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완통그룹과 MOU 체결 현지 진출… 실적 호조 가속화, 내년 흑자 전환 자신


프로필

1959년 서울 생
1982년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1984년 현대백화점그룹 입사
1997년 현대백화점그룹 기획실 신사업개발팀장·전략기획부장
2000년 현대백화점그룹 현대유통연구소 소장
2002년 우성식품 대표
2003년 풀무원 올가홀푸드 대표
2005년 현대아이파크몰 본부장
2010년 현대아이파크몰 대표 한국유통학회 고문· 민자역사협의회 부회장

아이파크몰 6층 안경점. 한 남자가 점포 안에 들어섰다. 상점 주인이 그를 반갑게 맞이한다. 서로의 근황을 묻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눈다. 그는 단골손님도, 친구도 아니다. 아이파크몰 전체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양창훈 대표다.

올 초 새 사령탑을 맡은 양 대표는 그렇게 소탈한 CEO다. ‘정’과 ‘의리’도 목숨처럼 여긴다. 오죽하면 그의 노래방 18번도 아도니스의 ‘정’일까. 84년 현대백화점그룹에 입사한 그는 2000년 현대유통연구소 소장을 끝으로 ‘첫 직장’을 떠났다.

식품회사 대표로 자리를 옮겨 승승장구하더니, 돌연 아이파크몰 영업본부장으로 컴백한다. 그 이유도 다름 아닌 ‘정’ 때문이었다. 2005년 당시 최동주 아이파크몰 대표가 그에게 SOS를 쳐서, 강등된(?) 직책을 떠맡고 복귀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그가 추구하는 리더십의 색깔은 ‘편안함’이다. 사장이라고 해서 ‘권위’만을 내세우지 않는다. 명령하기 보다는 ‘함께 가자’고 권유하는 편이다. 필요하다면 스스로의 희생도 서슴지 않는다.

영세업자와 손잡고 ‘몰링 신화’ 창조

양창훈식 ‘위임의 리더십’은 5년 전. 임대상가 ‘스페이스9’ 계약자들과의 협상 테이블에서부터 빛을 발했다. 2005년 당시 집단상가 개발 방식은 공실 문제, 상가 슬럼화, 투자자 파산 등과 같은 다중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2004년 9월 임대상가로 오픈한 아이피크몰의 전신 ‘스페이스9’도 예외는 아니었다.

브랜드 유치를 하지 못한 매장들은 공실로 남아 상가는 슬럼화 됐다. 이에 따라 고객들의 불만도 끊이지 않았고 고품격 서비스는 기대하기조차 힘들었다. 구원투수로 투입돼 당시 현장을 진두지휘하던 그는 이대로 가다간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계약자들은 회사 측 사람들의 말을 도통 믿으려 하지 않았고, 경영자와 종사자, 계약자와 임차인까지 서로 간의 불신이 극에 달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벽’이 느껴지니 정말 힘들더군요.”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이파크몰의 비전을 말하며 3000여 명이 넘는 계약자를 3개월 간 끈질기게 설득했다. ‘죽기 살기’로 덤볐다. 이러한 그의 노력이 통(通)한 것일까. 결국 아이파크몰 오픈 후 모든 상가 경영을 위임한다는 내용의 경영 위임 계약을 성사시켰다. 계약자들에게 운영 수익금을 ‘N분의 1’로 돌려주는 ‘선진국형 상생위임 경영’이 실현되는 순간 이었다.

이후 주주들도 설득, 1600억 원을 투입해 상업시설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상가의 공실률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신뢰’를 구축한 것은 더 큰 성과였다. 쇼핑몰 개방회사, 투자자, 상인에 이르는 3자가 모두 웃었다.

그야말로 사막에서 꽃이 핀 격이었다. 이로써 극심한 경영난에 허덕이던 ‘스페이스9’은 초대형 복합쇼핑몰로 환골탈태했다. 양 대표에겐 사내 팬들이 많다. 다 그때 인연을 맺은 계약자들이다. 지금은 그들과 당시 힘들었던 시절을 무용담처럼 이야기하곤 한다. 그는 “몇몇 분들은 가끔 사무실에 들러 양 대표에게 건강을 챙기라며 몸에 좋다는 것들을 가져다 주신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자신을 믿고 지지해 준 팬들이 있기에 더 열심히 하리라 매일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고 했다.


