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뉴질랜드 달러, 브라질 헤알도 매력적…
국내 증시 조정 국면이 기회… 금은 보험자산

‘9월 이후 자산 포트폴리오 박스는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국내 투자자들이 한번 쯤 던져봤을 법한 질문이다. 글로벌 경제의 성장엔진인 미국, 신흥강자인 중국, 병든 거인 유럽연합은 대한민국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전략을 좌우할 주요 변수들이다. 주요 은행 재테크 팀장을 만나 불투명한 대외환경을 정면돌파할 ‘포트폴리오 박스’를 물었다. <편집자 주>

이관석 신한은행 재테크 팀장
“매주 2g씩 금 적립식투자 합니다”

금은 포트폴리오 내 ‘보험 자산’
신한은행 금 통장·엄브렐러 펀드 주목

“금융 위기가 쉽게 끝날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더블딥이 온다고도 속단할 수는 없습니다.” 이관석 신한은행 재테크 팀장은 요즘도 금 적립식 투자를 한다.

매주 1g씩 사들이던 금의 양을 최근 두 배로 늘렸다. 매주 50달러가량 구매하던 달러의 매수 규모도 1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 팀장은 “금은 보험성 자산”이라고 강조한다. 투자자산, 안전자산의 리스크를 상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

주가가 속절없이 빠질 때는, 포트폴리오의 안전성을 높여준다. 글로벌 자본시장이 출렁거릴 때마다 금값이 치솟는 것도 금의 효용을 보여주는 방증.

반면 물가가 급등할 때는 실질가치 하락을 방지하는 ‘인플레이셔 헤지 기능’을 담당한다. 금은 경기가 과열 기미를 보이거나, 급락할 때 모두 제 역할을 하는 효자 상품인 셈.

이 팀장은 “금은 그래서 늘 프리미엄이 따라다니는 상품”이라고 덧붙인다. 이 팀장이 금 적립식 투자 규모를 늘린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그는 “금은방에서 매입하는 금 상품에 비해 신뢰할 수 있으며, 부가가치세 10%를 내지 않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투자 상한선과 하한선을 미리 정할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매력. 달러 자산도 포트폴리오에서 ‘금’과 비슷한 ‘보험자산’의 역할을 수행한다.

조지 소로스나, 헤지펀드 운영자인 존 폴슨 등 금융전문가들이 이 귀금속 펀드를 운용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팀장은 비관론자는 아니다. 그가 자산 포트폴리오를 강조하는 이면에는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글로벌 환경이 있다.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빅3’가 마치 고장난 경운기처럼 털털거리며, 주요 시기마다 글로벌 증시 도약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부담거리.

따라서 포트폴리오를 정교하게 구축해 경기 예측의 한계를 비껴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롱텀캐피탈 매니지먼트 파산, 러시아의 디폴트 사례 등은 전문가들을 비웃는 ‘블랙스완’이다.

이 팀장이 엄브렐러 펀드(신한BNP파리바 엄브렐러 펀드)를 추천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모펀드에 속한 8개 자펀드 사이를 추가비용을 부담하지 않고도 옮겨 갈 수 있는 점이 이 펀드의 강점이다.

스마트 펀드도 또 다른 추천 대상. 주가가 하락하면 종목을 사들이고 오르면 매각하는 자동매매 시스템이 특징. 투자자들이 매매기준을 정하는 수고를 던다는 얘기다.

이 팀장은 주가연계예금(ELD)상품은 추천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상품의 지난 달 출시 규모도 5000억 원 정도에 불과했다.

이 상품이 봇물을 이루던 성수기에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 팀장의 진단이다. 그는 금리 추이를 감안할 때 ELD 상품은 ‘끝물’이라고 지적한다.

요즘 자주 받는 질문은 바로 중국 펀드 관련 내용이다. 장기적으로 중국보다 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을 찾을 수 있겠냐는 것이 그의 반문이다. 신규 펀드 가입자들도 중국쪽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

예금 금리 상품도 추천 대상. 3개월~1년 미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

정부가 지난 7월 기준 금리를 소폭 인상하긴 했지만, 여전히 정기예금 금리 수준은 3%대. 세금을 떼어내면 2.79%에 불과하다. 이 팀장은 “포트폴리오 바구니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면서 투자자산, 안전자산, 보험성 자산의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상빈 IBK기업은행 재테크 팀장
“호주·뉴질랜드 달러에 돈 묻어라”

호주 달러화는 고금리까지 얻을 수 있어
상해와 선전 주식 추종하는 ETF 상품에 관심

“나무보다는 숲을 보라.” 임상빈 IBK기업은행 재테크 팀장이 요즘 강조하는 투자 지침이다. 임 팀장은 한국경제호를 거친 바다 위를 떠도는 조각배에 비유한다.

재작년 금융 위기 이후 순항을 거듭해 오던 이 배를 출렁거리게 할 변수들이 산재해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태평양 바다 건너 미국은 한국경제호를 뒤흔드는 ‘판도라의 상자’다. 미국 행정부가 금융개혁법안을 통과시키며 위기 재발의 뿌리 하나를 잘라낸 것은 호재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바닥을 확인하지 못한 채 휘청거리는 것은 부담거리다.

재작년 금융 위기의 후폭풍에 씻겨 떠내려간 일자리 수만 무려 850만여 개. 임 팀장은 미국 경제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일자리를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본다.

실업의 공포는 미국 경제 회생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다. 흥청망청 소비를 하던 미국 가계의 저축률은 6.4%. 13개월 만의 최고치이자, 대한민국 가계 저축률보다 높은 수준이다. 소비보다는 저축이나 부채 청산의 고삐를 죄며 살림의 리밸런싱에 나선 것.

