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유가격(두바이유)이 연내에 배럴당 90달러대로 진입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국제유가는 올해 들어 미국과 유럽의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수요가 늘면서 그동안 횡보장세를 보였던 가격도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전망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하락세로 반전, 이상기후로 인한 수요 부진과 셰일가스 생산 확대, 대체에너지 수요 증가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하락세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연내에 두바이유 기준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두 자릿수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9일 기준으로 두바이유는 배럴당 104.09달러,  브렌트유는 108.04달러다. 한국이 제일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이 90달러대로 하락한 때는 지난해 6월 28일로 배럴당 98.95달러를 기록했었다. 두바이유는 지난해 9월 3일 110.85달러를 전고점으로 해서 올해 들어 계속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단기간 반등세를 보였지만 곧 하락세로 돌아서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이 자국 내 셰일가스를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공급에 무리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회복 기대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아시아 시장의 경기회복이 다소 지연되면서 기대치를 그만큼 상쇄시켜 원유 수요가 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국제유가(두바이유기준)가 올해 3분기쯤 배럴당 90달러대로 다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마주옥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천연가스와 전기차 등 대체 에너지원이 크게 발달했다”며 “예전만큼 수요가 늘지 않아 이르면 연내 배럴당 9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에 달했다. 그 후 경기가 안정되면서 90~110달러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는 모양새다. 사실 이때도 원유 수요가 늘어서라기보단 경제와 금융 등 복합적인 리스트가 작용했던 탓이다. 당시엔 셰일가스 또한 활용을 못하고 있었다. 셰일가스는 1998년 그리스계 미국인 조지 미첼이 프래킹(fracking) 공법을 상용화해 성공한 때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물론 국제유가 급등의 우려도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가 원유 공급을 축소하거나 중단하게 되면 국제유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미국은 자국 내 셰일가스를 공급하기 시작해 유가가 급등하는 것을 막았다. 자국 내 원유를 계속 풀긴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미국의 이러한 조치로 러시아가 받은 타격은 상당하다.

이 같은 근거로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100달러 이내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 과잉공급도 부담요소이긴 하지만 러시아가 받은 타격보다는 훨씬 덜하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최대 원유 수요국인 미국 등에서 원유 수요가 크게 줄고 있다는 것도 뒷받침하는 근거다.

미국 북부지역 등에선 원유수급을 천연가스로 대체하고 있는 등 원유 의존도가 많이 낮아졌다. 이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선 이미 전기자동차 대중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원유 수요의 70%는 자동차 및 수송분야다.

금융위기 직전 연간 2000만 대를 판매해온 미국 자동차 시장은 금융위기 직후 1200만 대로 급락했다. 지난해 미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1560만 대다. 국제유가가 오르기 힘들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일명 드라이빙 시즌이라 불리는 2~3분기에 소폭 상승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지만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는 게 공통된 입장이다.

강유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뿐 아니라 리비아 이슈 등도 있었지만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며 “단기적으로 100달러 수준으로 하반기부터는 90달러대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