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민군기술협력 박람회에 참석해 격려하고 있다(사진제공:킨텍스)

보안을 생명처럼 여기는 국방분야에 처음 도입돼 활용하기 시작한 군사기술들이 우리 생활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되는 시대가 됐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술과 제품이 군수용 기술을 기반으로 탄생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누구나  놀랄 수밖에 없다.

군사기술은 이미 운전자의 필수품이 된 내비게이션이나 가정용 청소로봇,각종 웨어러블 시스템 등에 적용되고 있다. 이 외에도 우리 생활 속에 군수용 기술은 광범위하게 활용돼왔고 앞으로도 유망사업 분야에 널리 적용될 전망이다. 정부도 민수전환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새로운 시장을 여는 신사업 개척자인 군수용 기술의 민수화에 주목할 때다.

<세상을 바꾼 인터넷도 방산기술에서 출발>

 지난 2010년 백령도 해상에서 우리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이 피격돼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해 전 국민이 충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반 토막난 천안함의 함미를 찾아내는 데 최첨단 군사장비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작은 어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뉴스는 큰 화제였다. 천안함 함미를 찾는 데 큰 기여를 했던 것은 다름 아닌 250만원짜리 ‘어군탐지기’였다. 작은 배에 달려 있는 이 장비는 배 밑바닥에서 초음파를 쏘아 반사돼 오는 이미지로 물고기떼 등을 포착하는 기기다. 이런 기본 원리는 당초 민수용 빙산탐지기에 원용됐으나, 제2차 세계대전에서 잠수함 탐지 등 군사기술로 발전했다가 전후 어업용 어군탐지기로 진화한 것이다.

군사기술이 산업용으로 활용된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는 자동차 길 안내에 사용되는 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즉 요즈음 어느 자동차에나 장착되어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운전자들에게는 매우 친근한 내비게이션이다. 위성에서 수신자에게 정확한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이 시스템은 본래 군사용으로 개발됐다. 이후 1983년 KAL 007기 추락을 계기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민간용 항공기의 보조항법장치로 사용하도록 허가해 비로소 최초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상용화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 1970년대 적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군사목적으로 쏘아올린 24개의 GPS 위성을 민간용코드로 전면 개방한 2000년부터다. 이때부터 전 세계적으로 GPS 내비게이션 제품이 쏟아나오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운전할 때 없어서는 안 될 생활 필수품이 됐다.

또 군사작전구역 내에서 지뢰밭을 활보하고 다니던 지뢰탐지로봇이 이제는 안방까지 들어와 거실을 다니며 청소하는 모습은 생활 속에 흔한 현상이 됐다.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이 초음파 센서를 활용해 개발한 장애물을 피하는 청소 로봇은 유명하다. 특히 삼성전자가 개발한 ‘크루보’는 최적의 항로를 결정하는 크루즈 미사일의 순항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군사용으로 시작된 초음파 영상기술도 건강상 부작용이 많은 방사선(X-ray)을 뛰어넘는 의료용 진단장비로 활용된 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광활한 대지 위를 비행하면서 농작물에 농약을 살포하는 작은 무인항공기. 최근에는 북한의 무인항공기가 청와대 상공에 나타나 그 주변까지 촬영해 갔다고 하는데, 그 무인항공기가 사실은 첩보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내던 군수용 기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농촌에서 농약 살포기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 외에도 군사기술이 산업용으로 활용된 사례는 부지기수다. 미국의 군사통신체계 알파넷이 오늘날 인터넷의 시초였고 군수분야에 적용되던 탄약용 충격센서 설계 기술이 자동차용 노킹센서 개발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군사용으로 시작된 초음파 영상기술도 건강상 부작용이 많은 방사선(X-ray)을 뛰어넘는 의료용 진단장비로 활용된 지 오래다.

사진제공=국방부

<어떤 군사기술을 민수사업에 적용했나>

최첨단 응용 기술을 모두 투입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군사기술은 돈보다는 얼마나 기능이 우수한가가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기술에선 시도할 수 없는 최신 응용기술이 접목돼 있다. 특히 보안과 연관된 기술이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고 민수사업에 더 많이 쓰이고 있다.

보안은 감시뿐만 아니라 패턴, 정밀, 범위 등 관찰하기 위한 모든 것을 포함한다. 최근 보안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지면서 앞으로 민수화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실효성과 완전성이다.

군에서는 더 나은 기술로 상대보다 더 뛰어난 장비 및  정밀한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의료용이나 금융권, 로봇, GPS산업 등 같이 오류가 없어야 하는 첨단 산업에서 선구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기술들을 토대로 현재 자동차의 블랙박스나 방범장치, 가정용 로봇청소기, 웨어러블 시스템 등으로 발전돼 현대 생활환경에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민군협력 박람회에 모습 드러낸 민수화 대표사례>

일산 킨텍스에서 지난 29일부터 오는 6월 1일까지 진행되는 민군협력 박람회에서 그간의 민수화 사례와 미래의 다양한 기술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박람회는 크게 전시행사와 학술회의, 부대행사로 나뉘며 진행되며 전시장 구성은 3개의 주제를 바탕으로 구분했다. 민군군사협력관과 국민체험관, 기업전시관으로 세분화해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큰 관심을 받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민간기술관에는 조종사용 안경형 영상 시현기와 고강도 소재인 복합섬유 등을 전시했다. 창조협력관에는 관람객의 흥미를 끌 만한 요소가 다양하다.

다목적 근력증강 웨어러블 로봇과 이라크 자이툰부대에서 감시정찰용으로 활용된 톱해즈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기업지원관에선 세계 최초로 전기식으로 개발한 포구자동청소기 등 최신 군사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미니인터뷰/나루시큐리티 –김혁준 대표

1. 군사기술의 민수화 의미는.

군 기술의 특징은 민간기술과 달리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극한의 상황에서 성공적인 작전수행을 위한 기능에만 주안점을 두고 개발된다.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증적시스템 역시 개발 당시 주요 군사시설에 대한 타깃공격을 탐지/대응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후 급변하는 사이버공격환경의 변화로 농협시스템에 대한 타깃공격, 3.20 그리고 6.25 사이버테러 등 고도의 공격기법을 사용한 공격이 민간영역에 일상화되었으며 이러한 사고로 발생하는 피해는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증가하였다.나루씨큐리티에서 기술이전을 통해 민수화한 증적시스템은 군 작전수행을 목표로 개발된 특수 시스템이 공격의 변화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민간영역에 적용되어 사이버 타깃공격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금번 민수화의 의의로 볼 수 있다.

2.현재 기술력 수준은.

나루씨큐리티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핵심기업인 eBay Inc.에 민수화기술을 시험적용하였으며 국내 삼성전자, 외환은행 등에 컨설팅 및 제품을 공급 했다. 또한 해외진출 및 국내시장 확대를 위한 사이버인텔리전스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나루씨큐리티의 타깃공격 탐지기술은 다양한 보안제품이 설치된 주요 기관에서 이러한 장치를 우회하여 내부자원탈취, 시스템파괴 등의 목적으로 내부에서 발생하는 공격행위를 탐지하는 것으로 정보보호 시장의 최첨단을 걷고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매우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3. 앞으로의 과제는

나루씨큐리티는 이전된 기반기술을 이용하여 민간 및 공공 영역은 물론 최근 각광받고 있는 사물인터넷, 원자력발전소 등 국가 주요 기반시설에 대한 타깃공격 대응장치를 개발해 첨단기술의 진화에 발맞춰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