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일본 태양광 시장의 규모는 전체 글로벌 시장의 24%를 차지해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LG경제연구원은 1일 ‘일본 태양광 시장 보면 태양광 산업의 미래 게임 룰 보인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 1분기 세계 태양 광 수요는 9.34GW를 기록했고, 일본은 이 기간 동안 가장 많은 2.21GW를 설치, 전체 수요의 24%를 차지해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에 올랐다고 밝혔다. 2013년 최대 수요 시장이었던 중국은 이보다 적은 1.61GW를 설치했다.

LG경제연구원은 일본이 태양광 시장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발혔다. 일본은 1970년대 태양광 산업이 태동했을 때부터 일본은 그 중심에 있었다. 오일쇼크 이후 일본은 태양광을 미래 대체에너지로 선정하고 국가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974년 정부 차원의 R&D 투자 지원을 통해 태양전지의 가격 하락을 주도하겠다는 ‘선샤인 프 로젝트(Sunshine Project)를, 1993년에는 기존 ‘샤인 프로젝트’를 보완한 ‘뉴선샤인 프로젝트(New Sunshine Project)’를 추진했다. R&D에 대한 지원 이외에도 수요 확대를 위한 정책도 실시했다. 1992년 고정가격매입제도를 도입했고, 1997년에는 ‘신에너지법’을 제정, 설치 보조금 지급도 시작했다. 2003년부터 RPS(의무할당제)를 도입하여 발전사업자로 하여금 일정비율의 신재생에너지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같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일본 태양광 수요는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세계 1위를 고수했고, 공급 측면에서도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왔다. 2004년 당시 세계 태양전지 기업 상위 5개 기업 중 4개를 샤프, 교세라, 산요,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이 차지했을 정도다.

LG경제연구원은 태양광 시장을 주도했던 일본은 지난 2005년 재정난을 이유로 보조금 제도를 폐지하면서 독일,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에게 시장 주도권을 넘겨주게 됐다고 밝혔다. 공급 측면에서도 일본 기업은 태양광 산업 내 게임 룰이 ‘고효율’에서 ‘저가격’으로 변화함에 따라, 2007년을 기점으로 독일 및 중국 기업들에게 1등 자리를 내주게 됐다.

이후 일본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태양광 산업의 집중 육성 의지를 다시금 밝혔고, 태양광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현재의 40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후쿠다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독일과 중국 등 경쟁국과의 격차를 좁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촉발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태양광 시장은 달라졌다. 50여개의 원전 가동이 중단됨에 따라 일본 전력시장은 근본적인 변화 요구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전력난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력회사는 석탄 등 화력발전 연료비의 증가에 따른 적자 지속으로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 봉착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원 확보가 시급해졌고, 신재생 에너지, 특히 태양광 발전에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보다 강력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태양광 발전을 확산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2009년 재도입한 ‘고정가격매입제도’를 2012년 ‘재생가능에너지 전량 매입제도’로 개정했다. 개정의 주요 골자는 10kW 미만의 주택용 태양광 발전설비 위주로 적용했던 높은 매입가격(38엔/kWh)을 10kW 이상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을 통해 일본 태양광 시장은 2013년 세계 2위, 2014년 1분기 세계 1위의 수요국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

