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전 국민의 마음을 할퀴고 지나간 지 한 달 반여가 지난 지금, 한국경제가 또 하나의 세월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생산과 소비가 동반 침체하며 각종 경제지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는 까닭이다.

한국경제의 위기는 정부의 공식통계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이 4월 30일 발표한 ‘4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4월 국내 전체 산업 생산은 서비스업의 감소를 중심으로 전월 대비 0.5%나 줄었다. 서비스업의 경우 예술·스포츠·여가업(-11.6%)과 음식·숙박업(-3.2%), 도소매업(-1.8%) 등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며 전월보다 1.0% 감소했다.

소비량를 보여주는 소매판매 또한 내구재(-0.3%), 준내구재(-3.0%), 비내구재(-1.9%)가 모두 감소하면서 전월 대비 1.7% 줄었다. 2월에 설날 기저효과 영향으로 3.1% 감소했다가 3월에 1.8% 증가로 반전했으나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생산과 소비가 동반 침체하고 있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세월호 참사가 꼽히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대형 재난의 경우 경제심리의 악화를 동반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를 오롯이 세월호 참사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다행일 수 있다. 개별 사건이 몰고 온 침체라면 단기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등 과거 대형 재난이 일어났을 때에도 경제심리는 매번 약화됐지만 그것이 오래간 적은 없었다.

문제는 현재의 위기가 단순히 세월호 참사로 인한 것이 아닌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생산 및 수출의 경우 최근 지속되고 있는 환율하락의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1050원 밑으로 떨어진 원 달러 환율은 5월 30일 1010원대까지 떨어졌다. 5월 19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들이 예상하는 손익분기점 환율은 1038.1원이었다. 손익분기점 환율보다 30원 넘게 떨어진 이상 해당 중소기업들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기업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으로 보인다. 원화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이상 웬만큼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 아니고서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소비 침체 현상도 상당 부분 구조적인 모순에 기반한 듯 보인다. KDI가 5월 26일 내놓은 ‘연령별 소비성향의 변화와 거시경제적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최근 10년 동안 모든 연령층에서 평균 소비성향이 감소했고 노령층에 접어들어서도 평균 소비성향은 개선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소비 위축이 단순히 어제오늘의 일이거나 세월호 참사로 인한 것만이 아닌,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사회현상이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권규호 KDI 연구위원은 “최근 민간소비 부진은 일자리와 주거, 노후에 대한 불안이 소비여력을 없애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의 소비 활성화 대책도 단기적인 수요진작의 관점보다는 구조적인 대책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생산 및 소비의 동반 침체 사태와 관련, 정부의 근시안적인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는 5월 30일 재래시장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 1000억원을 10% 할인한 가격에 팔고, 공무원들에게 복지포인트를 조기 사용하도록 권고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소비진작 대책을 내놓았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경기부양을 통한 생산, 소비 활성화나 안정적인 환율 운용을 위한 대책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이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의 임희정 연구위원은 “생산과 소비의 동반 부진은 경기가 좋아지면 자연히 풀릴 수 있는 문제”라며 “기업들로 하여금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게 할 수 있는 규제완화책이나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 등 근본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임 연구위원은 “정책시차가 있는 이상 이 같은 대책이 가시적인 성과로 바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긴 시간을 두고 고민해야 하는 문제인데 빠른 효과만을 노린 대책들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