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금융권은 폭풍전야다. KB금융지주가 회장, 사장, 은행장 등 주요 포스트 인선을 마무리한 가운데 우리금융지주 매각 방안이 확정되면서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것.

경남·광주은행을 분리 매각하되, 우리투자증권은 묶어 팔기로 한 것이 이번 매각안의 골자다.

우리금융지주 매각안 발표는 국내 금융시장 ‘빅뱅’의 신호탄이다.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등 양대 지주사 수장들이 주도할 치열한 백병전의 서막이다.

이번 인수전의 당사자인 우리금융지주 이팔성 회장은 금융권 지각 변동을 복잡하게 하는 ‘캐스팅 보트’다.

그런 이 회장이 최근 자산운용 전략을 집대성한 ‘재테크서’ 를 출간해 화제다. 마치 위수 강가에 빈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던 ‘태공망’의 여유로움을 떠올리게 한다.

이 회장이 출간한 재테크서의 제목은 <경제학 토크쇼>. 주요 내용은 주식, 금리, 환율, 부동산 등 주요 자산 관리의 노하우다.

주식 선물과, 옵션, 펀드, ELS(주가연계증권) 등 증권 파생상품의 투자 노하우도 꼼꼼히 다뤘다.

이 회장의 메시지는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것. 은행, 증권사 등에서 외환딜링, 주식. 채권 업무, 투자은행 업무를 두루 거친 전문 경영인의 통찰은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1929년, 대공황을 거울로 삼아 재작년 미국발 금융 위기의 본질을 분석한 대목이 백미다.

논의의 스펙트럼도 폭넓다. ‘트리펜 딜레마’에 빠진 달러의 위기, 분산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 애널리스트 리포트 바로 보는 법을 종횡으로 질주한다.

비과세. 세금 우대, 소득공제 대상 금리상품을 추천한 대목에서는 말단사원부터 출발한 이 회장의 풍부한 현장 경험을 엿볼 수 있다.

자신의 주장을 각종 통계 수치로 꼼꼼히 뒷받침하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국제통화기금 자료, 실업률, 그레버의 주택가계 지수 등이 수시로 등장한다.

이 회장의 꼼꼼함과 더불어 원칙을 중시하는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금융지주사의 현직 수장으로 경제 관련 대중서를 발표하기는 이 회장이 처음이다.

위기 탈출 리더십을 주로 조명한 타 분야 경영자들의 저서와도 대비되는 대목이다. 가벼운 에세이라기 보다는 애널리스트가 공들여 쓴 보고서를 읽는 듯한 인상이다.

주식 투자자들이 빠뜨리지 말아야 할 지표가 PER(주가수익비율)이라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인다. 지난 2008년 9월, 미국발 신용 위기가 출간의 발단이었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

“2008년 이후 투자시장의 혼돈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하는 개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개인을 대상으로 상담하는 금융업체 종사자들과 지식을 나누고 싶었다.”

이 회장이 은행원 생활을 하며 터득한 자산관리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부동산보다 주식, 주식보다는 회사채의 수익률이 더 높았다는 것.

지난 1975~2007년 국내 자산시장을 분석한 이 회장의 통찰이다. 곱씹어볼 대목이다.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