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힘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국가 산업 발전의 중심에 서서 중소기업 특유의 끈기와 근성으로 ‘기술 혁신’의 따뜻한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최근 국내 경기 회복세와 달리 체감 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있지만 열악한 경영 환경에 맞서 국내외적으로 활약을 펼치는 중소기업들의 뚝심만 있다면 우리 경제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1일 오후 2시 무렵,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중소기업청 주최 ‘중소기업 기술혁신대전’ 현장에는 개막 첫날인데도 꽤 많은 관람객들이 몰렸다. 국가 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에 대한 높은 관심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혁신적이고 다양한 기술력 한 눈에

사람들로 북적이는 한 전시 부스 앞. TV 화면을 뚫고 밖으로 나온 항공기 영상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감탄사가 연발 터져 나왔다. 마치 진짜 항공기가 내 앞으로 날아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생동감이 넘쳤다.

글씨 등 화면 속에 있어야 할 각종 이미지들도 모두 돌출돼 보였다. 이 신기한 제품은 전용 안경 없이 3D 입체 영상을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로 4D비전이 개발했다. 안경 방식이 주도하던 기존의 입체 디스플레이와 달리 베리어 필름을 자체 설계해 크기에 상관없이 LCD 디스플레이를 입체로 개조한 것.


업계 리딩 컴퍼니보다 입체감(돌출감)이 2배 이상, 가격 경쟁력도 3배 이상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 4D비전 관계자는 “일반 영상을 고품질 입체 영상으로 변환하는 리얼-4D 방식을 자체 개발해 초대형 스크린과 무안경 모니터로 동시에 일반 영화를 입체적으로 시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영화 아바타를 ‘실감나게’ 보기 위해 3D 안경을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스크린 골프 시스템이 설치된 또 다른 부스도 무척 붐비는 모습이었다. 특히 중장년 남성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골프를 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와~! (18개) 홀이 시원하게 다 보이니까 좋네. 진짜 필드에 와서 골프하는 것 같아요.”
“발판도 편하고 골프공도 치기 좋게 새로 계속 올라오는데요?”
직접 이곳의 스크린 골프를 경험한 사람들은 “최고”라고 입을 모았다. 이 제품은 에스지원의 골프 시뮬레이터 ‘하나로 스크린 골프’다. 3D 방식으로 양손 타석을 지원하고 다이내믹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특징.

회사 관계자는 “무엇보다 센서의 정확성과 측정 능력, 안전성이 뛰어나 진동 및 충격, 환경 변화에도 강하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류를 일으키는 시스템이라면 손님들이 반길 리 없고 이는 곧 영업장의 손실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꿈의 최첨단 ‘토지 매물 브리핑 시스템’.
전시장을 둘러보다 눈에 들어온 이 문구에 이끌려 아이엘엠소프트 업체의 부스를 방문했다. 지도와 사용자 정보를 결합해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리정보시스템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었다.

지적도, 위성항공사진, 도로지도, 등고선지형도, 도시계획, 용도구역, 관리지역 세분화, GPS 정보 수록 등을 모두 갖춰 물건지의 방향, 경사도, 도로 접근성, 주변의 취락 마을 형성 상황 등 현장 분석 및 물건 답사 전 매물 브리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국토해양부의 부동산 포털 사이트 ‘온나라’의 정보를 랜드맵에서 지적을 선택함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어 별도의 접속이나 주소 입력 등의 번거로움을 해소했다고.

대·중소기업 상생 프로젝트도 첫선

이목을 집중시켰던 또 하나의 아이템은 휴대전화로 CCTV 화면을 보는 ‘포인트캠’ 서비스였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의 일환으로 SK텔레콤이 전개하는 ‘비즈포인트’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휴대전화와 PC를 통해 원격지에 설치된 CCTV 영상을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제공하는 SK텔레콤의 신개념 보안 모니터링 서비스다. 휴대전화를 손쉽게 작동하는 것만으로 사업장 및 매장 관리를 시간 대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 맞벌이 부부의 자녀, 독거노인의 안전을 위한 모니터링에도 활용될 수 있다.


SK텔레콤과 연계해 서비스를 진행하는 신도SDR의 백현구 이동통신영업팀 부장은 “최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포함한 SK텔레콤 고객이면 누구나 서비스 가입이 가능하다”며 “무엇보다 각종 센서에 감지된 내용이 문자와 이메일로 전송되므로 만약 불이 났을 때 현장 상황이 즉시 통보돼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생활 속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쓴 아기자기한 기술 아이템들도 재미있었다. 현장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제로스인터내셔널의 흡연 욕구 저하기 ‘제로스’. 금연 중인 흡연자들이 실제 담배를 피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니코틴 중독과 습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천연 담배 잎에서 추출한 자연 에센스를 주성분으로 하며 성분 안전 검사를 모두 통과했다. 배출되는 연기가 수증기라서 자신의 건강뿐 아니라 간접흡연의 피해까지 유발시키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오토원의 ‘고소탈’은 친환경 탈취제다.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순식간에 분해·제거하고 1회 설치로 30~35일이나 사용할 수 있다. 먹을 수 있는 우뭇가사리로 제작, 인체에 100% 무해해 환경부의 친환경 인증 마크를 획득했다. 액상은 지속력이 떨어져 고체 형태로 만들게 됐다고.

실내에서 신고 돌아만 다녀도 바닥이 청소되는 슬리퍼도 있었다. 이 제품을 개발한 씨엔씨 이강호 이사는 “슬리퍼 밑바닥이 30장의 얇은 접착 시트로 이뤄져 있다”며 “접착력으로 이물질을 제거하고 청소하는 기능이 뛰어나 실생활에서 매우 유용한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기술 융·복합 시대의 확산으로 최근 많은 국내 중소기업이 녹색기술과 디지털 융·복합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제11회 중소기업 기술혁신대전에서의 트렌드도 그랬다.

단일 기술 그 자체만으로는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한승호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장은 첨단 기술과 혁신을 추구하고 근성, 열정을 가진 ‘히든 챔피언’의 성향이 성공한 중소기업들의 사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이러한 히든 챔피언이 돼 국가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일궈내는 일도 머지않았다.

전희진 기자 hsmil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