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만 20여 년을 살아온 회사원 김용진(31)씨는 고향을 떠나 서울로 이사 온 지 이제 3년째다. 서울에 사는 친척을 만나기 위해 서너 번 정도 상경한 적은 있지만, 그에게 서울은 여전히 낯선 곳이다.

친구들이나 회사 동료들과 약속을 잡게 되면 약속 장소 때문에 늘 골머리를 썩는다. 지도를 여러 번 봐도 복잡한 서울 지리 때문이다. 엉뚱한 곳에서 기다리다 시간을 허비한 적도 있고, 복잡한 길을 헤매다 약속시간을 어긴 일도 부지기수다.

그랬던 김씨의 걱정을 덜어준 고마운 지도가 있다. 바로 ‘로드뷰’ 서비스다. 로드뷰는 인터넷 상에서 지원하고 있는 3차원 위치 검색 시스템이다.

지도의 길거리 부분을 클릭하면 클릭한 지점의 외부 상황을 360도 사진으로 보여주는 신기한 지도다. 클릭 한 번이면 약속 장소가 어디인지, 평소 알고 싶었던 장소의 모습은 어떤지 정확히 알 수 있다.

로드뷰 서비스의 신기한 길 안내 덕분에 김씨의 불편함이 줄어들었다. 얼마 전 서울 홍익대 입구에서 친구들을 만났을 때도 로드뷰의 안내로 친구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로드뷰 서비스는 2009년 1월부터 국내 유명 포털업체인 ‘다음’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간편하게 거리 사진을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서비스 시작 당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서비스 초창기 수도권 지역에 한정됐던 로드뷰 사진 게재 지역은 2009년 3월 말 7대 광역시와 제주도까지 확대됐고, 현재는 호남 일부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의 거리 사진을 볼 수 있다. 지난 7월에는 국토 최동단 울릉도와 독도의 사진도 촬영해 8월 초부터 사진을 공개했다.

특수 촬영장치 달고 전국 돌며 지도 제작

그렇다면 로드뷰에 들어가는 사진은 어떻게 찍는 것일까? 비밀은 파노라마 촬영차에 있다. 360도 파노라마를 촬영할 수 있는 특수 제작된 촬영 장비와 위성 추적 장치를 차량 지붕에 설치한 뒤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촬영한다. 촬영 뒤에는 이 사진을 편집해 인터넷 지도와 연동시키는 방식으로 로드뷰가 만들어지고 있다.

차가 다닐 수 있는 큰 도로에서는 촬영 장비가 부착된 차량을 이용해 사진을 찍는다. 차가 다닐 수 없는 좁은 도로나 공원,

아파트 단지 등은 별도로 제작된 세그웨이(소형 전동차량에 카메라를 멘 사람이 탑승하여 찍는 형태)나 파노집(카메라를 멘 사람이 직접 걸어 다니면서 찍는 형태)을 이용해 사진을 찍고 있다. 좁은 골목길의 사진이 등장할 수 있던 것은 바로 세그웨이와 파노집 덕분이다.

해외에도 로드뷰와 비슷한 형태의 지도가 있다. 구글이 2007년부터 제공 중인 ‘스트리트뷰’다. 아직 우리나라의 사진은 서비스가 되지 않고 있다.

로드뷰가 국내 거리의 사진을 제공한다면, 스트리트뷰는 해외 주요 도시들의 거리 사진을 볼 수 있다. 현재 스트리트뷰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지역은 미국, 캐나다, 북·서유럽 주요국, 호주, 일본 등이다.

스트리트뷰 역시 로드뷰처럼 차량에 특수 촬영 장치를 부착하고 길거리를 직접 다니며 사진을 촬영한다. 우리나라에는 늦어도 내년 안에 서비스가 개시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로드뷰와 스트리트뷰는 길거리의 상황을 그대로 전달하다보니 웃지 못 할 사진이 많이 등장한다. 카메라의 촬영 절차에는 별다른 여과 절차가 없다.

이동 중 사진을 자동적으로 찍어서 편집하는 것에서 끝난다. 그렇기 때문에 길거리의 상황이 여과 없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3D 길거리 지도는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거리 사진을 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일부 민망한 사진의 노출과 사생활 침해 논란은 옥의 티로 지적되기도 했다.

‘집창촌 촬영’ 등 무방비 노출 논란

로드뷰에게는 ‘집창촌 안내도’라는 고약한 별명이 있다. 로드뷰는 지난해 연말 난감한 소동을 빚었다. 서울 영등포역 인근의 사창가 사진이 그대로 인터넷에 노출된 것.

건물만 찍혔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겠지만, 사진 속에는 브래지어 차림의 윤락여성이 서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논란을 일으켰던 영등포 사창가 사진은 바로 삭제됐다.

하지만 아직도 로드뷰에는 사창가 사진이 돌고 있다. 인천 옐로우하우스나 전주 선미촌 등 일부 영업 중인 집창촌 사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영등포의 사례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윤락여성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지역의 로드뷰를 보면 한눈에 봐도 집창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업소의 간판이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한때 구토하는 어린이 사진도 인터넷에 떠돈 적이 있다. 한 어린이가 길바닥에 주저앉아 구토를 하는 모습이 로드뷰에 그대로 찍힌 것.

서울 사당동의 한 골목에서 찍힌 이 사진은 무분별한 자동 촬영의 희생양으로 지적돼 큰 문제를 빚기도 했다. 결국 문제의 구토 장면은 모자이크 처리됐다.

이외에도 한 공원에서 남성의 무릎 위에 여성이 포개어 앉은 사진이나 연인이 손을 잡고 모텔에 들어가는 사진 등 인터넷에 공개하기에 부적절한 사진이 종종 등장해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

구글의 스트리트뷰 역시 곤욕을 치렀다. 잔디밭에서 핫팬츠 차림의 여성이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는 장면은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른바 ‘시체놀이 사진 해프닝’이나 발코니 알몸 일광욕 장면, 스트립 바 출입 장면, 고속도로 노상방뇨 장면 같은 부적절한 사진은 세계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논란의 중심이 됐던 사진들은 즉시 삭제됐다.

독일과 스페인 등 일부 유럽 국가는 구글과 스트리트뷰 서비스 문제로 인해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20만여 명에 이르는 독일 국민들은 스트리트뷰에서 자신의 집 사진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고, 스페인 정부는 무차별적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항의 표시로 구글을 고소했다.

그리스는 아예 5월부터 스트리트뷰의 촬영을 저지시켰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스트리트뷰의 개인정보 무단 수집 논란 때문에 경찰이 구글코리아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사생활 무단 노출에 대한 마땅한 대안은 아직 없다. 일단은 촬영업체와 지도 제공업체의 자정 활동만이 답일 뿐이다.

다음의 로드뷰 관계자는 “사용자들이 직접 신고할 수 있는 ‘핫라인’ 시스템을 로드뷰와 연동해 운영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전문 모니터링 인력을 확충하는 등 사생활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jjeom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