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바닥’을 논하고 있을 때 ‘꼭지’를 논하는 투자상품이 있다. 바로 금이다. 전 세계가 금융위기로 휘청이고 있는 요즘, 금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달러 등 거의 모든 자산의 가치가 하락했지만 유독 금만은 독야청청이다. 일반적으로 금은 경기가 불안할 때 안전자산으로써 활용되는 대안투자 상품이다.

모든 자산의 가치가 하락해도 금이라면 안전하지 않을까란 기대감을 먹고사는 상품인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들어 골드바는 물론 금펀드, 금예금, 금ETF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금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금융위기가 본격화됐던 지난 9월, 12만1000원(2008년 9월4일)이었던 금가격은 19만1400원(3월5일)으로 6개월 만에 7만400원이 올랐다.

당분간 금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거라는 예측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환율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금에 대한 투자가 아직도 유망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국내는 대부분의 금을 수입하고 있어 금가격은 환율에 가장 많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는 달러가치 하락 시 금가격 동반 하락이라는 손실 위험을 안고 가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로 국제 금가격은 온스당 803.2달러(2008년 9월4일 기준)에서 916.5달러(3월5일 기준)로 113.3달러 올라 약 14%가 급등했다.

금가격은 14% 오르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국내 금가격은 환율 때문에 58%까지 오른 것이다.

결국 국내 금투자는 환율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금투자가 앞으로도 유망할 거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들은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이 금값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 보고 있다. 더구나 동유럽 금융기관의 부실 등 2차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도 금값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가격이 단기간에 급격하게 올랐음에도 향후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동양종금증권 이석진 연구원은 “최근 금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1000달러 돌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국채발행이 증가해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증가하는 점 등을 볼 때 원화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금가격이 꼭지에 다다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금가격이 올랐던 것은 금에 대한 수요층이 탄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교적 이유로 금을 구입했던 인도와 금을 좋아하는 중국 사람들이 경기침체로 인해 당분간 금을 구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금값이 상승하자 유럽중앙은행과 IMF가 자금조달용으로 금을 매각해 금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봤다. 만일 추가적으로 금값이 더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투매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은행 황우용 상품기획부차장은 “금은 변하지 않는 통화라는 점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지만 금가격은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국제 전망, 실물가격까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며 “금 관련 협회와 전문가들은 금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라 보고 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환율도 함께 봐야 하기 때문에 금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희나 기자 (hnoh@ermedia.net)

오희나 기자 hnoh@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