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 사람들은 제주 예술과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어쩌면 제주의 자연과 예술을 분리해서 보는 나쁜 습관 때문인지도 모른다. 제주 4.3과 제주 해녀를 놓치고 제주 삶을 이야기하는 습관과 비슷해 보인다. 제주 섬이 여행객들에게 특별한 이유, 사람들은 제주여행을 통해 관광이 아니라 자기 힐링(치유)을 꿈꾸기 때문이다. 중앙의 수준 높은 갑류 문화보다 더 풍부해 보이는 제주의 자연을 간과하고서 제주문화의 높낮이를 이야기하지 말자. 적어도 재미가 커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문화라 가정한다면 앞으로 제주문화의 성장성은 커 보이고 미래는 낙관적이다.

여행자의 발걸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행복한 자아, 힐링이 있는 제주여행’.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제주 섬의 보물여행지들을 문화를 테마로 만나보자.

삶과 죽음의 경계선 제주해녀의 숨비소리, 아트스페이스씨를 찾아가는 여행

아트스페이스씨에서 만나는 작가 미카일 카리키스는 사운드 아트, 음악, 퍼포먼스, 설치 및 전통적 회화 까지 거의 모든 장르의 미술매체를 통해 인간의 목소리를 조각의 요소로 삼아 놀랍고 새롭게 창작하는 독특한 작품들을 창작하는 작가이다. 어쩌면 그는 작가이기 이전에 여행자일지 모른다. 미카일이 제주에서 거주작가를 하였을 때, 우연히 해녀의 숨비 소리를 듣게 되었는데 그것이 “SeaWomen"을 창작하게 된 최초의 놀라운 경험이 되었다고 한다. 어머니에서 딸로 수세기 동안 전달되어온 ‘한’과 ‘제주여성의 강인함’, ‘소리가 불러내는 오랜 기억의 축적’이 영상 작업에 축약되어 여행자들의 가슴으로 묵직하게 전달되기를 바래본다. 제주해녀공동체에 대한 존경과 그 공동체가 해체될 위기에 대한 안타까움을 ‘소리와 영상’이라는 아주 독특한 작업 방식으로 드러낸 작품으로 아트스페이스씨 안혜경 관장은 그는 숨비소리에서 해녀의 물질이 ”면도날로 날카롭게 가른 삶과 죽음의 경계선 이쪽과 저쪽을 넘나들어야 하는 일“이라고 느꼈고 해녀가 잠수하는 2분을 염두에 두고 작가도 숨을 멈춰가며 수채화로 해녀의 초상화를 그렸고 그 초상화는 에디션 넘버 10개의 한정 판화로 다시 제작되었다고 전했다. 문의 : 제주시 이도1동 1368-5 064)745-3693

캐릭터 읽어주는 남자 갤러리노리, 제주 여행자를 유혹하다

제주의 말, 바람, 햇빛. 이 모든 것들이 세상을 향해 춤추고 꿈꿀 수 있게 어시스트해 주는 공간이 제주 저지리에 위치한 갤러리노리라면 비약일까. 하얀 외벽과 짙푸른 잔디밭이 아름다운 갤러리노리의 5월은 저만치 앞서 제주의 문화를 견인하며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의 단면전, 우리의 사오월전, 갤러리자작나무, 제주에 가다전 그리고 얼마 전 시작된 말전 등 갤러리노리의 기획전은 왠만하면 두 달에 한 번씩 열린다. 대부분 왜 살아가는지를 고민하는 전시들이다. 그곳의 전시에는 말이 있고 아이들이 있고 웃음소리가 굴러다니는 공원같은, 그런 휴식의 공간이다. 이명복관장은 제주섬이 도시인들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자연이 주는 행복 때문이 아닐까. 이제 사람들은 제주에 오지 말라고 해도 올 정도로 제주에 빠져있다. 그런 잘난 섬, 제주 섬의 부족한 2%를 채워가는 일. 그것이 제주문화의 역할이고 갤러리노리의 역할이라고 설명한다. 갤러리노리를 여행객들이 찾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의 : 제주시 한림읍 월림리 115-72 064) 772-1600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이루는 공간, 제주 힐링 여행의 대표 아이콘 김영갑갤러리

