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왔다. 날씨가 서늘해지면서 벌써부터 추위가 걱정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치질 환자들이다. 치질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거의 모든 사람이 평생에 한 번 이상은 경험하게 되는 질환이다.

하지만 항문을 남에게 드러내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수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치질이 생겨도 혼자서 끙끙 앓고 감추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렇다 보니 항문 질환 초기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검사 및 치료 시기를 놓쳐서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치질은 크게 항문 안의 점막이 항문 밖으로 나오는 치핵,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 그리고 항문 안에서 밖으로 샛길이 생기고 그 길을 따라 고름이 새는 치루 등 일반적으로 3가지가 있지만 이 중 치핵이 가장 흔하기 때문에 흔히들 치핵을 치질이라고 일컫는다.

치질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주된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술이 주된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술을 마시면 항문 혈관이 팽창돼 항문의 피부 점막이 부풀어 오르면서 출혈을 일으키는 등 치질이 더 악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 밖의 원인으로는 인스턴트 식품 및 육류 위주의 서구화된 식생활, 지나친 다이어트로 인한 수분 및 섬유질 섭취의 부족, 몸에 꽉 끼는 의복의 착용 그리고 임신 등으로 인한 변비가 있다.

또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와 과로, 출산, 오랜 시간 앉아 있는 수험생, 택시 운전기사 및 낚시꾼, 복압이 올라가는 과격한 운동 및 자전거 타기, 승마, 추운 겨울에 엉덩이를 쭈그리고 행해지는 운동인 스키 및 스노보드 등도 치질에 좋지 않다.

찬바람 불면 증상 나타나 초기치료 중요

추위에 노출되면 피부와 근육이 수축돼 혈관이 압박을 받아 수축하게 되고 이에 따라 항문 주위의 혈액순환도 원활해지지 않아 치질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숨어있던 치질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치질 1~2기의 초기 치질이라면 일반적으로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거나 수술을 최대한 미룰 수 있는 만큼 증상이 나타나면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여기에는 규칙적이고 올바른 배변 습관, 식이섬유 섭취, 좌욕, 내복약, 좌약, 경화제 주사요법, 고무밴드 결찰술 등이 있다.

배변감이 있을 때는 참지 말아야 하며 화장실에 갈 때는 신문이나 잡지 등을 들고 가는 것을 피하고 되도록 5분 이상 앉아 있지 말아야 한다.
채소류, 고구마, 감자, 콩, 과일, 해조류 등의 식이섬유를 섭취하고 물을 많이 마셔서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이 좌욕인데 좌욕은 수술 후에도 가장 중요한 치질 관리 중 하나다. 좌욕을 하면 항문괄약근이 이완돼 근육 경련으로 인한 통증이 완화되고 소독 및 세척 효과가 있어서 항문 부위가 청결해지며 또한 혈액순환이 좋아져 증상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좌욕은 한 번에 5~10분씩, 하루에 3~4회 정도가 적당하고 온도는 40도가 적절한데 물이 너무 뜨거우면 화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물에 소금이나 소독약 등의 첨가물은 넣지 않는 게 좋다.

황 준 성민병원 외과 과장
외과 전문의·대장내시경 전문의
대한외과학회 평생회원
대한대장항문학회 평생회원
가천의대 외래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