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제과의 롯데브랑제리 흡수합병 소식이 알려지며 롯데그룹의 ‘헤쳐 모여’ 행보가 또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식품관련 소규모 계열사로는 거의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롯데아사히주류의 흡수시점과 방법 또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롯데브랑제리 흡수합병
롯데제과는 롯데브랑제리를 8월1일부로 흡수합병한다고 26일 밝혔다. 롯데제과와 롯데브랑제리의 합병비율은 1:0이다. 2000년에 설립된 롯데브랑제리는 ‘보네스뻬’와 ‘프랑가스트’ 라는 브랜드명으로 백화점, 대형마트 내에 140여 개의 베이커리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편의점이나 패밀리레스토랑 등에 식빵, 바게트, 도너츠, 케이크 등 다양한 제품을 공급해왔다.
롯데제과 측은 “롯데브랑제리의 흡수합병을 통해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추진하던 제빵사업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실적이 바닥을 치다 못해 회사 자체가 존폐의 기로에 몰렸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브랑제리는 설립 이후 당기순손실을 기록하지 않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최근 3년간만 살펴봐도 롯데브랑제리는 2011년 30억원, 2012년 20억원, 2013년 4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결손금이 쌓이며 자본은 계속 줄어들었고 부채는 계속 늘어났다. 한때 100억원이 넘었던 자본은 지난해말 기준 7,000만원으로 떨어져 자본잠식을 눈앞에 두게 됐고 부채비율은 61824%까지 치솟았다. 가뜩이나 사업분야가 겹치는 상황에서 홀로서기가 어려워지자 큰 계열사에 흡수해버린 셈이다.
잇따른 ‘헤쳐 모여’로 효율성 제고
이번 흡수합병 소식에 대해 재계는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는 반응이다. 롯데그룹이 그동안 보여온 행보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부실 계열사나 유관사업 계열사를 대형 핵심 계열사로 넘기는 작업을 수년째 계속해왔다. 대표적으로 롯데브랑제리와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던 기린식품을 롯데제과가 인수한 것을 꼽을 수 있다. 롯데제과는 2009년 900억원에 인수했으나 적자를 면치 못하던 기린식품을 지난해 흡수합병했다. 앞서 2011년에는 롯데제약을 품에 안으며 식음료와 건강식품 사업을 하나로 묶기도 했다.
롯데제과 뿐만이 아니다. 롯데리아는 외식업 계열사들을 흡수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 2009년에는 패밀리레스토랑 사업을 꾸리는 푸드스타를, 이듬해에는 크리스피크림도넛을 판매하는 롯데KKD를, 2011년에는 롯데나뚜루를 흡수 합병했다. 특히 롯데나뚜루의 경우 아이스크림이라는 특성상 본래 롯데제과에 편입돼있었으나 외식사업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롯데리아에 병합돼 눈길을 끌었다.
롯데푸드로 이름을 바꾼 롯데삼강을 중심으로는 식품사업 계열사들을 끌어모았다. 식품첨가물을 생산하던 롯데쇼핑 식품사업 부문을 2009년 양도받은 롯데푸드는 2011년 파스퇴르유업, 2012년 웰가와 롯데후레쉬델리카를 차례로 흡수 합병했고 지난해에는 육가공 계열사인 롯데햄도 품에 안았다. 원재료 공수부터 완제품까지 영위하는 종합식품회사로 거듭난 셈이다.
재계에서는 롯데그룹 ‘헤쳐 모여’의 다음 타자로 롯데아사히주류를 지목하고 있다. 흡수 대상으로는 그룹의 주류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롯데칠성음료가 꼽힌다. 롯데칠성음료는 2011년 롯데주류BG를 흡수합병하며 주류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롯데아사히주류의 경우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가 지분 34%를 보유하고 있어 경우의 수를 따져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