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으로 ‘나’의 능력 개발하지 않으면 ‘남’한테 당장 버림 받아


"生卽死, 死卽生.” 이 명구는 고전 <오자(吳子)>라는 책에 나온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좌우명으로 더욱 더 유명해진 말이다. 말하자면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라는 뜻인데

<오자> ‘치병’편에 등장하는 ‘필사즉생(必死卽生), 행생즉사(幸生卽死)’ “죽음을 각오하면 살고, 삶을 바라면 죽는다”가 그 출처다. 이와 비슷한 얘기가 <손자(孫子)> ‘구지편’에도 있다.

“병사들을 멸망할 곳에 투입시켜야 존속할 수 있고, 이들을 사지에 몰아넣어야 비로소 살아남는다(投之亡地, 然後存. 陷之死地, 然後生)”가 바로 그것이다.

박찬법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생즉사(生卽死), 사즉생(死卽生)”을 꺼내 말한 바 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박 회장은 월급쟁이로 출발해 전문경영인으로 우뚝 성공한 바 있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현장을 중시하는 그다. 그가 이순신 장군의 좌우명을 다시 꺼내든 이유는 대기업도 이른바 ‘경제 전쟁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어서다.

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이 부진해져 ‘줄 끊어진 연’처럼 얼마든 곤두박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이제 ‘죽까’ 뿐이다.

‘죽까’란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모든 힘을 다하자 라는 뜻으로 흔히 쓰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를 단지 ‘두 글자’로 편하게 쓰고자 줄인 말일 뿐.

고전 <한비자>를 보자. 여기에도 <오자> <손자>와 비슷한 명구가 하나 등장한다.

일인분사, 가이대십.
一人奮死, 可以對十.(한비자, 초현진)

‘한 사람이 목숨을 내던지며 죽기 살기로 떨쳐 싸우면, 그 힘은 가히 열 명도 쉽게 대적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일당십, 일당백 식으로 적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을 말하는 것이다.

노량 앞바다. 때는 1598년(선조 31). 그곳에서 500여 척의 적선과 혼전난투의 접근전(노량해전)을 벌이게 되는 이순신 장군의 필승 전략의 알갱이는 다름 아닌 ‘一人奮死, 可以對十’의 태도와 정신이 빚어낸 마지막 승리가 아니었을까.

‘나쁜 보스’는 ‘나를 키우는 독종’

이순신 장군은 오늘날 기업세계로 비유하자면 ‘전문경영인(CEO)’이지 ‘오너(社主)’가 아니다. 당시 ‘조선’이란 기업의 오너는 ‘선조’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찬법 회장은 전문경영인이지 실상 오너가 아니다.

그런데도 “生卽死, 死卽生”이라는 좌우명과 신년사 때문일까. 시대가 다르고 환경이 서로 같지 않음에도 묘하게 같은 그림으로 상상되고 인물이 겹쳐지는 이유는 왜일까?

둘 다 ‘원칙주의자’라서…. 둘 다 ‘오너’가 아니라서….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식상할 수 있으니 좀 다르게 말하자. 필자는 이 두 인물을 일러 ‘나쁜 보스’라고 부르고자 한다.

이 ‘나쁜 보스’란 말은 국내 최대의 HR컨설팅 회사인 엑스퍼트 컨설팅의 최경춘 컨설팅 본부장이 쓴 <나쁜 보스>(위즈덤하우스)를 무단 차용한 것이다. 부제가 ‘나를 키우는 독종’이다.

그런데 이 말이 왠지 모르게 끌린다. 그렇다. 나(수군, 종업원)를 키우는 독종으로 이순신 장군과 박찬법 회장이 ‘나쁜 보스’로 보였기 때문이다.

나쁜 보스는 결코 ‘一人奮死, 可以對十’ 할 수 없는 인재와 함께 길을 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다. 채용하지 않는다. 만약 있다면 바로퇴사시킬 것이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과연 ‘인재’가 아닐까. 이에 대해 최경춘 본부장은 저서 <나쁜 보스>에 이렇듯 상세히 적고 있다.

