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미래학회 소속 미래학자들이 지난 5월26일 제롬 글렌 국제미래학회장 방한을 계기로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박진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장순홍 한동대학교 총장,이남식 한국계원예술대총장,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제롬 글렌 국제미래학회장,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 안종배 한세대학교 교수.[사진=이미화기자}
국제미래학회에서 활동 중인 7인의 미래학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세월호 참사와 북한의 도발, 연이어 터지는 안전사고까지 대한민국의 위기와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에 어떻게 대비하고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해 다채로운 의견이 교환됐다. 각종 재난과 안보문제도 치밀한 전략적 사고와  미래를 보는 혜안 없이는 쉽게 구할 수 없다는 작은 깨달음을 던져준 좌담회였다.

지난 5월 26일 서울 대학로 ‘기술인문융합연구소’에서 ‘대한민국 위기와 미래’라는 묵직한 주제를 놓고 관록 있는 미래학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미래학자들은 안전‧안보‧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처방전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좌담회에는 미래학계의 거두로 현재 국제미래학회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제롬 글렌(Jerome Glenn) 회장이 참석, 좌담회에 무게를 더했다.

이날 좌담회의 좌장을 맡은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모두발언부터 분위기를 잡아갔다. 김 원장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안전사고가 터지면서 우리 사회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인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을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이 외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기술과 상품을 ‘디스카운트(Discount)’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 원장은 이어 “사고 대처의 허술함 등에 대한 원인을 짚어보자면 그동안 우리가 현상에만 집중하고, 미래를 그리지 않아서가 아니였나 생각해본다”면서 “안전사고뿐 아니고 안전과 안보, 재난에 대한 전략과 관리 시스템을 지금에라도 확실하게 논의하고 사회 담론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선 안보문제부터 거론됐다. 박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석좌교수(정치학)는 “우리는 남북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통일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으로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현재 여러 가지 분야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북한 김정은 체제의 절대 권력 확립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과 핵무기를 정치적인 수단이 아닌 실전 배치로까지 인식하고 있다는 점 등이 우려스럽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박 교수는 “북한의 경제상황은 한국의 1970년 초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이는 중국‧베트남‧라오스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래서 북한이 경제적으로 홀로서기가 어렵다고 판단된다. 이런 상황에서 핵 능력을 강화해 재래식 무기 의존도를 낮춰 국방비를 감축하려는 게 김정은 정권의 전략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든 GDP 수준을 고려하면 이 같은 ‘병진노선’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북한이 갑작스럽게 붕괴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와 관련, 북한의 비핵화를 우선조건으로 내세우면서 경제 분야에서 남북경제공동체를 꾸려 북한은 자원을 조달하고 남한은 기술 등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변국에 대한 입장과 온도 차가 있는 만큼 대미 관계는 돈독하게 다져야 하고, 한일관계의 긴장도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그는 주문했다. 통일을 이루기 위해선 동북아 주변국에도 통일이 좋은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인식을 계속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국제미래학회 학술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종배 한세대학교 교수는 이번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제도시스템 정비 외에도 직업윤리 부재와 같은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안 위원장은 “실질적인 시스템이 없어 우왕좌왕한 데다 물질과 금전만 중요시하는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해 사고가 더욱 악화됐다”면서 “이런 분위기는 세월호 참사를 넘어서 전사회적인 문제라고 본다. 직업윤리 의식과 프로페셔널에 대한 의지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장순홍 한동대학교 총장은 국내 원자력 발전에 관한 세계적인 안전전문가답게 자연재해나 원전 사고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장 총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을 때 일본 정부가 초청한 전 세계 원전 권위자 5명 가운데 한 명으로 후쿠시마 사고 현장을 둘러본 경험을 설명하면서 한국이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장 총장은 “일본 사람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자연재해로 보기도 한다”며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연재해와 재난에 대비하지 못한 것, 기계 고장 등은 모두 인간의 실수에서 촉발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인간이 모든 것을 잘못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며, 안전문화 수립과 안전에 관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총장은  “안전문화는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문화다. 실무자부터 최고경영자까지 안전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이에 맞는 정책을 세우고 실무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국내에서 심각한 것은 안전 지식의 부재다. 전문성의 부재가 가져온 결과겠지만 공무원과 기타 부처의 관계자, 종사자들의 전문성을 기르고 높이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제미래학회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이남식 한국계원예술대학교 총장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반성을 통해 아픔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며 “지난 60년간 우리는 세계 어떤 국가보다 빠르게 성장해왔으며, 고도 압축 성장 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각지대들이 발생하면서 이런 것들이 결국 문제를 촉발시키는 원인이 됐다”고 입체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이 총장은  “안전사고라는 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일상에서는 겪기 어려운 매우 극단적인 상황인 만큼 철저한 훈련과 대비책이 필요하다. 결국은 안전사고에 대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갖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미래학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설파했다. 그는 “미래학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미래학이라는 것도 아직 발생하지 않은 시나리오를 만들고,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가져가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라며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것은 여러 가지 예견할 수 있는 증상들로 이런 위험도를 낮추는 것과 동의어다. 이번 기회에 우리는 전체적으로 국가의 안보, 재해, 경제, 우리 삶의 미래에 대해 미래학적인 연구 필요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미래학회 국제협력위원장인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이날 통역을 겸하며, 국가의 재난을 방지하고 대비하는 데도 결국 어머니의 자애심과 세심함 같은 정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