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화기자

원·달러 환율이 1020원대까지 추락했다. 일각에서는 3분기 내에 1달러가 1000원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가 환율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제일 큰 문제는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경제지표 때문에 외환당국이 섣불리 환율 방어에 나서기가 불편하다는 것.

1020원대의 원·달러 환율은 5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올 들어 원화가치가 치솟는 배경은 계속되는 사상 최대 규모 경상수지 흑자 행진과 외국인의 국내 증시 참여 확대 등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030원을 하향돌파하면서 외환당국이 적극 개입하는 의지를 보였다”며 “만약 개입하지 않았다면 하락 폭은 더 컸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중국의 경기부양 기대가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를 견인하며 원·달러 환율은 1080원에서 1050원까지 내려갔다. 아울러 4월 8일 FOMC 의사록에서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우려가 완화됨에 따라 4월 9일부터 1050원선까지 하향 돌파했다. 이후 심리적 마지노선인 1030원을 깨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해 추가 하락을 방어하는 모습이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달러 약세, 경상수지 흑자, 이머징마켓 불안 진정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달러 약세 기조를 보였다”며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주요 30개국 통화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만약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5월 안에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의 벽을 깰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외환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과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전환은 원·달러 환율 추가 하락을 제안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난 4월 9일처럼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 추가 급락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외환시장이 요동치자 산업계도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출업계에서 적정 환율은 1061원에서 1066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미 수출기업들은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출 단가를 조정하고 있다”면서 “수출액 기준으로 보면 문제가 없지만 이미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영업이익 상당부분을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해외 생산 비중이 늘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액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환율 10원이 떨어질 때마다 1200억원의 손실을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초 사업계획에서 연평균 원·달러 환율을 시장전망치 1060원보다 부정적인 1050원으로 설정했다”며 “사업계획을 다시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원·달러 환율이 더는 하락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시중은행 한 외환 전문가는 “심리적 요인 등으로 원·달러이 단기 급락, 1000원선까지 뚫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확률은 높지 않다”며 “원화 강세를 감당할 만한 펀더멘털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그는 중장기적으로는 1000원 이하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경기가 일본이나 유럽보다 양호하게 나타나는 등 달러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