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가 고공행진이 지속되면서 저렴하게 내 집을 장만하려는 이들이 경매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기준 없이 무턱대고 경매에 참여했다간 소위 ‘바가지’를 쓰기 십상이다. 올바른 부동산 경매 방법을 통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보자.

경매시장에서 최고의 인기 품목은 중소형 아파트다. 전셋집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부동산대책으로 대출 금리는 낮아져 소형 경매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늘고 있어서다. 경매 시장에서 소형 아파트는 부동산 경기와 무관하게 인기가 높다. 입찰 최저가가 전세금 수준으로 낮은 데다 입지가 좋고 대단지인 경우 응찰자가 많이 몰린다. 입찰장을 찾는 사람 중 십중팔구는 중소형 아파트를 사고자 하는 내 집 마련 실수요자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경매로 사면 싸게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일반인의 상식이 과연 맞는 것일까. 경매를 통해 아파트를 장만하면 정말로 큰돈이 남는 것일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경매로 기껏 싸게 사봤자 10% 안팎의 차익을 남기거나, 어떤 경우에는 시세 수준에 낙찰 받는 사례가 허다하다. 그래 놓고 희희낙락하는 투자자도 많다. 경매를 하면서 나중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을 감안하지 않고 낙찰가와 시세를 단순 비교하는 어리석음 때문이다.

부동산의 특성상 사람이 많이 모일수록 남는 게 없고 낙찰 받기도 쉽지 않다. 경매시장에서 아파트는 그런 상품으로 바뀌고 있다. 그렇다고 경매시장에서 ‘불후의 인기상품’인 아파트를 장만하려는 시도를 포기해야 할까. 그렇진 않다. 수요자들이 좀 더 싼값에 낙찰 받을 수 있는 전략은 분명히 존재한다.

내 집 마련용 중소형 경매 아파트 투자는 몇 가지 기준을 갖고 입찰에 나서야 한다. 경매 아파트는 남는 게 많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보수적으로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 특히 인기지역 내 전용 85㎡ 미만대, 아파트 값이 일시에 급등한 지역에 있는 중소형 아파트, 여러 차례 유찰돼 참가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파트, 인기가 많은 층·향·동·브랜드 아파트는 입찰을 자제하거나 물량이 풍부해질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는 게 좋다.

아파트 경매에서 어느 정도 시세차익을 남기려면 ‘바람이 거셀 땐 잠시 쉬어가라’는 격언처럼 아파트가 인기를 끌 때는 입찰을 자제해야 한다. 관심 물건이 입찰하는 당일에 경쟁률을 따져보고 간접 경험만 하는 게 유리하다. 입찰경험을 쌓기 위한 목적이 아닌 한, 입찰하면 거의 백전백패라고 보면 된다. 호경기에는 너도 나도 경매 아파트에 눈독을 들인다. 이때에는 ‘묻지마 투자’가 성행한다. 경매 투자자에겐 최악의 투자환경인 셈이다.

경매시장 분위기를 살피려면 입찰장을 몇 번 방문해 낙찰 사례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특히 사건번호 순서대로 개표하는 게 아니고 사람이 많이 몰리는 순서대로 개표하는 물건이 늘고 있다면 이미 고가 낙찰이 성행하는 것이다. 시험 삼아 관심 있는 아파트를 주목해 얼마에 낙찰되는지를 유심히 지켜보면 된다. 경쟁률이 10 대 1을 넘거나 낙찰가율이 90%를 상회하면 과열 상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곳에는 아예 가지 마라. 돈이 안 된다.

저감률이 높은 아파트 경매물건을 고르는 것도 싸게 낙찰 받는 방법이다. 저감률이란 1회 유찰될 때 20~30%씩 가격이 떨어지는 비율을 말한다. 통상 서울 수도권의 경우 1회 유찰 저감률은 20%지만 지역마다 30%씩 가격이 깎이기도 한다. 저감률은 법원에서 자율적으로 정하게 되어 있는데 저감률이 높을수록 저가에 낙찰 받을 확률이 높다. 수도권에서 30% 저감률이 적용되는 법원은 인천 본원·부천, 고양·수원지법 등이다.

유찰이 잦은 아파트보다 감정가가 낮은 상태에서 1회 유찰해 가격을 조금 높여 입찰하면 수월하게 낙찰 받을 수 있다.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식으로 꾸준히 입찰해야 한다. 중요하게 따져야 할 것 중 하나가 입찰 ‘기준가격’을 정하는 것이다. 최근 거래 아파트의 평균값을 정해 최소 15% 정도 남는다고 판단하고 입찰해야 한다. 최근 매매사례를 눈여겨보고 내가 쓰고자 하는 가격이 정확한지 크로스체크를 작성한 다음 입찰하면 안전하다.

윤재호 metrocst@hanmail.net

한국통신(KT) 리치앤조이중개(주) 대표, 스피드뱅크 투자자문센터장, 경기대 서비스경영대학원 경매과정 교수, 광운대 경영대학원 강의교수, 현 메트로컨설팅(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