학벌이 약하면 친화력을, 그것도 약하면 한 분야의 전문성을, 그것도 아니면 끈질기게 버티는 능력을, 그것도 아니면 뭔가 남과 다른 능력을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

제일 위험한 사람이 이것도 중간, 저것도 중간이라 특별한 색깔도 능력도 없어 보이는 사람이다. 나쁜 보스의 눈 밖에 나는 사람은 이처럼 어중간한 사람이다.(<나쁜 보스>, 85쪽, 최경춘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그렇다. ‘어중간한 사람’이 인재가 아니다. 이런 사람은 앞으로 기업에서 우선 정리되고 해고되는 대상이 될 것이 뻔하다.

그러므로 친화력과 전문성, 근성과 인내심 등을 스스로 키워야 한다. 이게 없다면 나쁜 보스의 눈 밖에 나는 그런 사람이 될 것이다. 조직에서 외톨이가 되고 만다.

또 머지않아 패자인 ‘독고다이’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승자인 ‘군고구마’가 진정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죽까’ 정신으로 ‘I BEST’ 실천을

그렇다면 어중간한 ‘나’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동기부여 전문가로 유명한 문충태 마케팅액션연구원장이 지은 <하루 1분>(중앙경제평론사)이 많은 참고와 도움을 줄 것이다.

요컨대 ‘죽까’ 정신으로 자기개발을 당장 하는 수밖에 없다. 뭔가 남과 다른 능력이 있어 나쁜 보스 눈 밖에 나지 않아야 한다. 이것만이 살 길이다.

참고로 문 원장이 책에서 말한 바 있는 ‘I BEST’ 전략을 따라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즉, I(‘나’부터), B(Basic: 기초부터), E(Easy: 쉬운 것부터), S(Small: 작은 것부터), T(Today: 오늘부터)를 생각에 머물지 말고 그대로 행동으로 바로바로 실천하고 볼 일이다. 왜냐하면 내가 스스로 베스트가 되지 않고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찬법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합리적인 CEO로 불리고 싶다”라고 소망을 밝힌 적이 있다. 그러면서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카리스마는 다르다고 믿고 있다.

오너에게는 구조적 카리스마가 있으나 ‘흘러 가는 사람’인 전문경영인에게는 그런 카리스마가 없다는 이야기다.

세계일보 이보연 기자가 쓴 (하나북스)을 보자. 거기에는 박 회장의 카리스마를 이렇게 적고 있다.

박 회장은 원칙주의자다. 그는 사장으로 재직하던 2005년 7월 한 달 가까이 벌어진 조종사 파업 때도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 여행객이 가장 많은 시기에 일어난, 국내 항공 역사상 최장기 파업이었다.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했고, 회사는 2400억 원의 영업손실(회사 추정)을 입었다. 조기 해결을 위해 타협을 시도하라는 안팎의 압력이 거셌지만,

박 회장은 단호히 거부했다. 조종사가 기장 승격 심의위원으로 참여하고, 기장이 승무원 교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인사권과 경영권, 안전 운항과 관련된 요구는 원칙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승객과 화물의 발이 묶이는 것을 보면서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갔으나 원칙을 어길 수는 없었다.”(, 240쪽, 이보연 지음, 하나북스 펴냄)

<한비자> ‘이병(二柄)’에서 말하길 CEO의 “두 가지 권력은 刑(인사권)과 德(경영권)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직분을 침범하는 해악은 혹한보다 더 심하다”는 말이 있다. 마땅히 (내가) 해야 할 일을 (남들이) 침범하도록 내버려두는 것도 직무유기다. 그러니 함부로 ‘나쁜 보스’라고 직장에서 뒷담화를 해서야 어디 쓰겠는가.

심상훈 브랜드매니지먼트사 HNC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