일본 태양광, 공급과잉 우려 제조업 보다 발전서비스 지원 집중

일본 태양광 산업의 체질이 바뀌고 있다. 글로벌 공급과잉을 우려해서 제조업체 중심의 지원보다는 발전서비스 부분에 정책지원의 역점을 두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10년까지만 해도 1GW에 못 미치던 태양광 신규 수요가 2013년 9GW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육성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태양광 전문 컨설팅 업체인 RTS에 따르면, 일본의 태양광 모듈 수입 비중이 2011년 16%에서 2013년 40%를 넘어섰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태양광 기업들은 투자를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 전, 닛케이 신문은 일본 태양광 기업들이 설비 투자를 미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분기 세계 최대 출하량을 기록한 샤프는 증설보다는 해외 기업을 통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물량을 대응하고 있다. 일본 내 2위 기업인 교세라 역시 증설 의지는 희박해 보인다. 태양광발전 매입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어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지 않고, 앞으로 몇 년 안에 포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본의 태양광 산업은 증설을 자제하고 있는 제조업 대신, 발전 시스템 구축 및 운영 등 발전 서비스의 영역으로 중심축이 옮겨가고 있다. 폴리실리콘, 태양전지 등은 이미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내수 활성화, 더 나아가서 수출산업으로의 육성도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일본의 전력시장 구조도 발전 서비스 사업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일본의 전력시장은 도쿄전력, 간사이전력 등의 전력회사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 및 개인도 전력을 생산하여 사용, 판매가 가능한 구조다. 1995년 전기요금의 인하와 서비스 품질개선을 위해 전력 판매 자유화 정책을 도입한 결과다. 지금까지는 대규모 공장이나 쇼핑시설 등에서 전력 판매 회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전력 도매 자유화가 실시되었고, 2016년부터는 일반 가정에서도 전력 공급 회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전력 소매시장의 완전개방도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더해 태양광 발전은 개정된 FIT(Feed in Tariff : 전력매입제도)로 인해 10kW 이상의 발전에 대해서도 전력 판매를 통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전력 소매 완전 자유화와 확대된 FIT로 인해 기업들의 태양광 발전 사업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소프트뱅크, 도요타 등 태양광 사업과 관련 없는 기업 발전사업 진출

주목해야 할 점은 소프트뱅크, 마루베니상사, 도요타 등 태양광 사업과 관련이 없는 기업들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기업은 소프트뱅크다. 소프트뱅크는 원전 사고 직후인 2011년 10월 자회사로 SB에너지를 출범시켰다. SB에너지는 2012년부터 일본 전역에 걸쳐 2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샤프, 교 세라 등 태양전지 제조기업을 통해 태양광 패널을 공급받아 돗토리현, 도치기현 등 전국 7곳에 태양광 발전소를 완공했다. 또한 5천만명의 통신 가입자를 기반으로, 주력 사업인 통신과 전력 상품을 혼합해 가격 할인 혜택을 주거나, 재생에너지만으로 발전시킨 전기를 판매하는 상품 등도 기획하고 있다.

같은 업종의 경쟁자인 KDDI도 자회사인 주피터텔레콤을 중심으로 전력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주피터텔레콤은 스미토모상사 계열의 서미트에너지에서 구입한 전력을 아파트에 공급하고 있는데, 이를 기존 사업인 다채널 방송과 인터넷 회선에 전력을 세트로 묶어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발전사업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가진 상사의 진입도 활발하다. 마루베니상사는 규슈 지역을 중심으로 태양광 발전소 운영에 나섰다. 이 기업은 지난해 82MW 규모인 일본 최대 태양광 발전소인 ‘오이타 솔라 파워’의 시운전도 개시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자본금 3억엔을 출자해 ‘노베 오카 메가솔라’를 설립, 아사히카세이 공장 부지에 1MW급의 태양광 발전소를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도요타그룹의 종합상사인 도요타통상도 도쿄전력과 함께 홋카이도와 도호쿠 지역에 총 100MW 규모의 메가솔라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전국 자동차 판매점을 전력 판매 네트워크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유통기업인 일본생활협동조합(생협)은 전국에 퍼져있는 물류센터 옥상에서 태양광 모듈을 설치, 여기서 생산된 전력을 전국 슈퍼마켓 체인망을 통해 판매, 관리하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전력 소매 자유화가 시행될 경우, 통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소프트뱅크, KDDI 등 통신사를 비롯하여 판매체인을 가지고 있는 유통업체와 자동차 회사 등은 기존 사업의 네트워크를 판매거점 및 인프라로 사용할 수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보다는 자사 자금력으로 장기 수익 노린다