유통만 26년 전문… 소통·위임형 CEO

4년이 지난 지금. 양 대표는 오늘도 현장을 누빈다. 매일 오전, 오후 한 차례씩 쇼핑몰을 도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됐을 정도다. 처음엔 직원들이 불편해할 정도였다고 한다. 사장이 혼자 이곳저곳 다니다 보니 그럴 만 했을 터. 하지만 자리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지적하는 일은 없었다.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있는 듯 없는 듯 돌아다녔다.

그의 관심은 다른 데 있었다. 바로 ‘고객’ 이었다. 양 대표는 “고객의 뒤를 쫓다 보니, 자연스레 그들의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현장에서 느낀 고객의 불만은 직원들과 식사하면서 논의하고, 즉시 경영 활동에 반영한다.

고객을 대하는 데 있어서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경영철학인 ‘인프라 경영’도 바로 그 의미다. 기교가 앞서는 마케팅적 대고객 서비스가 아닌 진정으로 고객을 위하는 마음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양 대표는 26년 간 유통업계에 몸 담아온 유통 전문 CEO다. 군대도 보급품을 담당하는 병참 장교로 복무했다. 친화력이 좋은 성격까지 유통업이 체질이라고 자평한다. 뼈 속까지 철저히 유통 DNA를 갖고 있는 셈이다.

그가 생각하는 유통업의 매력은 무엇일까. 바로 노력한 만큼 ‘성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 ‘판매 실적’은 물론 ‘고객의 반응’에서도 성과를 체감할 수 있다고 했다. 애정이 큰 만큼, 유통업계 현실에 대한 직언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유통산업 발전법은 국내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데다, 주무 관장하는 정부 기관조차 없어 법적, 제도적으로는 가야 할 길이 멀다”고 꼬집었다.

‘여느 사장이 그렇지 않겠냐’며 손사래를 치는 그지만, 일에 대한 열정은 누구 못지 않은 CEO다. 평생을 주말이 제일 바쁜 유통업계에 몸담다 보니 휴일 가족과는 많은 시간을 갖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용산개발 난항… 성장 비전엔 큰 지장없다
양 대표에게 이제 남은 과제는 ‘흑자 달성’이다. 그는 2005년 경영 위임 당시, 계약자들에게 개장 후 5년 안에 흑자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약속한 시점은 딱 2년 남았다. 다행히 그는 ‘공수표’를 날리지 않아도 될 듯했다. 꾸준한 실적 상승에 힘입어 초기 400억 원이 넘던 적자도 만회하다. 수익도 꽤 올리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비현금성 제외)은 78억 5000만원. 올해는 161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매출도 매년 30%씩 늘어나고 있다. 그가 내년 흑자 전환을 자신하는 이유다.
최근 용산 개발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투자자 간 갈등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좌초 위기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은 분위기다.

그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단순히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서울의 이미지와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한 번에 바꾸는 계기가 될 큰 사업”이라며 “많은 이해 관계자가 얽혀 있어 초기에는 잠시 진통을 겪겠지만 사업의 상징성과 발전 계획을 고려해 봤을 때 곧 원만히 해결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시기가 늦어질 뿐 아이파크몰의 성장 비전엔 큰 지장이 없다는 얘기다.

아이파크몰은 현재 모기업인 현대산업개발과 함께 다양한 유통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대형 민간주택사업과 도시개발 사업에 있어서 유통 분야의 파트너로서 직접적인 유통업 진출 등도 계획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도 마련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인 북경 완통그룹과 쇼핑몰 개발·운영과 관련해 업무 MOU를 맺은 것. 머지않아 중국에서 ‘아이파크몰’의 느낌이 나는 쇼핑몰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란 기대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복합쇼핑몰의 선두주자로서 ‘몰링’의 붐을 일으켰던 것처럼, 이젠 해외 시장에서 다시금 저력을 발휘할 때가 왔습니다. 그동안의 운영 노하우로 글로벌 시장에서 커 가는 ‘몰링 원조’의 활약상을 충분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전민정 기자 puri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