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파생상품 구조가 투자자들조차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반면 수익이 어마어마할 수 있어 투기를 쉽게 자극한다고 비난했다.
그런 버핏이 대표적 파생상품인 신용부도스와프(CDS) 때문에 최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버핏이 이끄는 투자업체 버크셔 해서웨이의 CDS 금리가 정크본드 수준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버크셔의 CDS 금리가 최근 2개월 사이 3배로 뛰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한 바 있다.
CMA 데이터비전에 따르면 두 달 전 1.40%였던 버크셔의 CDS 금리는 18일 현재 4.15%까지 치솟았다. 이는 1000만달러 규모의 버크셔 채권 부도에 대비한 비용이 연간 41만5000달러라는 뜻이다.
신용평가업체 무디스가 부여하는 ‘Baa3’ 등급 채권의 평균 CDS 금리는 3.48%로 버크셔 CDS보다 낮다. CDS 금리만 따질 경우 버크셔의 신용등급 수준은 Baa3보다 한참 낮은 셈이다.
Baa3라면 무디스가 부여하는 10개 투자 적격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이른바 ‘정크본드’라는 투자 부적격 등급의 한 단계 위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CDS 금리를 기준으로 삼을 때 버크셔의 채권 등급은 정크 수준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버크셔 CDS 매입자들은 보험사 올스테이트보다 1.4%포인트 높은 금리를 지불해야 한다. 올스테이트는 허리케인 피해와 투자손실로 지난 3·4분기 9억23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피치로부터 신용등급을 강등당했다.
보험사업 순이익 비중이 절반을 차지하는 버크셔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다. 네 분기 연속 순익이 감소하고 있을 뿐이다. 버크셔는 무디스, 피치,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로부터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부여받고 있다. 등급 전망도 안정적이다.
신평사들이 버크셔에 부여한 신용등급과 버크셔의 CDS 금리가 엄청난 괴리를 보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버크셔의 CDS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투자자들이 얼마나 변덕스러워졌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그만큼 크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CDS 금리가 금융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헤지펀드 램 파트너스의 설립자 제프 매튜스는 “파산하리라 예상되는 기업을 고르라면 버크셔가 선택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마하 순례(Pilgrimage to Warren Buffet’s Omaha)》의 저자이기도 한 매튜스는 “버크셔의 CDS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버크셔의 주가는 40% 하락했다. 버크셔의 주가가 연간 기준으로 약세를 나타낸 것은 지난 20년 사이 3번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만하다. 그만큼 요즘 시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S&P500지수가 42% 빠진 데 비하면 버크셔의 주가하락률은 그나마 양호한 것이다. 버크셔의 주가는 11월 중순 2년 만에 처음으로 10만달러를 밑돌았다.
버크셔의 CDS 금리가 최근 두 달 사이 급등한 것은 주식시장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버핏은 투자자와 사인한 시점의 지수가 오는 2019년 특정 시점의 지수보다 낮을 경우 버크셔에서 손실을 물게 되는 투자상품도 팔고 있다. 버크셔가 손실을 물게 되면 최대 37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 이는 현재 버크셔가 보유 중인 현금 334억달러보다 많은 규모다. 버크셔는 이런 투자상품 때문에 지난 9월30일까지 67억3000만달러를 손해 봤다고 밝힌 바 있다. 버크셔의 투자상품에는 S&P500 등 4개 지수가 연관됐다는 것만 알려져 있다. 버크셔는 투자상품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항상 장기 투자에 대해 강조해 온 버핏은 “이런 투자상품도 결국 이익을 남길 것”이라고 역설했다. 지난 5월 버핏은 “버크셔가 AAA 등급이 아니라면 다른 어느 기업도 AAA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nut@asiaeconomy.co.kr)

강혁 편집국장 kh@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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