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25주년 행사는 남달랐다. 스티브 잡스가 아닌 팀 쿡의 애플의 구상도를 엿볼 수 있었다. 사실상 가장 큰 숙적으로 꼽히고 있는 안드로이드 진영 외에도 애플은 '아이폰'만큼의 새로운 위력을 가져올 계획들을 내놨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전 세계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한 'WWDC(World Wide Developers Conference) 2014'에서 애플은 몇 가지의 큰 플랜들을 공개했다. 이날 자리에서 새로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가 공개될 것이라는 항간의 기대를 뛰어넘는 것들이 많았다는 것이 이 업계의 전반적인 평이다. 애플이 공개한 몇몇 가지를 보면 삼성전자, 구글은 물론이고 윈도우까지 '바짝' 긴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윈도우 운영체제 이젠 Good-bye?

iOS8을 공개한 것과 동시에 새로운 운영체제 'OS X'를 언급했다. iOS를 이제까지 사용하고 있는 유저(디바이스 수 기준)들은 7억명 이상이다. 아이팟 터치의 사용자 1억명과 아이패드 2억명 가량, 아이폰이 5억명 정도로 추산된다.

iOS 외에도 애플의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또다른 기기가 있다. 바로 맥(Mac)이다. 현재까지 집계된 맥 사용자는 8000만명, 여기에  PC부분 판매율이 5%가량 떨어진 것으로 알려진데에 비해 애플의 맥은 12% 판매율이 홀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애플의 운영체제는 더욱 공고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 측은 "애플의 모바일과 PC 등 연관 디바이스를 통해 우리의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이들이 많다. 업그레이드또한 거의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내놓은 iOS7의 경우 97%가량 업그레이드 됐다. 맥또 업그레이드가 원할하다. 이는 최근 PC를 사용하는 사람들 중에 '윈도우8'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과 비교할 만한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애플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점과 맥의 판매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PC산업에 일대 변혁을 꾀할 수 있는 실마리다. 이제는 윈도우 운영체제가 깔려져 있는 랩톱이나 데스크톱보다는 맥을 선택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났으며, 운영체제도 애플에 익숙해질 경우 윈도우 위주의 호환성을 갖고 있는 소프트웨어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다.

한때 IBM은 윈도우XP로 전 세계 97%가량의 PC를 장악했으나 현재 윈도우 7이나 8의 사용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아 골머리를 썪고 있다. 이를 위해 윈도우 XP의 공식적 기술 종료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신통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구글·삼성전자보다 스마트홈 구성에 우위에 있다?

애플은 이날 아이폰5S에 탑재된  지문인식에 대한 API를 공개할 방침을 밝혔다. 터치 ID(Touch ID)에 대한 개발 툴 등을 글로벌 개발자에게 알린 것이다. 그간 오픈 소스에 상대적으로 배타적이었던 애플이었기에 '깜짝 선물'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구글과 삼성전자 등이 눈독 들이고 있는 '스마트홈(Smart home)'에 우위를 가져가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스마트홈의 경우에는 모바일과 스마트 가전, 그리고 집과 관련한 전기, 가스와 같은 에너지까지 연결되어 있는 것을 뜻하는 데 일각에서는 이로 인해 해킹이나 보안 등의 위협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이를 구글도 인지하고 CCTV업체를 최근 인수하기도 했다.

애플은 생체 보안인 지문을 이용해 스마트홈의 안전성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디바이스나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아이디어가 필요한 데 이를 써드 파티(3rd party)를 활용해 극복하겠다는 방침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개발자들의 사용자 지문 정보 수집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명확히 그었다. 크랙 페데리히(Craig Federighi) 애플 소프트웨어 수석 부사장은 "개발자들이 지문 정보를 저장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Health, 타깃은 일반 소비자가 아닌 병원에 있다?

2일에 공개될 거라는 애플의 '애플 헬쓰'에 대한 기대감은 고조에 달했다. 이미 제조업체인 삼성과 LG전자가 일반 소비자들을 상대로 쓸 수 있는 웨어러블 헬쓰 디바이스를 구축해놨기 때문이었다. 이미 진입이 늦은 시점에서 애플이 이를 타개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졌다.

이날 공개된 애플 헬쓰는 기존의 것과 차원이 달랐다. 애플의 헬쓰 애플리케이션과 헬쓰 키트 플랫폼은 원격 의료 시대와 함께 '스마트 의료 기기' 개발을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헬쓰 앱은 혈압과 심박 등 건강 정보를 수집한 뒤에 사용자가 정상범위에 벗어나있을 때 의사에게 관련 알람을 줘 실시간으로 병을 진단하고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도록 한다.

헬쓰 키트 플랫폼은 개인 건강 정보를 클라우드로 저장해 의료부분 빅데이터 활용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도 구글글래스를 활용해 의료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지만 관련 플랫폼이나 앱 개발에는 애를 먹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블로그'는 구글이 구글글래스를 일반 소비자에게 시판한 것을 두고 '구글이 의료와 같은 분야로 진출 범위를 넓히려는 판단을 갖고 있었다면 이번 결정은 의아하다'고 밝힌 바 있다.

애플은 일반 소비재 시장이 아닌 전문 의료 시장에 먼저 진입 플랫폼과 관련 클라우드, 빅데이터 구축을 마칠 경우 또 한번 스마트헬쓰 분야에서 다른 여타 기업을 제치고 독보적인 위치로 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같은 서비스들은 의료기기 수준이기 때문에 진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 기기, 의료 보조 기기 등의 각 국가별 정의가 다른 만큼 애플이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