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26 부동산 대책은 월세 세입자에 대한 지원책 등 주거 복지 차원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많았다. 하지만 일부 언론과 업계가 오직 임대소득 과세에만 초점을 맞춘 탓에 집값 하락 등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선진국형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은 주거의 대상이지 투자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2.26 대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세입자의 월세 지원 확대와 임대소득 과세 방안을 담은 ‘2·26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 발표된 뒤 3개월이 지났다. 특히 전월세 임대소득자에 대한 과세 방침이 발표되자 주택 거래가 줄어들면서 부동산 시장 위축을 불러올 것이라는 일부 언론과 부동산 업계의 예측이 과연 옳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통계들이 포착될 수 있는 시점이 됐다.

주택 거래는 계약일 이후 60일 이내에 신고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4월 25일 이후에 신고되는 모든 거래는 2.26 대책 발표 이후에 발생한 것이 된다. 5월 2일부터는 3.5 보완조치 이후 거래된 물량만 통계에 잡힐 것이다.

현재까지 집계된 자료들도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정부의 임대소득 과세 방침이 발표된 뒤에도 주택 거래량은 오히려 늘어났다. 4월에 신고된 주택 거래량은 9만2691건이다. 이 중 2.26 대책 발표 이후인 3월과 4월에 계약한 거래 물량은 각각 4만7339건과 2만7236건이다. 전체 신고 거래량의 80%가량이 2.26 대책 이후 발생한 것이다. 특히 수도권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30% 가까이 거래가 증가했고 서울 지역도 비슷한 증가세를 보였다.

임대소득 과세가 수요자들에게 심리적 불안감을 조성해 거래 감소를 불러올 것이라는 예상이 현재까지는 틀렸을 수 있다는 증거로 위의 자료를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근거해 4월 아파트 거래량만 놓고 보면 서울 지역의 4월 거래는 3월에 비해 10%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매년 4월은 봄 이사철이 끝난 시점이라 거래량이 많지 않고 개학 시즌도 마친 시점이기 때문에 8500건에 달하는 거래량이 적다고 볼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 2.26 대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4월 이후 주택 거래량 추이를 최소 3개월 이상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문제는 임대소득 과세의 파장을 지나치게 부풀리는 일부 언론이다. 특정 지역의 아파트 거래가 조금만 감소해도 2.26 대책을 들먹이며 원망을 하고 특정 지역 재건축 단지의 거래 호가가 조금만 내려도 2.26 대책 때문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아직 주택 거래량이 3월 이후 정확히 얼마나 오르고 내렸는지조차 구체적인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설령 거래가 감소했다고 가정하더라도 부동산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봤을 때 계절적 요인, 재개발/뉴타운 분담금, 비인기 지역 중대형 미분양 적체 현상 등 여러 요인에 대한 언급은 없고 오직 임대소득 과세 강화만 거론하니 마치 오직 모든 원인이 과세 정책에만 있는 것으로 착각할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선진국형 부동산 시장을 떠올려보면 주택은 주거의 대상이지 투자의 대상이 아니다. 혹시 부동산 자체를 투자의 대상으로 시험대에 올려놓고 평가하더라도 부동산의 본질은 궁극적으로 가격이 아닌 가치가 더 앞선 개념이 되는 게 맞다.

미국의 경제학자 어빙 피셔(Irving Fisher)는 ‘가치란 장래 기대되는 편익을 현재 가치로 환원한 값’이라고 정의했고, 이때 장래 기대되는 편익에는 단순히 금전적인 것만이 아니라 비금전적인 것도 포함되므로 장기간에 걸쳐 효용을 제공하는 부동산에서는 경제학적 의미보다는 가격과 가치의 뚜렷한 차이를 인식하면서 접근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그런데 모든 시각을 가격과 거래량에 집중시켜 놓고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사야 한다고 단순하게 정의내리면 반대로 가격이 떨어질 때 곤란한 지경에 놓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사이클을 반복하는 시장인데 어떤 전문가가 끝도 없이 오를 거라는 예측을 했다면 그 예측이 빗나갔을 때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런데 본인의 과오를 덮기 위해 엉터리 통계를 생산해 가격 하락을 부정하거나 거래량 감소를 부인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명확한 근거나 조사 과정의 투명성이 검증되지 않은 ‘중개업소 호가’이다.

또는 이번 경우처럼 가격 하락이나 거래 감소의 원인으로 어느 한 곳을 지목하고 집요하게 공격하기도 한다. ‘00 때문에’ ‘00 때문에’ 하면서 그 문제만 아니면 집값이 올랐을 것이라고 말하거나 언론의 입을 빌려 주장한다.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번 경우처럼 임대시장의 투명성을 갖추고 인프라와 통계 기반을 마련하면서 조세 형평을 달성하겠다는 목적에 대해 투자 수요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임대 시장의 정상화를 막고 비정상을 이대로 방치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오히려 생계형 임대사업자에 대한 지원 방안 등 보완책을 제안하거나 건보료 등 준조세의 산출 방식 조정 등을 함께 연구해야 할 전문가들이 아예 과세 방침 자체를 재고하자고만 떠든다면 그들의 진정성과 숨은 저의에 의심만 가중시킬 뿐이다.

또한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정부 정책이 발표됐을 때 단순한 추측만 가지고 불안심리를 조성하는 것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시장은 늘 수요 시장과 공급 시장 간에 시간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대개는 충분히 정책 발표 이후 여러 여건을 살피고 세부 내용을 조율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물론 때로는 정책 이해도의 문제 등으로 일시적으로 혼선이 생길 수도 있고 그로 인해 파생하는 문제들도 생길 수 있지만 ‘무조건 찬성 혹은 반대’보다는 ‘보완과 조율’의 문제로 푸는 것이 시장 충격을 줄이는 데 더 유리한 것은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끝으로, 정책 방향의 큰 줄기를 볼 필요가 있다. 2.26 대책의 기본 줄기는 월세 세입자에 대한 지원책 등 주거 복지 차원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많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임대소득자 과세에 대한 논란에만 시선이 쏠려 있다. 2.26 대책에서 임대소득 과세 강화는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한데 서울 수도권 아파트 시장을 둘러싼 시각 등 이해관계 측면에서만 해석하다 보니 다른 정책은 안 보이고 오직 2주택 이상 가진 자에 대한 세원 노출만 보이는 모양이다.

이유야 어떻든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임대소득 과세 강화로 인해 주택 거래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그로 인해 상당한 수준의 가격 하락이 전국적으로 이어지면서 가계→은행권으로 후폭풍이 번져 경제 전반에 위협을 줄 정도라면 재고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서 소폭의 변화를 일으키는 수준이라면 다소간의 세부적인 조율을 거쳐 과세 시장을 투명하게 정상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언론, 부동산정보업체, 은행권 등의 목소리만 들을 것이 아니라 학계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의견을 경청한 뒤 국회에서 처리 여부를 최종 결정해도 절대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