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조심하세요

친구 둘째 딸 돌잔치 선물을 위해 종로 금은방을 찾은 김모(31) 씨는 가격을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인터넷에서 확인한 이날 고시가격은 소매가격이 20만3000원, 도매가격이 18만7000원이었다.

그러나 금은방 주인은 카드를 내미는 김 씨에게 현금으로 사면 15만9000원까지 해주겠다며 현금 결제를 종용했다. 벽에 걸린 시세판의 가격과 차이가 나는 이유를 묻는 김 씨에게 돌아온 것은 “깎아줘도 불만이냐”는 퉁명스런 답변이었다.

지난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제 금시세가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고시가격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매매가 이뤄지는 현장에서 고시가격보다 3만~4만원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편차를 이용해 현금매입을 종용, 세금탈루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귀금속판매업중앙회가 이날 고시한 금시세는 전일보다 4000원이 급락해 소매가격이 19만9000원, 도매가격은 18만2600원이다. 그러나 아시아경제신문이 서울시내 금은방의 실제 거래가격을 확인한 결과, 금 한 돈(3.75g)의 실제 소비자 매입가는 15만9000원에서 16만2000원 사이였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13만원대를 오르내리던 금 한 돈 가격은 최근 2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매출이 급감하자 업주들이 현재의 시세가 형성되기 전 쌓아놓은 재고물량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면서 고시가격과 실거래가격 간에 괴리가 발생한 것.

귀금속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금값이 급등하면서 금은방들이 실제 매입한 가격과 고시된 가격과의 편차가 커지자 시세보다 낮춰서 팔고 있다”며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부르면 아예 매매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 관계자는 “도매가격은 국제시세에 당일 환율로 환산해 기계적으로 결정된다”며 “소매가격은 여기에 적정 마진을 더한 금액으로 고시가격이 아닌 가격정보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현금 매입 시와 카드 매입 시에도 가격편차가 심하게 벌어진다. 현금으로 구매할 경우 16만원 초반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금 한 돈이 카드를 제시하면 21만원까지 오른다.

가격편차가 무려 5만원 가까이 벌어지는 것. 사실상 소비자가 현금매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도록 강제해 10%의 부가가치세와 3%대의 카드수수료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금을 받고 판매할 경우 매출 신고를 누락해 과세를 피할 수 있고 카드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상당 부분 가격을 낮출수 있어 업주들이 현금거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 관계자는 “카드 계산 시 가격을 올려받는 경우는 거의 없어진 것으로 안다”면서 “판매업자 스스로 시장 가격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신문 김정민 기자 (jinkim@asiae.co.kr)
아시아경제신문 조혜수 기자 (chs900@asiae.co.kr)

오희나 기자 hn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