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가 지난 10월 4일부터 20일간의 일정으로 시작됐다. 올 국감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등장한다. IT업계 인사들 다수가 증인으로 채택된 것. 올 국감에서는 애플 아이폰의 애프터 서비스(AS) 문제와 010 번호 통합 문제, 스타크래프트2 불공정 공급 논란 등 IT업계의 다양한 이슈에 대한 쟁점이 부각될 전망이어서 눈길을 끈다.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손님은 역시 애플코리아다. 이미 수많은 지적을 받은 바 있는 아이폰 3GS의 AS 문제와 불공정 약관, 각종 소비자 분쟁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아이폰 관련 문제에 대해 나석균 KT 개인사업본부장과 박정훈 애플컴퓨터코리아(애플코리아) 부장을 각각 일반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하고 10월 5일 열리는 정무위 국감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국회가 나서서 특정업체의 통신기기를 심의하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특히 애플의 AS 정책에 대해 국회가 상대하겠다고 나선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구글 등 해외 IT업체에게 늘 강경한 태도로 일관했던 중국에서도 없던 일이다.

또 IT 관련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가 아닌 정무위에서 아이폰 AS 문제를 심의하겠다는 점이 흥미롭다.

아이폰과 관련한 쟁점은 크게 2~3가지로 압축된다. 가장 큰 문제는 허술한 AS 논란. 일명 ‘리퍼폰 정책’으로 알려진 아이폰의 AS 문제는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늘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아이폰 관련 피감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산하기관인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아이폰 3GS의 고장 수리 불만이 올해 들어서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국내 규정 지켜라” vs “우리는 할 말 없다”

여기에 애플코리아 측이 공정위가 제시한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 대신 미국 애플 본사가 갖고 있는 품질 보증 책임만 내세우고 있다는 점도 쟁점 중 하나다. 애플은 한국 외에도 자사 제품을 출시한 모든 나라에서 자사 고유의 품질 보증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공정위 측은 “국내에서는 국내 규정을 지켜야 옳은 일”이라면서 자사의 원칙만 고수하는 애플에 대해 단단히 벼르고 있는 눈치다.

또한 최근 들어 심심찮게 불거지고 있는 아이폰4의 수신 불량 문제나 시즌2 개통 연기 논란도 이번 국감 현장에서 등장할 수 있는 이슈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정작 증언을 해줘야 할 애플코리아가 국감 참석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의 국내 활동 방향은 미국 본사의 정책을 따라가고 있다. 미국 본사가 허락하는 선에 한해서만 국내 활동이 가능하다. 만약 애플 본사가 국감 출석 거부 결정을 내리면 애플코리아도 자연히 국감 출석 거부 결정을 따라야 한다.


지난해 국감에도 앤드류 써지웍 애플코리아 대표가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해외 체류를 사유로 들어 불참했다. 올해도 애플 본사는 국감 참석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출석 당사자인 박정훈 부장도 “국감 출석에 대해 딱히 할 말이 없다”면서 “본사의 결정에 따라 행동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애플 측이 국감 참석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국회법 때문이다. 국회법 제127조의 국정감사 관련 조항에 따르면 “국감 참고인은 국감에 불참해도 법적인 제재를 받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이번 아이폰 관련 문제의 증인은 애플이 아니라 KT다. 애플은 참고인 자격이다. 국회에 나가서 호되게 야단을 맞을 바에야 그냥 입을 닫는 것이 낫다는 셈이다.

애플이 국감에 출석하지 않으면 아이폰 문제에 대한 해명은 KT가 모두 떠안아야 한다. KT 관계자는 “나석균 본부장이 10월 5일 정무위 국감에 출석해 성심껏 답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감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던 애플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KT 측은 “전국 60여 개 KT 서비스센터에서 아이폰 AS를 맡아 꼼꼼히 진행해왔다”면서 “그 동안 아이폰 고객센터를 운영해 온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AS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하겠다”고 말했다.

아이폰 AS 논란은 빙산의 일각이다. 국회의 눈은 스마트폰 전체로 쏠려있다. 정무위가 애플과 KT 관계자를 참고인과 증인으로 채택한데 이어, 문방위가 이동통신 3개 업체 관계자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문방위는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표현명 KT 사장, 정일재 LG유플러스 사장 등 개인무선사업 부문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스마트폰 AS와 보안 대책 등에 대해 질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의원들은 “스마트폰 가입자의 증가세에도 스마트폰의 AS 관련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할 전망이다. 또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 스마트폰 보안 대책 강화도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아이폰 제품의 수신 불량에서 촉발된 스마트폰의 통화 품질 문제, 무선 데이터 무제한 사용으로 인한 트래픽 폭증과 서비스 품질 저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애플 iOS, 구글 안드로이드 등 해외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국내 시장 점령에 대한 대안,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확정한 010 번호통합 정책과 2G 가입자의 스마트폰 사용 가능 여부 등에 대해서도 질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게임업체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코리아(이하 블리자드)도 올해 국감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문방위가 공지한 증인 및 참고인 명단에 따르면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의 개발사 블리자드의 한국지사장 마이클 길마틴이 포함된 것.

‘스타2’ 블리자드도 국감 등장할 듯

전국 PC방 업주들의 연합체인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도 이례적으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등장한다. 최승재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 이사장은 길마틴 블리자드 지사장과 함께 국감 첫 날인 10월 4일 출석하게 됐다.

최 이사장은 그동안 블리자드의 신작 게임인 ‘스타2’의 PC방 요금이 시간당 219원으로 개인 요금인 13.7원보다 16배나 비싸다며 차별을 없애달라고 주장해왔다. 블리자드는 지난 9월18일, 스타2를 상용화하면서 PC방에는 온라인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우(WOW))’와 동일한 과금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 이사장과 길마틴 지사장이 함께 증인으로 채택된 것을 미뤄 볼 때 이번 국감에서는 블리자드 측의 스타2 PC방 요금정책의 불공정 여부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룰 것으로 게임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정백현 기자 jjeom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