그는 소비가 되살아나기는 당분간 힘든 구도라고 분석한다. 미국의 10년 만기 장기 국채는 또 다른 판도라의 상자.

이 국채의 연 이자율은 2.6% 수준. 인플레이션율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 금리에도 못 미치는 수치. 문제는 이 국채를 중국을 비롯한 주요 채권국들이 언제까지 사줄것인가이다.

이러한 초저금리 자금은 글로벌 무대를 들쑤시며 위험 자산의 버블을 다시 키우고 있다는 것이 임 팀장의 우려이다.

한 달짜리 은행간 리보금리(Libor) 수준이 0.5%. 임 팀장은 달러화를 홍콩에서 조달해 금리 수준이 높은 한국에 투자할 경우 상당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국내 증시는 ‘백가쟁명’이다. 임 팀장이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국내 증시가 상승 국면에 진입하면 이익을 실현한 뒤 현금을 보유하라는 것이 그의 조언. 안전자산으로 포트폴리오의 무게 중심을 서서히 옮기라는 것.

임 팀장은 국내 증시가 내년 상반기 이후 한동안 ‘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고 내다본다.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 글로벌 경제의 강자들이 성장의 동력을 상실한 채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경제호의 나홀로 순항을 부른 환율효과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

중국이 악재를 털어버리고 순항한다고 해도 미국, 유럽연합, 일본의 부진을 홀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중국 시장도 내구재인 자동차 소비가 올 들어 꾸준히 줄고 있는 것이 부담거리. 그는 요즘 상해와 선전 주식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그가 권유하는 포트폴리오 바구니는 대체적으로 안전자산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자원 부국인 호주·뉴질랜드의 달러화, 브라질 헤알화 투자를 권유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호주 달러화 투자는 고금리라는 덤까지 얻을 수 있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이 은행 창구에서 호주·뉴질랜드 달러화 통장에 가입하면 된다. 브라질 헤알화는 이 통화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면 된다. 임 팀장이 추천하는 또 다른 안전자산이 바로 금리상품.

3개월~1년 만기의 금리 상품에 투자하라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그는 주요 투자지표를 보지 않은 채 투자에 나서는 고객들은 철도운송 지표를 금과옥조로 삼는 워런 버핏의 투자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에는 미국의 월마트 매출 추이 같은 신뢰할 만한 지표들이 없는 것이 아쉽다며 블룸버그에 올라오는 논설들을 꾸준히 읽어볼 것을 권유했다.

공성율 KB국민은행 재테크 팀장
“주식 저가매수 마지막 기회 온다”

ELS상품 인기 내년되면 시들해질 것
중국 펀드는 꾸준히 관심 기울여야

“국내 주식을 저가 매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올 것이다.” 공성율 국민은행 재테크 팀장은 30대 후반이지만 동안(童顔)이다.

4∼5년차 사원을 떠올리게 할 정도. 싱가포르에서 프라이빗 뱅커 자격증을 딴 그는 3년째 이 대형 은행의 재테크 팀을 이끌고 있다.

지난 12일 국민은행 여의도 본사, 공 팀장은 요즘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라고 했다. 폭주하던 영업장 강의 요청도 잠시 중단된 상태.

그는 <인구 변화가 부의 지도를 바꾼다> <원화의 미래> 등을 종종 꺼내 든다고 했다. 같은 은행 소속의 이코노미스트가 저술한 경제 베스트셀러들이다.

인구 구조의 변화, 경기지표는 미래를 엿보는 창(窓)이다. 경기선행지표는 국내 증시의 흐름을 내다보는 풍향계다. 공 팀장은 이 지표가 작년 12월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왔다고 지적한다.

시장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확산지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 이 두가지 지표는 국내 증시의 하강 국면 진입을 비추는 거울이다.

공 팀장이 국내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다시 올 것이라고 강조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는 오는 2012년까지 국내 증시의 대세 상승기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본다. 확산지표가 가리키는 일시적인 조정기는 시장에 진입할 호기이다.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적립식 펀드에 꾸준히 돈을 묻으라고 조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 진퇴를 결정할 주가 수준을 미리 정해둔 뒤, 이 기준에 따라 자금을 운용하라는 것이 공 팀장의 조언.

공 팀장은 국내 증시를 비교적 낙관적으로 본다. 투자 자산 비중을 포트폴리오의 절반 수준으로 늘리라고 조언하는 배경이다.

주가연계형상품(ELS)의 인기가 시들해질 것으로 내다보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주가가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할 때 인기몰이를 할 수 있는 상품이 ELS라는 것.

그는 “ELS는 올해까지는 매력적이지만, 내년은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내다본다. 국내 증시가 대세 상승기에 진입하면,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을 먹고 사는 이 투자 상품에 굳이 관심을 둘 필요가 없지 않겠냐는 것. 공 팀장이 추천하는 안전자산은 금리상품.

만기를 3개월~1년 이내로 유지하라는 것이 그의 조언. 한국은행이 한 차례 금리를 올렸지만, 국내 예금 금리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여전히 제로금리나 다름없는 수준. 하지만 금리 상승 기조는 추세적이다. 정책 당국자들의 발언, 금융시장 상황등을 감안한 것.

공 팀장은 또 다른 유망 상품으로 중국 펀드를 추천했다. 중국 펀드에 뛰어들었다 손실을 본 뒤 부심하던 이들도 추가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

그는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투자자산의 비중을 50% 수준으로 늘릴 때”라며 공격적인 접근을 조언했다.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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