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둔화 우려에도 속증세 예상… 경기민감주 IT·자동차 비중 늘려봄직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한다. 고민도 그래서 생겨났을 게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게 인생이라고 하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에 금전 문제가 얽혀 있다면? 마음 편히 다리 뻗고 잠을 자기도 힘들 것이다.

지금 주식 투자자의 상황이 딱 이렇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의 흐름에 선뜻 투자에 나서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으니 머릿속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 4분기 투자를 위해선 해법이 필요하다.


최근 증시 흐름은 한 마디로 ‘불확실성’으로 요약된다. 경기 안정화 이후 꾸준히 제기되는 해외증시의 더블딥, 국내 증시 조정에 대한 우려감이 크다. 아무리 경제지표의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해도 우려감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한 달 간 1800선과 1700선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롤러코스터장을 연출했다. 3분기 대비 4분기의 상황도 비슷할 것이란 게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할까.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는 주식시장, 그것도 투자를 총괄하는 리서치센터장 3인(대우, 대신, 미래에셋)은 4분기 주식시장에 대해 ‘전약후강’이라고 평했다.

또 조정은 있지만 하락은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글로벌 더블딥 우려에 비해 국내 기업 밸류가 낮게 책정돼 있고, 11월 G20 정상회담도 증시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주된 이유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코리아리서치센터장

“자본비용 낮아 시장밸류 여력 높다”

미 경기 회복세·더블딥 우려 해소… 국내 증시 긍정적 영향
M&A시장 움직임 활발… 과거 사례 볼 때 강세 시장 예고
반도체 중심 IT·자동차·화학 업종 중심 대응 효과적

최근 코스피는 박스권에 갇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점이지만 한국 증시를 둘러싼 환경을 점검해 보고 4/4분기 시장 움직임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 경제는 더블딥 논란 속에서도 주택 및 고용이 바닥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주택 가격의 완만한 반등이 이어지고 있고 모기지 신규 차압 발생률이 서브프라임 중심으로 낮아지고 있는 점 등은 주택 시장 추가 위축이 제한적일 것임을 시사한다.

미국 고용 역시 3개월 연속 감소했으나 정부 고용 감소를 주도했던 인구센서스 임시직 감소는 8월로 거의 마무리됐고 민간 고용이 회복세를 유지하면서 전체 비농업 고용은 9월부터 회복 반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내 경기는 소비재 판매 회복세가 1년 이상 지속되고 있고 수출·설비투자·내수소비로 이어지는 경기 선순환 구도가 형성 중이다. 7월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한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설비투자의 빠른 증가세 유지를 시사한다.

경기 회복과 수요 압력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기준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이는 경기 정상화에 따른 기조적인 금리 정상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FTSE 100 배당수익률을 다시 하회했다. 채권과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는데 글로벌 기업들의 시가총액 대비 현금성 자산은 2010년 2/4분기 기준 18%에 달해 사상 최고 수준이다.

한국 기업들도 약 12%로 과거 5년 간 추세로 볼 때 역시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시가총액 대비 현금성 자산 비중은 실질 배당 능력의 지표인데 이렇게 높은 상태임에도 주식 밸류에이션이 채권에 비해 현저히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점은 결국 국내외 주식 시장의 저평가 정도가 매우 극심한 상태임을 의미한다.

인수 합병 움직임 또한 시장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세계 최대 철광석 기업인 BHP가 비료 기업인 Potash에 대한 인수를 추진하고 한국석유공사도 영국의 석유 개발 기업인 Dana petroleum에 대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동향과 역사적 경험을 종합해 볼 때 최근의 조심스러운 인수 합병 움직임의 재개는 시장의 추세 전환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국 증시를 둘러싼 환경은 긍정적이다. 4/4분기에 반도체 중심의 IT 및 수익성 좋은 자동차와 화학 업종 중심으로 시장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경기회복 신호와 함께 반등세 탄다”

G20 정상회담 글로벌 경제위기 해법 공조 ‘증시 성장 견인’
기준금리 인상·채권시장 약세… 증시 자금 쏠림 예상
3분기 이후 시장수익률 하회 종목 선전 가능성 높아

