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톳빛-양지 뜸 60.6×50㎝ oil on canvas.

편안한 풍경은 어떤 것일까. 아마도 유년의 뜰에 번지는 저녁 햇살처럼 낡고 익숙해 두 다리를 쭉 뻗거나 마음이 한껏 여유로워 숨쉬기 좋은 것이 아닐까.

서양화가 위명온의 ‘황톳빛’ 연작에서는 어느 가을 날 툇마루에 깍지 무릎을 하고 앉아서 두고 온 고향 친구의 얼굴이나 또 오래 된 기억의 사소한 한 조각이 울컥 따뜻함으로 떠오르는 풍경을 만난다.

화면에는 뭉툭한 흙 고구마를 키워낸 황톳빛이 있고 흙담에 뿌리를 내리고 나불나불 잔소리를 옹알대는 풀꽃들이 가슴 미어지게 생기발랄하다.

 

 

황톳빛-땡볕 50×61㎝ watercolor.
 

그뿐이랴. 토방 아래 무더기진 채송화며 뒤뜰 담벼락에 붙어 선 봉숭아며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훼를 치던 닭과 그 닭을 쫓아 장난질하던 강아지, 고양이, 오리, 돼지 등이 등장한다. 그렇게 화면에 빠져들다 문득 슬쩍 시치미 떼고, 불어 지나는 바람 한 줄마저 잡아넣지나 않았을까 찾아보게 된다.

바로 지나버린 시간의 여백 위에 유년의 회귀를 담보한 듯 낡은 것, 편안한 것, 오래된 것, 그리고 눈물 나게 사소해 존재 자체가 아무 것도 아니면서 늘 그 자리에 있는 그런 것들이 소재의 주인공들이다.

작가는 “조개껍질 가루, 모래, 석채, 황토 가루 등 원래 대상이 갖고 있는 질감의 토속적인 성질을 재현하는 것에 많은 무게를 둡니다. 얼마 전부터 물상의 한두 꺼풀을 빼낸 빛깔인 모노톤의 단색 화면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그 남아 있는 색채로 조망이 되는 차분하고 안정된 구상에 곁눈질을 시작한 지 오래고 앞으로 제 작업의 숙제”라고 밝혔다.

위명온 작가는 전남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교육대학원을 수료했다. 일본 아이치교육대학에서 연구 유학했으며 일본에서 10여 년 작품 활동을 하다 고국에 돌아와 현재 전남 장흥청소년수련관장 겸 이 곳의 상담지원센터장으로 있다.

그는 개인전으로 나직하게 말 걸기(일본 시모노세키, 포스트갤러리 레트로) 등을 가졌고 상해 엑스포 기념 한·중·일 미술교류전(중국), 뉴아트 아트페어전(서울) 등 60여회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권동철 문화전문 기자 kdc@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