자금력도 일본 태양광 산업에서는 중요한 부분이다. 일본의 발전소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경영주가 장기 보유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발전사업을 추진할 때, 디벨로퍼(Developer)와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가능한 기업, 지역 발전 사업자 등이 SPC(특수목적회사 : Special PurposeCompany)를 만들어 발전소 건설이 완료되면 지분의 일부를 매각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이용하지 않고 자사 보유 자금만으로 투자, 발전소를 보유함으로써 지속적인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충분한 자금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태양광 발전사업은 실질적으로 법인세율이 40% 이상 되는 상황에서 세제 혜택과 함께 연평균 10% 이상의 지속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금이 확보되어 있는 기업에는 매력적인 사업 영역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까지의 태양광 산업과는 다르다. 폴리실리콘에서 웨이퍼, 태양전지와 모듈, 발전 및 운영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내에서 주로 셀/모듈을 제조하는 태양광 전문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점유하기 위한 경쟁을 해왔다. 발전사업으로의 진출은 주로 태양광 제조기업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한 다운스트림으로의 확장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일본 태양광 시장은 자금력과 인프라를 보유한 모회사를 등에 업은 대규모 발전사업자들이 속속 등장함에 따라 산업의 무게 중심은 다운스트림으로 점점 옮겨갈 것이고, 경쟁전선 역시 전방위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구조가 달라졌다,소비자가 직접 선택하고 설치

태양광 발전 시스템은 주택용, 발전소용을 불문하고 제조기업과 발전사업자, 건설기업 등을 중심으로 B2B의 형태로 유통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주택용은 중개자 역할을 하는 디스트리뷰터(Distributor)와 설치를 책임지는 인스톨러(Installer)를 중심으로, 발전소용은 종합상사와 건설사, 발전사업자를 중심으로 유통되었다. 일본의 태양광 발전 시스템은 이와 달리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수요를 창출해 가고 있다.

FIT를 부활시킨 2009년부터 야마다전기, 코지마, 빅카메라 등 전자제품 양판점에서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전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일본 전자제품 양판점 업계 1위 업체인 야마다전기는 2009년 10월 개점한 이케부쿠로 매장 벽에 전시공간을 마련해 샤프와 중국 썬텍의 패널을 전시했다. 주택 리모델링 회사인 웨스트홀딩스와 손을 잡고 판매를 시작했고, 합작을 통해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설계 및 설치 서비스를 담당하는 ‘야마다전기 솔라에너지’라는 회사를 세워 본격적으로 태양광 발전 시스템 판매에 돌입했다. 빅카메라는 태양광 모듈과 함께 쿠킹히터 등 다른 전기제품과 진열, 태양광 발전을 통한 All電化(난방, 요리, 급탕의 에너지원을 모두 전기로 하는 것)주택을 제안하고 있다. 코지마는 좀더 적극적으로 태양광 패널 판매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 판매를 위한 전문 판매인력 육성을 위한 연수시설을 개설했고, 설치, 시공, 보조금 제도 등을 일괄적으로 처리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전자제품 양판점 이외에도 주거 전반에 관련된 잡화와 설비, 인테리어 제품들을 판매하는 홈센터도 새로운 유통채널로 떠올랐다. 대형 할인매장인 돈키호테 그룹의 홈센터인 ‘도이토’와 ‘카인즈’ 등은 2011년 지진 이후 절전테마상품으로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이 아닌 인터넷 쇼핑몰이나 홈쇼핑에서도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구입할 수 있다. 일본 최대의 인터넷 쇼핑몰 라쿠텐은 휴대용부터 비상전력용까지 다양한 용량의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태양광 발전 시스템 유통이 B2B에서 B2C로 확대됨을 의미한다. 소비자가 직접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선택하고 설치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태양광 기업들은 B2B 유통 구조에서 중요하게 여겨졌던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브랜드와 A/S 등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붕 대여제, 부동산업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

