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부부은퇴학교’ 가보니

삼성증권 ‘부부은퇴학교’는 50~60대 부부를 대상으로 은퇴에 대비한 인생설계 방법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투자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 인기가 높아 항상 신청자들이 정원을 넘어서고, 한 번 들은 사람이 다시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등 관심이 높다. 이제는 부부가 함께 은퇴교육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퇴직 이후 인생 2막 설계에 불안함을 가진 50~60대 부부를 위해 '부부은퇴학교'를 정기적으로 개최해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빌딩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는 30쌍의 부부가 참가한 가운데 버킷리스트 작성, 은퇴설계 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여태껏 회사 일로 너무 바쁘게 살아서 평일에는 저녁을 함께 먹어 본 기억이 없어요. 주말에도 지속되는 업무에 골프 접대까지… 늘 집밖에 나가 사는 사람이에요.” 대기업에 다니는 고준영(51·가명) 부장의 부인 최 모(48) 씨가 푸념 섞인 속마음을 털어놨다. 가족을 위해, 성공을 위해 그렇게나 열심히 일해 왔건만, 고 부장은 최근 회사로부터 퇴사 압박을 받고 있다. 슬하에 대학교 1학년·고등학교 2학년인 두 딸을 뒀는데, 앞으로 자녀 대학등록금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하게 돼 아쉽단다.

그동안 해오던 둘째 아이의 과외도 하나 둘씩 줄이고 있다. 그래도 교육비가 월 100만 원 정도는 들 것 같다. 첫째 아이의 경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스스로 용돈을 충당하니, 교육비를 월로 환산하면 80만 원 정도면 될 듯싶다. 결혼자금으로 각각 5000만원씩은 쥐어줘야 할 텐데 자식들의 결혼문제도 부담이다. 하지만 더 큰 걱정거리는 자녀 결혼 뒤, 부부의 은퇴 후 삶이다.

고 부장 부부는 2007년 중대형 아파트로 옮기면서 2억 원의 대출이 생겼고 지금은 원리금 균등상환을 하고 있다. 펀드도 이것저것 많이 가입했으나 대략 30%가량 손해를 본 상태다. 보험은 은퇴 대비용으로 5년 전, 변액유니버셜(펀드 비중은 주식, 채권 각각 5:5)을 가입해 유지 중이다.

사망보장 1.5억 원 정도의 종신보험(피보험자 본인)을 앞으로도 10년 더 불입해야 하고 그 외 각종 보장성 보험을 월 30만 원씩 내고 있다. 내년이면 월 800만 원이던 수입이 500만 원으로 줄 텐데 걱정이다. 현재 생활비는 교육비와 저축액을 빼고 월 300만 원 정도를 쓰는데 앞으로도 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퇴직해도 이 나이에 놀 순 없지 않은가. 할 일을 알아보고 있는데 임원으로 오라는 중소기업이 있기는 하다. 그곳에 재취업한다면 수입은 지금보다 30~40%는 떨어질 것이고 대신 60세까지는 일할 수 있을 듯싶다. 얼마 전 나온 국민연금 통지서를 보니 63세부터 현재가치로 월 예상연금액은 120만원. 지금까지 재무적으로 잘 살아왔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 부장은 요즘 들어 부쩍 초조하고 긴장된다.

 

은퇴 후 5년간 부부 소통법 연습해야

고 부장처럼 퇴직 이후 부부의 인생 2막 준비에 불안함을 가진 이들을 위한 부부 은퇴교육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2년 시작한 삼성증권의 ‘부부은퇴학교’다. 이 회사의 부부은퇴학교는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은퇴자산관리 교육 프로그램이다.

재무적 이슈뿐 아니라 부동산, 세무, 건강, 취미 등 행복한 인생설계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삼성증권 고객이 아니어도 사전 예약을 통해 무료로 참석이 가능하다. 물론 자사의 금융상품을 보다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퇴직을 앞둔 사람이 한번쯤은 들어볼 만한 내용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빌딩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8회째로 가정의 달 특집으로 마련됐으며 30쌍의 부부가 참가했다. 부부은퇴학교는 베이비부머의 은퇴생활에서 행복을 얻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배우자와의 우호적인 관계라는 걸 실감하게 하는 강의로 시작됐다. 한 정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 부장이 나와 100세 시대가 다가왔음을 설명했다.

“은퇴 준비의 기준이 되는 ‘최빈 사망 연령’(한 해 사망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나이)은 지난해 86세였고 2020년에는 90세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은퇴 이후 부부가 함께 살아야 할 기간이 훨씬 길어지다 보니, 그동안 쌓인 부부간의 불통이 황혼이혼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늘고 있어요. 각종 관련 조사를 보면 특히 한국의 50대 부부들이 서로 대화를 잘 안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죠.”

부부가 상의해 은퇴 이후 이루고 싶은 일들에 대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수업이 진행됐다. 한 부장은 배우자와 제2 인생을 행복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방법으로 소통을 언급했다. 은퇴 후 5년간은 이전과 다른 생활 패턴에 대해 부부가 적응해야 하는 시기로 부부간 소통법을 미리 연습해야 한다는 것. “버킷리스트는 생각날 때마다 부부가 함께 적어보고 대화를 통해 구체적으로 작성해 보세요. 가능한 한 많은 아이디어를 나눌 가질 필요가 있어요. 이 작업을 활발하게 할수록 치매 예방에도 좋습니다.”

