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솔루션 가진 회사가 금융업 하는 게 유리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 소장

국내 증권사는 홈트레이딩 시스템이 일반화돼 골치를 썩고 있다. 자체 시스템으로 관리하다가 일반화되면서 관리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네트워크와 IT 솔루션을 모두 가진 회사가 금융업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한 셈이다.

하지만 정부제도는 IT회사가 금융거래를 하는 것에 대해 소극적이다. 전자금융거래법 제28조와 30조에 명시돼 있는 금융위원회 허가에 대한 내용이 IT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하는 데 걸림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사실상 비금융기업들은 마지막 단계에 은행이나 카드사와 같은 금융사와 제휴를 해야 한다. 관련 영업을 하지 못하는 것이고, 뛰어들 수 있는 분야는 전자결제대행업자로 실로 한정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최근 카카오의 소액송금 업무나 증권거래업무도 금융결제원이나 은행, 카드사와 연계해 서비스해야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외에도 수수료 장사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한때 증권사는 0.5%의 수수료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0.01% 수수료밖에 챙기지 못하는 실정이다. 차별화된 아이템이 없는 국내 증권사들은 주로 주식거래 수수료로 장사하는데 온라인 모바일 거래가 일반화되면서 협의수수료라는 게 보편화됐다. 전화로 주문하면 0.5% 수수료가 아닌 0.1%까지 깍아주고 온라인으로 하게 되면 0.1%를 받게 되어 있지만 보통 0.01%대로 깍아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막대한 전산 비용에 지점 비용 등 감당이 되지 않는 것이다. 대형사, 중소형사 할 것 없이 모든 증권사 대부분 지점이 거의 동일한 업무를 하기 때문에 수수료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단 저렴한 수수료로 투자자들만 모집하게 되면 언젠가는 본전 이상의 수익을 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자본 시장이 왜곡된다는 것이다. 차별성 없는 서비스에 저가 수수료로 경쟁하다 보면 어딘가에서 불완전 판매가 나올 것이기 때문. 본질적으로 금융업계가 수수료 장사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상품을 출시해야 한다.

금융당국도 특화 전략을 취하는 회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시스템을 도입해 경쟁을 부추겨 실질적인 문제를 풀어야 한다.

 

“금융사가 IT기업 감사하는 상하구조 걸림돌로 작용

이동산 페이게이트 이사

금융사들이 IT기업들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본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사에 대해 직접적으로 보안감사를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금융업계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반면, 금융사는 보안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IT기업에 대해서는 직접 감사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더 좋은 보안능력과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런 상하구조에서는 금융업계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 이상 금융서비스를 할 수 없는 구조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도 보안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진입하는 것을 막진 않고 있으나 IT기업 등이 증권회사로 발전해나가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 IT기업들이 금융권에 진출하려면 기본적인 보안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하지만 전자금융거래법에선 비금융회사가 금융업자로 활동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제28조와 제30조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고 자본금이 50억원 이상이면 전자화폐를 발행·관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자본금 20억원을 충족하면 전자자금 이체 업무까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비금융회사가 한국에서 금융업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 전자화폐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등록이 아닌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애매한 법 제도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금융권 탓에 IT기업이 독자적으로 금융서비스를 할 수 없는 상태다. 예를 들어 여신전문금융업법은 국내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선 신용카드사업자 허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결제 시 필요한 본인 인증을 은행과 카드사만 할 수 있도록 해 IT기업이 더 좋은 기술을 갖고 있어도 꼭 은행·카드사와 손을 잡아야 한다. 전금법은 결제 사업을 하기 위해선 전자결제대행업(PG) 허가를 반드시 받도록 하는 규제도 담고 있다.

 

“은행권, 디지털화에 노력 기울여 경쟁력 갖춰야

김예구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

비금융회사들의 금융서비스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회사들은 ‘더욱 디지털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고객 접점인 스마트 채널에 대한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 인터넷·모바일뱅킹 서비스 제공과 스마트폰 전용 상품 개발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금융회사들이 가진 장점인 대면 채널에 다양한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대면 채널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단순 금융거래의 신속성을 높이고, 고객이 더 높은 가치의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디지털화’만 추진해서는 곤란하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니즈를 빠르게 인식하고 그에 맞춰 최적의 금융·재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과제다. 비금융회사들의 금융업 탈중개화가 강력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중국 알리바바와 같이 이미 대규모의 고객정보를 보유하고, 이를 활용해 고객에게 맞춤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 고객의 거래 내역을 분석해 고객에게 최적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미국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같이 금융회사들은 적시에 고객의 금융과 재무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금융 서비스 개발보다 고객정보 보호 시스템과 여건 마련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안과 같은 이용자 보호 측면이 우선

박근태 금융감독원 IT감독국 팀장

우리나라에서 IT기업들이 금융업에 진출하는 데 규제가 심하다는 것은 맞지 않다. 비금융회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금융업을 하던 금융회사도 전자금융업을 하려면 전자금융거래법 제28조항의 요건들을 충족해야 한다.

이는 은행뿐만 아니라 전자지급결제대행을 하는 업체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전자금융이란 얼굴을 보지 않고 진행되는 비대면 거래이기 때문에 더욱 보안이나 안전성에 대한 장치가 필요하다.

법 조항은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만든 것이지, 비금융사들의 금융서비스 진출을 막으려는 규제가 아니다.

만약 자본금은 적고 부채 비율이 높은 경우, 선불로 받은 돈을 가지고 도망을 가거나 회사가 문을 닫았을 때 등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이 때문에 금융업에 진출하려면 기준 조건을 갖추고 인가·등록을 받도록 한 것이다.

또한 개인정보에 대한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대행기관을 통한다면 회사 간 서로 고객의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데, 이때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다. 최근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건 등으로 금융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점검하고 감독하는 것이 금융감독원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