2012년 도입한 ‘지붕 대여제’는 기존 B2B 유통구조에 부동산업의 성격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지붕 대여제’는 발전사업자가 일정 면적의 지붕을 빌려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 생산한 전력을 전력회사에 판매하여 얻은 수익의 일부를 임대인에게 지불하는 제도이다. 일본 정부는 정부 주도로 ‘지붕 대여제’를 도입했다. 독일에서도 일부 공장을 중심으로 지붕을 발전사업자에게 대여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지방 정부의 주도로 제도화하는 것은 일본이 처음이다. 가정에서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하고 전력을 판매해 얻는 수익으로 비용을 회수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태양광 발전 확산에 지장을 준다는 판단에서다. 도쿄도를 비롯하여 가나가와현, 군마현 등 지방 정부에서는 발전사업자와 지붕 임대인과의 중개를 시작했다. 가나가와현은 고등학교를 포함한 20개의 공공시설의 지붕을 임대하여 지방 정부 수익으로 이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방정부는 중개를 담당하는 디스트리뷰터(Distributor), 공공시설 지붕의 임대인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민간기업의 참여도 활발하다. 라쿠텐은 한화큐셀과의 합작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인 ‘RNH솔라’를 설립했다. RNH솔라가 주택과 건물 지붕의 임대 계약을 맺고, 라쿠텐이 발전소 운영·관리를, 한화큐셀은 발전 설비를 공급하게 된다. ‘지붕 대여제’가 도입됨에 따라 기존 유통 구조인 디스트리뷰터와 발전사업자사이에 지붕의 임대 중개 및 계약을 담당하는 기업이 나타나 부동산업과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며, 이들의 협상력 또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솔루션 사업이 확장되고 있다

태양광 산업이 불황에 빠지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단품 위주의 사업만으로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솔루션 영역까지의 확장은 당연한 전략이었다. 이에 따라 태양광 관련 전시회에서는 태양광 모듈과 인버터, 에너지 저장장치 등을 합쳐 전시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중국의 BYD, 프랑스의 Saft 등 배터리 관련 기업은 배터리를 중심으로, 독일 SMA 등은 인버터 등 중전기기를 중심으로한 솔루션을 내놓았다. 태양광 솔루션의 원가는 모듈이 40%, 주변기기를 포함한 BOS(Balance Of System)이 60%를 차지하고 있다. 셀/모듈 사업이 저수익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배터리와 인버터, 케이블 등에서의 수익성 확보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태양광 기업 역시 솔루션 사업으로의 확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이에 더해 정부의 ESS(Energy Storage System) 보조금 지급 정책에 힘입어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ESS의 결합은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계획 정전 및 비상시 정전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과 가정에 ESS보급을 장려하고 있다. ESS 설치시 비용의 1/3 수준을 중앙정부에서 보조하기 위해 2012년부터 210억엔의 예산을 배정했고, 각 지방정부에서도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ESS용 전지, EMS(Energy Management System)를 결합한, 마이크로그리드의 일환인 ‘스마트하우스’ 판매가 본격화되고 있다. 파나소닉은 태양 광 발전 시스템 과 ESS , HEMS(Home Energy ManagementSystem), 스마트미터를 결합한 ‘파나 홈(Pana Home)’을 통해 실증 사업을 추진 중이다. 태양전지 제조기업인 교세라도 삼성SDI, 니치콘과 함께 태양광+ESS+HEMS(Home Energy Management System)를 패키지로 한 사업을 시작했다.

가전기기와 전기차도 연결태양광 발전과 ESS, HEMS 등 태양광 발전시스템에 국한된 솔루션을 넘어 가전기기나 전기차 충전기 등과 연결한 확장된 솔루션 사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히타치는 태양광 발전과 보안시스템, 빌딩 관리를 연결한 ‘BIVALE’이라는 솔루션을 내놨다. 보일러, 가스배관, 태양광 발전 시스템 등에 센서를 부착하여 에너지 생산과 소비에 대한 관리를 할 뿐만 아니라 냉난방 공조와 가스 누출 등에 대한 모니터링과 제어를 포함한 빌딩 관리, 보안 시스템까지 결합했다.

혼다는 최근 구축한 실험용 스마트홈에서 태양광 발전과 HEMS를 연결하여 냉난방, 환기, 조명, 온수, 가전기기는 물론 전기차 충전에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얻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동차 기업인 혼다가 스마트홈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이유는 전기차 배터리를 가정 전력망의 중심축으로 활용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본의 태양광 산업에서 추구하고 있는 솔루션 사업은 태양광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 저장, 사용하는 것을 넘어 태양광 발전을 중심으로 한 마이크로그리드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국내 기업에게 기회인가, 위협인가

