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사업자에 대한 과세방침을 밝힌 ‘임대차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무보증 월세임대’ 등 단기임대 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임차인에게 한 달 혹은 두 달치 월세만 받는 임대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러한 트렌드는 국내 임대차 시장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택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이 발표된 후 2주택 이상을 소유한 집주인들의 최대 고민거리는 단연 ‘절세’다. 그동안 내지 않던 임대소득세에 각종 준조세 부담까지 떠안게 된 연 임대소득 2000만원 이상인 임대인들은 각기 대응 전략을 마련하느라 바쁜 상태다.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 분산 투자하거나 보증금 비중을 높이고 임대료를 낮춰 분리 과세 대상에 들어가는 방법 외에도 외국인 임대, 단기 무보증 임대, 게스트하우스, 셰어하우스(부분 임대) 등 세원 노출을 피할 수 있는 갖가지 수단이 거론되는 가운데 그중 ‘보증금 없는 월세’시장과 ‘사글세’ 등 단기임대 시장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보증금 없는 월세나 사글세(약정 기간의 총 월세를 계약 시 선불로 지불하고 다달이 차감하는 방식)는 임차 수요 계층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이태원과 용산구 일대는 외국인이 주류를 이룬다. 강남, 서초구의 경우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나 사업가, 유흥업 종사자가 많다. 관악구 일대는 수험생이 많아 원룸, 고시원이 몰려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연말 소득공제를 신청하지 않고 확정일자(보증금을 후순위 권리자보다 우선 변제받을 수 있음)도 받아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집주인에게 세금을 추징하고 싶어도 월세 자료를 알아낼 방법이 사실상 없다. 일종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FR인베스트먼트가 서울 강남과 용산 등 11개 자치구의 월세 시장을 조사한 결과 이 중 10.7%가 보증금 없는 월세로 나타났다. 사글세 비율도 6.3%나 된다.

특히 보증금 없는 월세의 경우 용산구 및 서초구·강남구의 아파트나 빌라(99㎡ 기준)들은 평균 임대료가 200만원을 넘기 때문에 연 2000만원 이상의 소득으로 종합소득 과세 대상이 돼야 하지만, 법망을 피해갈 가능성이 높아 소득 노출로 세금을 내야 하는 임대인들과의 형평성에서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이 나올 만도 하다.

이와 함께 월세 수준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지난해 9월과 비교해 99㎡ 주택의 경우 122만9000원에서 124만8000원으로 1만9000원 상승했고, 33㎡ 원룸도 45만1000원에서 45만8000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단기 임대 방식에 익숙한 외국인이나 현금 융통을 중요시하는 개인 사업자나 목돈 보증금을 내기 힘든 저소득층 등이 임차 수요를 형성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보증금/월세 방식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임대 수익률이 높아지는 속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말한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거래의 33% 이상이 월세 거래다. 전체 임대차 시장을 놓고 보면 월세 계약이 거의 절반 수준이다. 이 중 80% 이상은 최소 6개월치 이상의 보증금을 걸고 들어가는 보증금/월세방식이고 나머지가 무보증 월세나 사글세에 속한다.

집주인 입장에서 수익률만 놓고 보면 보증금 없는 월세로 임차 계약을 맺는 것이 유리할 수 있지만 연체 등의 문제가 생겼을 때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어 그동안 특정 지역, 특정 계층을 중심으로 쏠림 현상이 심했었다. 하지만 임대소득 과세 방안이 나오면서 한국도 외국식 단기임대 형태가 지금보다 보편화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임차인에게 한 달 혹은 두 달치 렌트료(월세)만 받는 방식이 통용되고 있다. 다만 임차인의 개인 신용도를 철저히 따져보기 때문에 연체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

우리나라에서 무보증 월세 임차인을 구할 경우에도 소위 ‘우량 임차인’을 식별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외국계 기업 근무자나 군인 신분의 외국인을 선호하는 이유다.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도 소득공제 신청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모로 장점이 있다.

반면, 소득 규모가 취약한 근로자나 학생의 경우 연체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에는 전문 임대관리 회사들이 생겨나면서 임차 관리를 맡아서 해주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처럼 보증금 없는 월세나 사글세는 연간 수백만원의 소득세와 준조세를 아낄 수 있는 절세 상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칫 시장의 대이동이 현실화되면서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경우 임차시세가 하락해 기대만큼의 수익을 안겨주지 못할 수도 있고 임차 관리상 어려움이 유발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다각도의 검토와 시장 분석이 선행돼야 하는 상황이다.

안민석 riomanjun@hanmail.net

전 한국경제신문 전국상권대해부 및 자영업컨설팅 자문위원, MBN ‘생방송부동산’ 및 MTN ‘부자들의 비밀노트’ 출연, 현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