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헌상 스코틀랜드국제개발청 대표
■ 장 대표는 고려대 정경대학을 졸업한 후 스코틀랜드 무역진흥공사 대표를 역임했다. 2001년부터는 스코틀랜드 국제개발청 한국 대표를 맡고 있으며 2006년엔 과학기술부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 세포응용연구사업단 이사로 활동한 바 있다.

오늘날 도시는 다양한 인재가 다양한 지역과 국가에서 모일 수 있도록, 수준 높고 쾌적한 생활을 하도록 하이 퀄리티 라이프스타일을 끊임없이 디자인해 가고 있다.

도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알리며 계속해서 관심권에 위치하도록 다이내믹스를 만들어 가면서 각종 빅 이벤트 유치 경쟁도 과열되고 있다.

이러한 도시들이 외국인들이 자국 관광지를 방문하고 식음료에 대한 지출에서 국가적인 외화 수익을 얻어가는 전통적인 관광산업의 모습에서 점차 하이테크,

Beauty of the city, Story Telling, Food & Drink로 문화와 산업 간 콘텐츠 결합을 고도화시키고 있다.

도시와 문화산업 간 결합은 요즘 OECD권에 있는 국가들의 도시에서 보이는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글라스로 장식된 미적 요소를 살린 건물 외관과 지하철역의 입구, 옛스러운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며 카페나 레스토랑으로 개조해 사용하는 디자인과 멀지 않은 근처에 R&D를 중심으로 하는 연구산업 클러스터를 두고 있는 도시 형태를 많이 보게 된다.

유럽 주요 국가의 도시를 살펴보자. 파리에서는 전 세계에 낭만적인 이미지를 내세워 럭셔리한 거리에서 쇼핑을 하고 세계 비평가들이 그 맛을 인정한 레스토랑에서 많은 수식어와 스토리가 결합된 문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로마는 어떨까. 유적지와 중세의 조각, 고건물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영화 ‘로마의 휴일’과 같은 전 세계의 한 세대가 공유하는 문화 콘텐츠가 그 도시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가슴에 와 닿았을 때 관광 그 이상의 희열과 만족감을 준다.

영국에서도 스코틀랜드는 최소 500년에서 1000여 년 전의 거리와 건물이 지어진 구도심과 18세기 이후 지어진 뉴타운이 Princess Street를 사이에 두고 좌우 대칭을 이루는 구조다.

도시의 중심에 고성과 공원 박물관, 미술관을 배치해, 건물이 밀집돼 도시 중심을 채우는 질식할 것 같은 현대 도시 구조에서 탈피해 시각적으로 탁 트이고 공기 흐름이 자유로운 낭만적 도시 구조로 돼 있다.

고성과 고택이 즐비한 에든버러는 유난히 영문학을 살펴 볼 수 있는 유적들이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해리 포터의 저자가 매일 지나쳤던 거리인 포터로우와 코난 도일의 인물인 셜록 홈즈, 경제학의 아버지이자 국부론의 저자인 아담 스미스, 흑기사의 저술로 유명한 월터 스코트의 동상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정겹게 마주치기 때문이다.

이 도시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세계 stem cell의 중심 클러스터인 Bio-Quota가 2000년대 후반 건설됐고 세계 바이오 역사를 바꾼 복제 기술의 탄생지인 로슬린 연구 클러스터가 있다.

이렇듯 도시 세계화의 조건은 부를 창출하는 산업 클러스터를 인근에 두고 하이 퀄리티 라이프를 발전시키며 국제적 이벤트와 축제가 연중 개최되고 낭만적인 스트리트와 독특한 음식이 풍부한 식음료 산업과 레스토랑, 인텔리전스한 인재들의 창의적 재능이 결합된 사례가 많다.

이에 비해 한국은 최근 한식 세계화, 스포츠 행사, 막걸리의 재탄생, 서울의 High Life, 한류로 시작되는 Story Telling, 각 지방의 축제 등 풍성한 볼거리가 늘어나고 있지만 세계인의 인식에 얼마만큼이나 자리 잡고 있는지 궁금하다.

최근 필자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와 글래스고, 미국의 시애틀이 한국의 서울과 대전을 잇는 도시 간 연대를 시작하는 한 모임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

이 모임에 참석한 이후부터 세계적인 도시를 잇는 산업 클러스터, 문화 콘텐츠, 식음료산업이 한데 어우러지는 도시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됐다.

하드웨어의 결합보다 도시가 가진 문화의 요소를 가미한 소프트웨어의 결합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조윤성 기자 c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