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지속될 것 같던 전세 품귀 현상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전세금 급등과 함께 매물 자체가 사라졌던 전세 물건이 최근 들어 하나둘 시장에 나오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고삐 풀린 듯 매주 치솟던 전세금도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주 수도권 전세시장은 지난 2012년 7월 말 이후 88주 만에 하락세를 보이며 기나긴 상승세에 마침표를 찍었다.

서울 강남‧목동 전셋값 하향 안정세 유지

서울 전세시장은 지역별 이슈에 따라 여전히 강세를 보이거나 약세를 굳혀가는 지역들이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수요가 주춤해 거래가 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전세금 급등의 진원지로 꼽혔던 강남‧목동 등에서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어 주목된다.

2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4월 넷째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중랑(0.24%) △영등포(0.19%) △서대문(0.16%) △관악(0.14%) △강북(0.13%) △성동(0.11%) △은평(0.11%) △용산(0.10%)순으로 상승한 반면, ▼강서(-0.12%) ▼광진(-0.05%) ▼강동(-0.05%) ▼서초(-0.03%) ▼강남(-0.02%)은 전셋값이 내림세를 보였다.

신도시 역시 수요가 줄면서 하향 안정세를 나타냈다. ▼산본(-0.09%) ▼평촌(-0.03%) ▼김포한강(-0.02%) ▼분당(-0.01%)은 전셋값이 소폭 하락했다. 수도권은 △인천(0.06%) △부천(0.01%) △수원(0.01%) △시흥(0.01%) 화성(0.01%)순으로 전셋값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은선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지역별 등락이 나타나고 있지만 변동 폭이 크지 않고 전반적으로 수요가 주춤해 거래가 뜸해졌다”며, “이러한 전세시장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사수요 마무리‧신규 입주물량 증가 ‘한몫’

이처럼 전세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지난 3월을 기점으로 이사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전세 수요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권일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3월까지 신혼부부 수요 및 학군수요가 더해지면서 전세 품귀현상이 지속돼 전세가격도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다”며, “하지만 최근 이사 수요가 줄어들면서 전세가격도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고 밝혔다.

신규 입주 아파트 물량이 증가한 것도 전세가격을 진정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다. 전셋값 상승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새 아파트 청약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신규 분양이 줄을 이으면서 전세를 구하는 실수요자들이 매매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찾아볼 수 없었던 전세매물들이 현재 하나둘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KB국민은행 부동산팀 관계자는 “정부의 월세 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 발표 이후 월세물량이 전세로 돌아선 것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는 현재와 같은 전셋값 안정세 분위기가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일 닥터아파트 팀장은 “최근의 전셋값 하락은 이사 수요 감소 등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든 것이 원인”이라며, “가을철 전세 성수기가 오면 다시 전셋값이 폭등할 것으로 예상돼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자들은 지금이 적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임대차시장의 절반은 전세”라며, “향후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의 지속적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