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채권시장의 외국인 투자자 중 최대 큰손으로 꼽혀온 프랭클린템플턴 펀드(이하 템플턴)의 투자는 잦아든 반면, 노르웨이와 스위스 등 유럽 주요 투자자들이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노르웨이의 원화채권 보유 잔고는 5조4000억원, 스위스는 8조1500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각각 4.7%, 16.1% 증가했다.

반면 상당 부분이 템플턴의 투자로 해석되는 미국(18조8400억원)과 룩셈부르크(13조9000억원)의 지난 3월 말 잔고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각각 6.1%, 4.0% 줄었다.

이와 관련해 이재형 동양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원화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 동향의 특징은 템플턴의 투자가 약해진 반면, 노르웨이와 스위스가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을 정점으로 템플턴 펀드의 원화채권 보유 잔고가 줄어들고 있지만 노르웨이와 스위스의 투자자금이 유입되면서 외국인 전체 원화채권 보유잔고 감소폭은 크지 않다는 것이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노르웨이의 원화채권 투자자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글로벌펀드연금(GPFG)이다. GPFG는 2012년 하반기부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채권의 투자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GPFG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리스크가 확산하면서 이탈리아를 포함한 남유럽 채권 보유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도 수익률이 높은 아시아권 채권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스위스의 원화채권 투자 규모가 최근 급증한 것은 스위스 중앙은행(SNB)의 외환보유고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유로존 위기로 스위스의 통화(프랑화)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돼 프랑화 가치가 급격히 상승했는데, 스위스 당국이 프랑화 강세 방어에 나서면서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를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원화채권을 선택했다는 점을 이 연구원은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이 연구원에 의하면 해외 중앙은행이 원화채권 투자를 확대하는 건 원화 강세나 높은 수익률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한국의 외화자금 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고, 이를 통해 국내 유동성 여건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이 같은 국내 유동성 여건의 질적인 개선을 고려할 때 템플턴 펀드의 원화채권 보유잔고가 줄어들면서 일각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유동성 충격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