2010년 4분기의 대략적인 흐름은 ‘전약후강’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하락세를 이어가던 증시가 경기 회복의 신호들과 함께 반등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기의 회복 신호 가운데 가장 먼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중국 및 한국의 경기선행지수이며 4분기 중 상승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정체 국면을 나타내었던 미국의 산업생산 및 소비(소매판매) 역시 4분기부터는 금융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이 가능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높은 저축률을 감안할 때 소비의 정체는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 심리의 위축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판단된다. 경기 관련 불확실성의 감소만으로도 소비 규모의 확대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경기 관련 불확실성의 감소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감소시킴으로써 국내 증시로의 외국인 순매수를 유발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도 4분기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및 국내 기관의 자금이 경기 불안으로 강세 국면을 맞았던 채권시장으로 대거 유입됐으나 4분기 이후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채권시장의 약세 국면이 전개될 경우 채권시장의 자금이 증시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추가적으로 11월 개최 예정인 G20 정상회담 역시 증시에 긍정적이다. G20 정상회담에서는 글로벌 경제 위기와 극복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할 국제적인 공조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업종과 관련해선 분기 초 조정을 이용 IT 및 자동차와 같은 경기민감주에 대한 비중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2011년 상반기 경기의 회복세와 함께 2010년 3분기 이후 시장수익률을 하회했던 이들 종목에 대한 선전이 예상된다.

양기인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성장률 높아야 주가상승, 꼭 아니다”

1700~1950 박스권 범위 유지 예상
경기 부양책 도입 가능성… 소재·산업재 등 내수주 관심
IT·자동차의 경우 시장 수익률 수준 주가 흐름 주목할 만

글로벌 성장 둔화에 대해 주식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주가를 예측하는 데 사용되는 변수는 대단히 많지만, 장기적인 주가 흐름은 결국 경제 성장과 비슷한 궤적을 그려왔기 때문이다.

과거 60년 동안 미국의 연 평균 GDP 성장률은 6.9%였고, 주가 상승률은 연 평균 7.0%였다. 장기적으로 경제가 성장한 만큼 주가가 올랐던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장기 주가 상승률이 GDP 성장률에 미치지 못했지만, 성장을 많이 한 한국의 주가 상승률이 장기 저성장이 이어진 일본보다 높았다.

1년 단위의 주가와 성장률의 상관관계는 거의 없다. 연간 주가 상승률과 성장률의 상관계수를 계산해 보면, 한국과 미국은 마이너스이고, 일본도 딱히 상관관계가 높다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국의 연간 GDP 성장률과 코스피 상승률을 살펴보자. 1년 단위로는 꼭 성장률이 높아야 주가가 오른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2009년과 2010년의 사례다. 2009년 한국의 GDP 성장률은 0.2%에 불과했지만, 코스피는 49.7%나 올랐다. 반면 올해 GDP 성장률은 5.9%(대우증권 전망치)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코스피는 강보합 수준의 등락에 그치고 있다.

앞으로도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는 높아질 것이다. 대우증권에서도 내년 GDP 성장률을 올해 5.9%보다 낮은 4.4%로 추정된다. 극단적인 경기 침체만 아니라면 성장률 둔화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성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더블딥 등과 같은 극단적인 경기 침체를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라면 다른 요인들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밸류에이션이 주식시장을 지탱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 금리가 계속 떨어질 수는 없겠지만, 절대 레벨에서의 저금리 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자산시장에서 버블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 증시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주식시장의 PER도 함께 낮아지면서 채권 대비 주식의 상대적 메리트를 보여주는 일드 갭(Yield Gap)은 8월에 7.5%p 수준까지 높아졌다.

일드 갭이 7%p대로 올라선 것은 2008년 4분기 글로벌 위기 국면에서의 주가 급락기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가 1000대에 머물러 있었던 08년 11월의 일드 갭이 현재와 같은 7.5%p 수준이었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연말까지 코스피는 1700~1950 수준의 밴드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섹터 측면에서는 소재, 산업재 등의 자본재와 함께 경기부양책 도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수주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IT, 자동차의 경우 시장 수익률 수준의 주가 흐름이 예상된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


키워드

#엑스포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