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영아파트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과거 재산증식을 위해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었던 아파트. 하지만 이러한 아파트들도 점차 수명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건축, 리모델링 등 도시정비사업이 노후화·시장침체로 한계에 선 주택시장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재건축, 리모델링 등 도시정비사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서울에 위치한 아파트 연령은 16.9년이고, 인접지역인 인천은 평균 20.3년으로 사람으로 치면 이미 중년을 넘어섰다.

여기에 올 초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소형주택 의무비율 완화 등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와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등으로 과거 몇 년간 정체됐던 도시정비시장이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기대감을 드러내며, 재건축‧리모델링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개포 1단지 재건축 통과…강남 부동산 ‘술렁’

올 초까지 수도권 부동산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재건축 재개발 조합원 2주택 분양 허용 등 정부의 지속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의지에 힘입어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전·월세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된 2.26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을 기점으로 수도권 주택매매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일제히 꺾였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하락세가 결정타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가 최근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 아파트인 개포주공 1단지와 둔촌주공아파트의 건축계획안을 통과시키며 침체 일로였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개포주공 1단지 건축심의 통과와 2‧3단지 사업시행인가 소식으로 수도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10주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개포 1단지 인근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실제로 건축심의가 통과된 개포주공 1단지의 경우, 5월 21일과 22일 하루 사이 호가가 5억7500만원에서 5억 8500만원으로 올랐다”며,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개포주공 2단지도 가격이 하루 사이 500만원 정도 올랐다”고 전했다. 또 건축심의를 통과한 둔촌주공  1단지도 6억원 선이던 전용 58㎡ 매물이 6억2000만원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 및 송파구의 재건축사업도 원활하게 추진되고 있다. 송파구에서는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가 지난해 말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사업을 추진 중이며, 풍납동 우성아파트가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있다. 서초구에서도 반포한양아파트가 관리처분계획을 마쳐 사업 막바지에 들어섰고 삼호가든 3~4차를 비롯해 잠원우성, 한신 5~6, 18차, 서초한양 등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상태다.

여기에 재건축사업의 족쇄가 됐던 재건축 부담금과 공공시설 관리자비용 부담금, 기반시설 설치비용 부담금 등이 폐지되는 것도 재건축 시장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제1차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3년도 부담금 평가 결과 후속조치계획 및 2014년 추진계획’을 의결했다. 재건축 부담금은 주택시장 침체로 2013년 부과가 중지된 바 있으며, 이번에 규제완화 차원에서 폐지됐다.

리얼투데이 관계자는 “강남권 요지의 7개 단지 총 2만1043가구가 일제히 시와 구의 심의 문턱을 넘으면서 이 일대 재건축 시장이 활기를 띨 전망”이라며, “그동안 침체가 길어 시세가 많이 떨어진 만큼 주요 단지들이 사업에 탄력을 받으면 가격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사업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2.26 전월세 대책으로 인한 심리적 영향으로 당장 매수세가 살아나기 힘든 상황”이라며, “다만 재건축 시장의 급반전은 어려워도 약세를 보이던 강남권 재건축 가격이 떨어지지 않게 지지해주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수직증축’ 날개 달고 리모델링 ‘가속도’

리모델링 수직증축이 4월 25일을 기점으로 전면 허용되면서 리모델링이 주택 시장의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 수직증축 리모델링안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서울 강남과 성남 분당 일대 추진 단지들이 사업에 탄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잠원한신아파트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이미 조합 설립을 마친 분당 야탑동 매화마을 1단지(562가구)와 한솔마을 주공5단지(1158가구)는 사업에 속도를 내 내년 중에 착공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분당신도시는 전체 아파트의 76%(8만6339가구)가 리모델링 대상으로, 수도권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12개 단지 중 8개 단지가 분당신도시에 몰려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에서도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기대감을 드러내며, 리모델링 시장을 틈새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 리모델링 수직증축이 기존 수평‧별동 증축보다 사업비가 30% 정도 절감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현재까지 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건설사들은 국내 최다의 리모델링 사업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쌍용건설을 비롯해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 포스코건설 등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과 분당 등 입지 측면에서 검증된 단지들이 수직증축을 추진하는 만큼 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리모델링 수직증축이 새로운 시장인 만큼 관련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보고, 본격 수주전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VS 리모델링’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해야

정부의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으로 기존 재건축‧재개발 중심의 도시정비사업에서 리모델링이라는 날개 하나를 더 달게 됐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향후 도시정비시장이 재건축‧재개발과 리모델링 양축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전문가들은 재건축과 리모델링의 사업성이 나오려면 일반분양 시 분양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는 고가 지역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 후 아파트 가격이 3.3㎡당 400만원이 넘게 오르는 곳만 사업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서울 강남권과 목동, 여의도, 경기도 분당신도시 등이 해당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노후된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을 경우, 재건축과 리모델링 중 어떤 것이 유리할까. 통상 건물을 완전히 부수고 짓는 재건축은 지은 지 40년이 돼야 가능하다. 따라서 이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아파트에서 리모델링이라는 옵션은 희소식이다. 또한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소형 평수 아파트를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강제조항이 없고, 용적률도 거의 적용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수직증축에서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은 안전문제다. 안전진단에서 구조안전에 이상이 있다고 나오면 재건축해야 하기 때문.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사실 고층아파트의 리모델링 수직증축은 외국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라며, “우리나라의 리모델링 기술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사업성만을 목적으로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축규제 기준에서 보면 규제가 가벼운 리모델링이 더 효과적이지만, 리모델링보다 일반분양이 훨씬 많으면 재건축이 유리하다”며 “하지만 또 다른 변수가 많기 때문에 단지특성에 따라 꼼꼼하게 사업성을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