지속적인 현금흐름과 자산 증대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투자형 금융상품으로, 매월 투자원금의 0.5%에 해당하는 분배금을 지급한다.

특히 다른 펀드와는 다르게 최저 가입 한도가 없고, 적립식으로도 투자가 가능해 고액자산가뿐만 아니라 소액이라도 매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원하는 투자자라면 누구라도 가입이 가능한 상품이다.

투신사 최근 속속 출시… 추가 수익 달성

지난 6월에는 하나대투증권의 ‘하나USB실버오토시스템월분배식주식혼합형펀드’가 출시됐다. 오토시스템에 의해 운용되는 주식혼합형 펀드로 투자전략은 시장 상승 시 매도, 하락 시 점진적으로 매수하는 방식이다.

이 펀드 또한 납입금의 0.5%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월 지급한다. 납입금이 1000만 원이었다면 가입 다음 달부터 매달 5만 원씩 1년에 60만 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최근 설정된 월 지급식 펀드는 지난 8월30일 동양자산운용이 출시한 ‘동양월지급식국공채공모주증권투자신탁1호(채권혼합)’다. 이 펀드는 주식에 50% 미만을 투자하고, 채권에 50% 이상을 투자하는 채권혼합형 펀드다.

채권부분은 국공채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추구하고, 주식부분은 시장중립 포트폴리오에 20~35% 이하를 투자한다.

동양자산운용 관계자는 “동양자산운용은 현재 4억5000억 원 이상의 공모주 펀드를 운용하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월 지급식 펀드의 안정적인 추가 수익 달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월급 받는 펀드’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이 상품이 ‘원금보장형’이 아니라는 점은 투자자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월 분배식 펀드는 가입 즉시 매월 투자 원금의 0.5%~0.7% 정도를 투자자에게 분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투자 원금 대비 분배금을 연환산하는 경우 원금의 6%~8.4%를 매년 지급하는 것으로 최근 은행의 정기예금 이자가 4%대인 것과 비교할 때 매월 많은 현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펀드의 운용 수익이 월 분배금보다 부족하거나, 펀드가 손실을 본 경우에도 분배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펀드 원금에서 분배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이 경우 펀드를 환매하는 고객은 오히려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원금보장형 아니란 점은 주의해야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월 지급형 펀드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월 분배식 펀드가 각광받을 것으로 보는 반면 보수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현재는 장이 괜찮은 흐름을 보이면서 일정한 수익을 얻기 쉽지만 만약 2007년과 같은 상황이 또다시 발생할 경우 위험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재범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금은 고꾸라졌던 주가가 회복하는 기간이라 수익을 지급하는데 문제가 없고, 매달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 자체가 주목을 받으면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도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요한 점은 운용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지금 당장은 이슈가 되며 관심 받을 수 있지만, 장이 안 좋을 때도 월 지급식 펀드가 꾸준히 인기를 얻을지, 시장 규모가 커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것.

이어 이 애널리스트는 일본에서 월 지급형 펀드가 인기를 얻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일본의 경우 워낙 제로금리라 은행 예금에 비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은별 아시아경제 기자 silverstar@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