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사태 후 美·中 양대축 나눠져… 향후 성장성은 중국이 앞서

조용준 센터장은 고려대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쌍용그룹을 거쳐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기업분석팀장,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제조팀장에 이어 현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맡고 있다.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직격탄을 맞아 파산한 지 약 2년이 지났다. 리먼 사태는 그 자체만으로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줬지만 세계 경제의 축을 둘로 나눴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사실 리먼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는 미국 경제가 곧 세계 경제였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당시만 해도 상당수 기업이 미국에 많은 제품을 수출, 국내 주가는 외국인이 사면 오르고, 팔면 떨어지는 것이 마치 공식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리먼 사태는 ‘미국 경제=세계 경제’라는 공식을 파괴시켰다.

글로벌경제 수급은 미국이 주도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7일 아시아경제지식센터에서 ‘향후 10년 대한민국에 투자하라’는 주제의 성공투자 전략 강의에서 “리먼 사태 이후 글로벌 경제 축은 미국과 중국 두 개로 나눠졌다”고 세계 경제를 진단했다.

수급은 미국을 봐야 하지만, 이제 성장성은 중국을 봐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 미국에서는 성장성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도저히 주가 상승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조 센터장의 분석이다.

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의 경제 회복은 상당히 더디게 진행될 것이므로 세계 경제 회복은 중국에 달려 있다는 판단이다.

조 센터장은 “선진국에 대한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침체)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결국 세계 경제를 회복시키는 가장 큰 축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중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지역 간 불균형 해소 ▲산업 체질 고도화 ▲내수 확대 등 중국이 풀어야 할 굵직한 숙제들이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연착륙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할 정도로 전망은 밝다.

지역 간 5배 이상의 소득 격차는 도시화 사업으로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조 센터장은 “2009년 현재 중국의 도시화율은 47%로, 매년 1%씩 도시화하고 있는데 중국 성장률 8~10%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매년 3~4%가 도시화하는 것”이라면서 “여기에서 발생하는 건설 수요·인프라 구축·에너지 수요 등이 성장 배경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은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500달러였지만 올해는 4000달러가 예상되면서 ‘소비 붐’ 조짐도 일고 있다. 때문에 중국이 올 3분기를 저점으로 통화 긴축을 완화, 4분기에는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중국은 현재 미국보다 2배 낮은 GDP가 2020년에는 미국을 앞지를 것이란 전망도 나올 만큼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라는 점에서도 우리나라에게는 상당히 중요하다. 우리가 중국 경제를 봐야 하고, 알아야 하는 이유다. 

조 센터장은 “더블딥 측면에서 보면 1980년 초 당시에는 기업 이익이 감소했지만, 지금은 좋아지고 있다”면서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시장은 나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좋은 것 혹은 우려만 생각할 때가 아니라 기업 이익에 맞춰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재정정책을 통한 ‘기업이익-투자-고용-소비-경기회복’의 선순환 구조를 갖추는 것은 여전히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렇다면 자산시장별 전망은 어떨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부동산시장은 장기적으로 회복되고, 증시는 1~2개월 내에 상승세로 전환하는 반면 채권시장은 제한적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조 센터장은 예상했다. 

우선 부동산시장의 경우 미국 시장의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우리나라도 조정을 받고 있지만 재건축 등 꾸준한 잠재 수요가 있고, 성장률도 높아 경제성장률만큼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부동산·증시 상승, 채권은 제한적 하락

무엇보다 최근 2~3년 간 신규 공급이 없었고, 국민 재산 대부분도 부동산에 있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정부가 부양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조 센터장은 “조정은 앞으로도 있겠지만 길게 봐서는 부동산 시장도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는 향후 경기 국면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가 하락하면서 최근 1년 간 박스권을 형성했지만 오는 10월 혹은 11월에는 경기선행지수가 회복되면서 주가가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란 예측이다.

국내 기업들의 밝은 이익 전망과 그에 따른 투자 매력도, 선진국 대비 30%가량 저평가돼 있는 주가이익비율(PER) 등도 주가 상승 여력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조 센터장은 “중국의 경제 성장이 좋고,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 매력도 있다”면서 “장기적 시각으로 보면 4분기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2~3년 간 강세장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채권시장은 상황이 좀 다르다. 글로벌 채권시장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어 채권으로는 10% 이상의 고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정책금리 인상도 지연, 채권시장은 굉장히 저성장 국면에 맞춰 제한적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지적이다.

조 센터장은 “물가가 많이 올라야 높은 이자를 얻게 되는데 지금은 디플레이션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라면서 “금리는 당분간 4% 전후의 낮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조용준 센터장이 보는 투자 포인트는…
우량주ㆍ녹색산업이 ‘메가트렌드’
조 센터장은 저금리 상태에서는 배당투자 매력이 큰 우량주를 살 것을 권했다. 단, 현재 배당수익률이 3~5%인 종목이 아니라 최근 3년 동안 이런 수익률을 보인 종목이 안정적이라는 전제다. 

‘세상이 망해도 이자는 주는 것이 채권’이라는 말이 있듯 내수 우량주ㆍ증권사 우선주들을 사면 주가 상승과 함께 안정적 배당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경제의 움직임을 볼 때 메가트렌드 종목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꼽았다. 중국의 내수주나 신재생ㆍ그린카ㆍ발광다이오드(LED) 등 녹색산업이 대표적인 메가트렌드라는 것.

세계 시장에서 이른바 ‘잘 나간다’는 기업들은 이미 녹색산업 분야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실제로 구글과 애플 본사 사옥에는 모두 태양광 시설은 물론 전기차 충전시설도 갖췄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녹색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린카의 핵심인 2차전지 분야에서는 세계 5위 기업 내에 국내 기업이 2곳이나 포함돼 있고, LED는 삼성전기가 세계 4위에 올라 있다. 

풍력 역시 국내 조선업체들이 세계적인 수준이어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 센터장은 “자동차 전문조사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는 10년 후 그린카가 전체 자동차 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을 정도로 성장성이 높다”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우량주를 기준으로 장기 투자할 만하다”고 귀띔했다.

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