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이케아코리아

싱글족을 위한 1인 ‘가전’ 신제품들과 소형가전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는 이제 새삼스런 이야기도 아니다. 하지만 1인 ‘가구’는 남다른 신제품들조차도 찾기 쉽지 않다. 다른 영역의 가구 카테고리 역시 마찬가지다.

그만큼 국내 가구업계는 ‘신제품 개발’보다는 ‘신시장 개척’에만 주력하는 경향이 있다. 그저 같은 제품을 여기저기서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경쟁자들과 거의 똑같은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 간의 제품 차이도 일부를 제외하면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광고홍보비나 판매촉진비 등을 많이 쓸 수밖에 없고, 고객의 욕구를 충족하는 제품 차별화가 어려워 가격 할인경쟁 또한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북유럽 스타일’, ‘스칸디나비아 스타일’ 등을 운운하며 오리지널 이케아를 대신해서 열심히 광고·홍보해주고 있다. 그러는 사이, 소비자는 지쳐간다. ‘네이버’나 ‘다음’을 통한 검색과 비교는 제품들이 너무 많아 이제 번거롭고, 시간 낭비라는 생각마저 든다.

국내 선두업체들과 비교해 이케아는 대부분 경쟁력 측면에서 현재 앞서고 있다. 한샘이 지난해 1조원 매출을 돌파했고, 올 1분기 매출액도 늘었다고 축배를 들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샘 제품들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한샘만의 독특한 콘셉트와 특징이 있었다기보다는 다른 경쟁자들보다 브랜드파워가 ‘상대적 우위’에 있었을 뿐이다. 게다가 불황 프리미엄도 있었고, 가격할인 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훗날 한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최소한 이케아는 이케아만의 브랜드 콘셉트와 제품 스타일이 있고, 시장과 소비자를 공부하고 연구한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케아를 우습게 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성립한다. 이케아는 고객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제품을 개발해왔고, 우리는 시장의 요구에 응하기보다 ‘개발자가 익숙한’ 제품들을 만들어온 경향이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국내 가구사를 비롯하여 협회나 각종 이해관계자 등은 이케아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하기는커녕, 기본적인 공부조차도 하지 않는 사례들이 많다. 심지어 사실과 다른 왜곡된 정보를 가지고 안주하고 있다. “DIY 가구는 한국 현실에 안 맞는다”라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케아는 가구만 판매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구의 매출 비중이 가장 크고, 이케아만의 강력한 마케팅 전략이 있어 국내 가구 브랜드가 절대 만만하게 볼 경쟁자가 아니다. 이케아는 소비자들을 ‘이케아 스타일’에 맞추어 소비하도록 오랫동안 학습시켰고, 그 결과 이케아는 경제 트렌드에서 가장 강력한 키워드인 ‘실용’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됐다.

또한 이케아의 대표 키워드는 ‘가족’이다. 한국 정서와 문화에 이케아가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관건이겠지만, 한국 사람들이 낯선 이케아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파급력은 의외로 확산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가족’이라는 이케아 키워드가 있다. ‘가족’이라는 키워드가 무서운 이유는 엄마의 구매에 딸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며 대한민국 그 어떤 가구 브랜드도 제대로 천하통일하지 못한 ‘패키지 구매’, ‘일괄 구매’가 이케아에선 가능하다는 점이다. ‘편한 쇼핑’, ‘보증 쇼핑’, ‘주눅 들 필요가 없는 쇼핑’은 현재 이케아가 1위다.

이 의미가 이해되지 않는다면, 공부를 좀 더 할 필요가 있다. 지금 당신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무엇인가?

 

글=정명렬 아수라백작 가구연구소장

전 세계 유일의 현업 종사자면서 이케아를 연구하고 파헤친다. 가구업계 19년 실무경력의 ‘이케아 전문가’로 실전 마케팅 강연활동과 ‘아수라백작 가구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저서로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이케아 마케팅과 대한민국 가구이야기>, <이케아, 새빨간 거짓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