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주요 번화가인 강남·홍대·종각 일대를 지나다보면 식당과 술집 입구 간판에 흔히 보이는 문구가 있다. 바로 '무한 리필'이다. 치솟는 물가에 홀쭉해진 지갑, 팍팍한 살림살이를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아 '월급쟁이'는 그야말로 뭐에 홀린 듯 무한 리필집으로 들어가곤 한다.

무한(무제한)이란 간판만 걸면 혹해서 몰리는 사람들이 많아 샐러드·고기·막걸리·소주는 물론이고 이동통신 3사도 '무제한' 마케팅에 한창이다. 시작은 LG유플러스였다.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즐길 수 있게끔 요금제를 내놓은 것이다. SK텔레콤과 KT도 있던 요금제를 조금씩 바꿔 동일한 방식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선보였다.

동영상과 같은 많은 데이터 용량을 소진하게 하는 콘텐츠를 즐기는 사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소비자들에게 나름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이를 꼼꼼히 따져보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무제한'을 붙인 달콤해 보이는 유혹마케팅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이유 중 하나는 무제한은 사실상 무제한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제한 데이터라고 하지만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속도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동영상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내놓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라곤 하지만, 2GB를 모두 사용한 이후에는  동영상을 즐길 수 없게 된다. 3Mbps는 인터넷 검색 등이나 페이지를 읽을 정도의 속도다. 동영상을 보기에는 버퍼링을 견뎌내야 한다. 동영상을 마음껏 즐기라해놓고 결국에는 즐길 수 없게 만든 이 요금제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또 다른 하나는 이 요금제들은 8만원 이상의 고가 요금제라는 사실이다. LG유플러스의 'LTE 8 무한대 80'의 경우 기본료가 8만원이고, 부가세까지 붙으면 8만8000원이다. SK텔레콤의 'LTE전국민 완전무한75+안심옵션'은 기존 7만5000원의 요금에 5000원을 추가해야 쓸 수 있다. 이 요금제도 LG유플러스와 마찬가지로 기본료가 8만원이다. KT의 '완전 무한 79' 요금제도 기본료가 7만9000원(8만6300원)이다. OECD가 펴낸 '2013 커뮤니케이션 아웃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월평균 가계 통신비 지출액이 148.39달러(15만원 선·13일 기준)다. 평균 지출액의 절반 정도를 내야 쓸 수 있는 고가 요금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과연 소비자에게 득인지, 실인지 분간이 어려워진다.

특히 국내 LTE데이터 사용량은 월 60GB를 넘지 않는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2013년 4분기 기준 LTE요금제 가입자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SK텔레콤이 2.2GB, LG유플러스는 2.8GB였다.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데이터 요금제를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소비자들은 '무제한'이란 단어에 혹한다. 무제한을 톡톡히 누릴 경우에 플러스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마치 무제한이 더 저렴할 것 같아 선택했지만, '본전'도 못 뽑고 나오는 경우를 떠올려봐야 한다.

그래서 상세한 설명없이 무조건 TV나 인터넷을 통해 '무제한'이란 단어를 남발하는 이동통신 3사의 마케팅 방식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매달 1인 가입자당 평균수입(ARPU)를 올려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어 비싼 요금제 가입을 권유하지만, 사실상 사용패턴과 가계 통신비 등을 감안하면 소비자에게 좋은 일만은 아니여서다.

한 때 길거리에서 담배회사에서 새 담배 시연을 권유하는 마케팅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흡연이 건강에 해로운 데도 불구하고 자사 제품 홍보를 위해 소비자 건강은 안중에도 없냐는 지적이었다. 이동통신 3사의 단어만 무제한인 마케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무늬만 '무제한'을 걸고 소비자에게 과소비를 권하는 건 아닌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