시간이 천천히 움직이는 공간, 제주도 중산간에는 바람이 있고 오름이 있다. 그 아름다움이 질릴 때까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한 작가의 바람같은 삶은 행복이었다. 꽃, 나무, 구름, 햇빛은 제주를 구성하는 인자이자 동시에 그의 파인더를 채울 수 있었던 그리움이었고 제주색이었다. 20만롤의 사진, 그렇게 제주의 오름과 바람을 찍다 간 사진작가 고(故) 김영갑. 예전에는 사람이 죽으면 오름에 묻었다한다. 하지만 그가 떠난 지금 그 오름에 소가 있고 바람이 누워 있다. 삽시간의 황홀이라 표현되어졌던 용눈이오름은 처연하다 못해 차라리 섹시하기까지 하다. 그런 오름들을 오르기 전 미리 만나는 김영갑갤러리의 사진들은 삶과 죽음을 통해 나를 미리 만나게 해 주는 공간이다. 박훈일관장은 갤러리를 좋아하는 모든 여행자들이 이곳의 주인이 되고, 한적하고 고즈넉한 갤러리의 느낌을 통해 여행자의 삶이 가치있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437-5 064)784-9907

제주 럭셔리 관광의 새로운 개념, 가시리 조랑말체험공원

소박한 느낌, 조용한 공간 가시리는 시간이 멈추어 버린듯한 느낌으로 제주 중산간의 대표적 마을로 꼽는다. 넓고 큰 섬 제주지만 볼거리, 먹을거리, 문화체험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가시리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오름의 여왕 따라비오름과 녹산로, 갑마장을 어우르는 드넓은 대지는 광활해 보이면서도 섹시한 게 여행객들이 거부하기에는 치명적이다. 갑마(甲馬),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말을 키우던 갑마장이 있어 500년 제주말의 역사를 고스란히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그 공간에다 지혜로운 사람들의 건축미와 마음카페의 다채로운 먹을거리까지, 마음(馬音), 제주색을 가진 공간으로 둘째라면 서러워할만한 공간이 조랑말체험공원이다. 지금종관장은 제주문화의 원형이 예술적 창조성과 만나 시나브로 완성되어져 가는 공간이 조랑말박물관이다. 여기에 커뮤니티 공간이 더해지고 체험과 휴식이 한꺼번에 어우러져 다양함 속에 제주색을 보존해 나갈 수 있어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문의 :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산41 064)787-0960

그림과 여행은 나를 찾아가는 힐링 로드, 편해서 행복한 이왈종미술관

조선시대 백자 찻잔모양을 담아 이미지를 만들어 낸 독특한 미술관의 외관은 흡사 작가를 닮았다. 밑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찻잔 모양의 건축물은 연륜이 쌓일수록 버리며 살아갈 수 있기를 열망한 작가의 꿈을 역설적으로 표현해 주는 듯, 그로데스크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의 작품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화가 이중섭의 작품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과 만나 있어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그의 색감은 보여진 연륜과는 다르게 차분하지 않고 들떠 있어 가방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즐거움을 주체 못하는 제주 여행객들에는 안성맞춤이다. 슬픔의 아이콘 동백꽃과 귤나무는 늘 제주 여행자들의 가슴을 문드러지게 만들어 주었건만 오늘은 그의 그림 속에 편안함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왈종관장은 나의 그림을 통해 도시 사람들이 마음 들여다보는 법을 헤아릴 수 있었으면 좋겠고 스스로 만나는 편함을 통해 행복해지는 법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삶의 중도와 연기는 어쩌면 여행자에 손에 쥔 철지난 한송이 라벤더가 아닐까. 문의 : 서귀포시 동흥동 281-2 064)763-3600

비아아트 박은희관장은 “5월이 어린이 날, 어버이 날 등이 몰려 있어 일년 중 어느 때 보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문화적 풍성함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시기인 만큼 ‘제주문화의 아이콘을 만들고 기록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제주 여행자들과의 교감’을 제공하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