일본 태양광 시장의 부활은 국내 태양광 기업에게 ‘가뭄에 단비’와 같았다. 일본 태양광 시장은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폴리실리콘, 셀/모듈 등 전체 밸류체인에 걸쳐 30~40%(2012년 기준)까지 떨어졌던 국내 기업들의 공장 가동률이 2013년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80~90% 수준으로 개선되었다. 이에 따라 OCI, 한화 등 국내 태양광 기업들은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국내 기업에 유리한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내수시장은 일반적으로 자국 기업의 기술력을 중심으로 성장한다는 폐쇄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어 가격 경쟁력만으로 쉽게 진입하기 어렵다. 특히 일본 태양광 시장은 주택용 비중이 80% 수준으로 월등히 높아 고효율에 대한 니즈도 크다. 때문에 가격 경쟁력만으로 세계 태양광 시장을 장악하고있던 중국 기업들이 일본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브랜드와 철저한 A/S, 장기 보증 등의 강점을 가지고 일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선두에는 한화그룹이 있다. 한화는 한화 솔라원과 한화큐셀을 통해 소프트뱅크, 마루베니상사, 스미토모 상사 등과 모듈 공급 계약을 맺었고, 라쿠텐과는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한화는 지난해 총 520MW를 수출해 일본 시장에 진출한 해외 기업 가운데 최대 판매고를 올렸다. LG전자도 올해 일본으로의 수출 목표를 200MW로 지난해보다 높여 잡았다. LG전자는 고효율 제품과 브랜드를 내세워 중국 제품보다 가격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작년에182MW를 일본으로 판매했다.

LS산전의 접근은 조금 다르다. 경쟁사들보다 한 발 앞선 2009년에 일본 시장에 진출했고, 태양광 셀과 모듈 판매 대신 태양광 발전솔루션으로 진출하고 있다. LS산전은 공급 과잉이 심한 태양광 셀, 모듈을 배제하고, 인버터, 배전반, 변압기, 모니터링 시스템, ESS 등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전력설비 공급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태양광 산업의 불황기였던 2010년에도 흑자를 기록했고, 2013년에는 1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 태양광 시장은 지금까지 중국의 기세에 눌려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국내 태양광 산업의 돌파구가 되고 있다. 태양광 제조기업뿐만 아니라 LS산전과 같은 발전 시스템을 제공하는 기업, 또는 ESS를 중심으로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구성하는 기업, 발전소 건설/시공을 하는 기업 등도 합작을 통해 진출할 수 있어 국내 기업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공세도 거세다. 아직까지 일본 내 점유율이 잉리솔라 6.7%, 트리나솔라 3.1%로 일본 기업과 국내 기업의 점유율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반덤핑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 기업 입장에서 일본은 공략해야만 하는 시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기업 역시 일본 기업과의 협력, OEM 공급 등을 통해 점유율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잉리솔라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 설치업체인 웨스트홀딩스와 판매 제휴를 맺었다. 중국 기업은 샤프, 도시바 등 생산능력이 부족한 기업들의 OEM 공급자가 되어주기도 한다. 중국산 OEM까지 포함하면 중국 제품의 일본 시장 점유율은 16%까지 올라간다. 브랜드와 기술력, 신뢰성 등에서 열위를 나타내고 있는 중국 기업이지만, 점유율 확대를 위해 저가 전략을 지속적으로 구사한다면, 국내 기업의 일본 시장 내 지위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보조금 감축의 리스크도 존재한다. 몇 년전 독일과 이탈리아의 사례처럼 보조금으로부터 촉발된 시장이 보조금 축소로 인해 버블이 꺼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은 10kW 미만 주택용 잉여전력에 대해 10년간 kWh당 38엔(세금 포함), 10kW 이상 비주택용 발전설비 대해 20년간 kWh당 37.8엔에 전량 매입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FIT 금액을 매년 축소하고, 기준가격 적용기간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변수가 존재한다. 2012년 42엔에서 2013년 38엔으로 줄었고, 조만간 30엔 정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고비용의 발전이 증가해서 이용자의 부담이 무거워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이다. 이렇게 되면 수익의 보전을 위해 EPC, 발전사업자 등 다운스트림에서는 저가의 모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고, 가격 경쟁력을 이미 확보한 중국 기업에게는 유리한 상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