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4% 이상 의견도… 14일 금통위서 논의, 인상 쉽지 않을 듯

실기론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한국은행이 과연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올릴까? 올린다면 얼마나 올릴까?

오는 14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 금융계 등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대부분 현재의 기준금리인 2.25%가 낮은 수준이라는 점, 그리고 이번 달이 금리를 올려야 할 적절한 시기라는 데는 공감을 하면서도 글로벌 환율 전쟁 등의 여파로 한국은행이 금리를 쉽게 올리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일부에서는 올리지 않는 게 좋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서 기준금리는 3~4% 정도가 적정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했다. 경제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적정 금리 수준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이번 금통위서 금리 올리지 않는 게 좋다”
경기 회복에 어려움…이론상 적정 금리 수준은 3% 내외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현재 기준금리 2.25%가 경제 성장 속도를 감안했을 때 이론상으로는 조금 낮지만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리지는 않는 게 좋다는 의견을 내놨다.

유 본부장은 “미국 경제 등 세계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불안정한 금융시장 상황 등의 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지금의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할 상황은 아니다”면서 “대내적으로도 가계 부채·고용 부진 등 서민 경제가 취약하기 때문에 금리를 빨리 올리게 되면 경기 회복에 어려움을 줄 수 있고, 서민 경제 안정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는 굳이 금리를 올릴 만한 여건이 아니다. 3분기 경제 상황 등을 살펴보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면서 “일본이나 미국은 여전히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굳이 금리를 올릴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3분기 경제성장률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여전히 경제가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대내외 여건도 안정이 된다면 11월에 한 번 정도는 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유 본부장은 이에 따라 “금리가 대내외 상황 변화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그 시기를 정확하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국민 경제 성장률, 물가 성장률 등을 계산한 테일러 방정식을 적용했을 경우 이론상으로는 3% 내외가 적정 금리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안 할 만한 이유 없다”
최저금리 수준보다 1%나 낮아 … 4%보다는 높아야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현재의 기준금리가 낮은 편이라고 판단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금리는 경제가 긴급한 상황이었던 국제 금융 위기 때 책정된 금리고, 최근 인상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에 비춰 봤을 때 안정적인 금리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며 “과거 최저금리 수준이었던 3.25%에 비해서도 1%나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10월 금통위에서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금리 인상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지난 달에도 가능성과 실제 실현된 것과는 차이가 많았다. 이번에는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겠지만 안 올릴 만한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상화를 진행해야 하고, 이를 거스를 만한 위험 요인이 적어도 실물경제상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물가 안정 목표제를 정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중앙은행이 현재 물가 상황·최근 경기 회복 속도 등을 다 감안해야 하지만 현재 대외적인 불안 요소가 예상했던 것보다 좋아지지 않아 실망스럽더라도 선진국이 완만하게 회복할 것이란 당초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잠깐 좋아진 상황에 대해 높게 기대했다 실망하는 정도일 뿐 상당히 나빠지진 않을 것이고, 더블딥도 없을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을 경우 그 이유를 설명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 이란 게 김 선임연구위원의 생각이다.

그는 “대략 잠재적 경제성장률이 4%를 상회한다고 봤을 때 적어도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적정한 기준금리는 4%보다는 높아야 한다”면서 “올해 말까지 적어도 2.75~3%로 만들고, 4%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부터 올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리고 싶지만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
미국의 경기 하향 판단ㆍ환율전쟁 부담…1차 목표는 3%

이관석 신한은행 재테크 팀장은 현 금융당국의 상황을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이란 말로 대신했다. 현재의 낮은 기준금리를 올리고 싶지만 감히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 팀장은 “저금리가 너무 오래 유지됐다. 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최근에는 물가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은 맞다”면서도 “미국의 경기 하향 판단에 따른 글로벌 요인 때문에 올리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미국 등에서 제2의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주변국의 어려움보다 자국의 이익을 챙기는 이기적인 ‘근린궁핍화정책’이 만연, 우리나라가 금리를 올릴 경우 달러를 가진 외국에게만 좋은 일을 시켜주는 꼴이 된다는 것.

그럼에도 그는 “기준금리가 2.25%라는 것은 너무 낮은 수준”이라며 “출구전략이 일정 수준까지는 가야 한다. 한 번에 많이 올릴 수는 없기 때문에 연내에 한 번, 많으면 두 번 정도 각각 0.25%포인트씩 올려야 단계적 출구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우리나라는 저성장·저금리 시대 즉, 선진국 초입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2008년 8월의 5.25% 수준의 금리로 회귀하지는 못한다”면서도 “제한적으로 금리를 올려 내년 상반기까지 세 차례 정도 인상, 3%라는 1차 목표는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최소 4% 정도까지는 금리를 올려야 급격한 물가 상승에 대한 방어장치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쉽지 않기 때문에 우선 3% 달성 후 추가 인상 여부는 당시 경제 상황을 봐가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굳이 올릴 것 같진 않다”국제 공조 깨져 불안…
내년까지는 3% 돼야

박승안 우리은행 PB 팀장 역시 시기적으로는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맞다고 보지만 금융당국이 굳이 올릴 것 같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미국은 물론 중국·일본도 경쟁적으로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싶어 하는데 우리나라만 굳이 금리를 인상해 손해 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에는 각 국가들이 살아남기 위해 공조가 이뤄졌지만, 현재는 환율전쟁을 벌일 정도로 공조가 깨진 것도 중요한 우려 요인 중 하나라는 것.
박 팀장은 이에 따라 “지금 금리를 올리면 현금이 많은 대기업은 타격을 받지 않겠지만 서민과 중소기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또 금리가 오른다고 예금금리가 금리 상승 폭만큼 상승하지도 않을 것이고, 물가도 쉽게 잡히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금리를 올리면 예대 마진 폭만 넓어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심화되고 결국 은행만 좋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금리 인상의 기회로 삶을 수 있는 것이 G20정상회의로, 이때 금리 인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후 우리나라가 솔선수범하고 다른 나라들이 인상 대열에 참여하는 형식이 가장 부담이 적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적정한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G20 정상회의 후 연내에 한 번 정도 0.25%포인트 정도 올린 후 내년까지는 3% 내외까지 올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리가 3% 수준일 때 은행 예금 금리가 4.5~5% 정도가 되기 때문에 4% 이내에서 물가를 잡으려는 정부 의도와도 맞아 떨어진다는 계산이다.

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