오후 낮잠이 쏟아질 법한데도 조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어 본격적으로 부부 은퇴자산관리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경호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은퇴 후 노후생활 자금 마련 시, 홀로 남을지도 모를 생존 배우자를 위한 고려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수명이나 결혼 연령차를 고려해 볼 때 아내가 남편보다 10년 정도 더 늦게 세상을 뜨는 게 보통입니다. 아내가 혼자 남았을 경우에 대비해 노후 자금을 따로 마련할 필요가 있어요. 피보험자를 아내로 하는 연금보험이나 피보험자를 남편으로 하는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연금보험의 경우 피보험자가 중요한데, 피보함자가 사망하면 연금 수령이 중단되기 때문이죠,”

이 위원은 국민연금의 경우 1회에 한해 최대 5년간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출 수 있는 연기연금제도에 대한 활용도 언급했다. 국민연금은 연금 지급시점이 경과한 뒤에도 수령을 연기할 경우 매년 7.2%씩 연금을 가산해 지급한다는 것. 또 부부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주택연금은 주택소유자가 남편이더라도 두 사람이 모두 사망할 때까지 동일한 연금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남편 사후를 대비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인 거죠.”

마지막 수업은 삼성증권이 최근 오픈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mPOP 자산관리’를 활용해 부부가 함께 해보는 은퇴설계 체험이었다. 프로그램은 3시간을 훌쩍 넘어 종료됐다. 현장에서 개별상담 신청도 이어졌다.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측에 따르면 은퇴생활에 대한 부부의 공감대 형성, 아내를 배려한 은퇴자산관리, 시스템에 기초한 체계적 은퇴자산설계 등의 내용이 유익했다며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컸다는 평이다.

※참고: 삼성증권 ‘직업별로 알아보는 은퇴설계’

 

●은퇴 후 부부가 행복하게 지내는 법 4계명

1. 부부간 소통지수 높이기

2. 비난, 방어, 경멸, 담쌓기 등 4가지 소통방식 피하기

3, 아내의 가사노동 분담하기

4, 배우자의 변화 이해하기

 

●50대 초반 대기업 부장 고준영 씨 부부은퇴설계는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의 문을 두드린 고준영 부장 부부에게 연구소는 “집을 줄여 대출비용을 없애고 남는 차액으로 은퇴자산을 마련해야 한다. 지출도 효율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 일환으로 현재 거주하는 중대형 아파트를 팔고 신도시 30평대(4.5억 원 예상) 정도로 이사해 은퇴 대비용 자금 1억 원 정도 만들기, 변액유니버셜은 장기적립식 효과 극대화 추구를 위해 편입 펀드의 주식 비중 올리기, 예상 은퇴생활비를 월 300만 원에서 20만 원가량 낮춰 조정하기, 75세쯤 됐을 때 거주 아파트로 주택연금 활용하기 등의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다.

 

●미니 인터뷰 | 신상근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소장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최근 은퇴를 체계적으로 준비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은퇴교육 프로그램은 주로 퇴직 예정 직전에 있던 사람들만이 준비하는 프로그램으로 인식됐는데 지금은 고령화시대를 사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필요한 프로그램으로 인식하고 있다.

돈이 적어도, 돈이 많아도 은퇴설계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과거에는 고객들이 개인 자산을 오픈하기를 부담스러워했으나 최근 이러한 경향이 줄어들고 제대로 된 은퇴설계를 해보자는 욕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의 부부은퇴학교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가.

“부부은퇴학교는 단순히 은퇴 후 경제적 준비뿐 아니라 부부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고령화 시대의 문제점, 제2 인생의 공동 목표 설정, 소통의 문제, 건강이나 취미생활 같은 비재무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은퇴준비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생활패턴의 변화와 함께 투자 체험 기회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특히 ‘체험’ 위주의 수업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다른 부부 은퇴교육 프로그램에 비해 호응이 높다.

현재 대기업 임직원, 주부, 중소기업 CEO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하고 있으며 연령대도 50~60대 이상에서 40대 이하까지 확대되고 있다.”

-부부 은퇴설계 시 조언을 한다면.

“은퇴하기 10년 전부터 미리 준비해야 한다. 30대는 자산을 잘 모으는 시기이고 40대에는 자산을 잘 불려야 하며, 퇴직 시점에는 잘 풀어써야 한다고 얘기한다. 결국 은퇴설계는 자산을 잘 풀어 쓰는 법이다. 자녀의 중·고등학교 때 들어가는 사교육비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대학등록금과 대학 졸업 이후 준비에 신경 써야 한다는 거다. 부부가 함께 현실적 목표를 세워 은퇴설계를 해야 한다.

첫째, 퇴직으로 인해 생기는 심리적 불안감을 극복하고 둘째, 기대소비를 적정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셋째, 은퇴자산을 소득으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계획을 짜야 한다. 주택 규모를 줄여 노후생활에 필요한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