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현안이 위기대응과 금융안정이 아닌 성장세 확대에 대한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환됐다.”

지난 1일 취임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뒤 이같이 전했다. 18일 한국은행에서 가진 시중은행장들과의 금융협의회에서 이 총재는 “G20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그레이트 트랜지션(Great Transition), ‘대전환’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며 “과거에는 위기대응, 금융안정을 논의했는데 이번 회의에서는 어떻게 하면 성장세를 더 확대할 수 있을지 의견을 나누는 등 세계 경제의 현안이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또한 “성장 주도 세력이 과거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뒤 세계 경제는 침체와 불안, 저성장, 불경기를 지속해왔다. 그러다 최근 세계 경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돈을 많이 푸는 경제 정책을 펼쳤다면 이제는 돈을 흡수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G20 회의에서 성장과 관련된 사항이 논의됐다는 것도 금융위기는 끝나고 이제 성장에 대해 얘기해야 할 시기가 왔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지금 세계 경제는 어두웠던 긴 터널에서 빠져나와 진짜 태양이 뜨고 있는 것일까? 사실 정말 밝은 태양이 떠오른 것인지 일시적으로 불이 켜진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터닝포인트를 지나치고 있음은 확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아직은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더 과감한 정책, 특히 고용친화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한 “국제금융시장의 위험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하방 리스크는 있다”며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변동성 확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저물가 현상, 지정학적 리스크에 주목해야 한다”고 위험요인을 꼽았다.

일부 전문가들도 아직 성장을 논하기에는 이르지 않느냐며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다. 결국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로 터닝한 것은 맞지만 역시 L자형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경제가 선진국를 중심으로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금리인상 가능성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확인 없이는 지속 여부를 장담하기는 힘들다는 것.

한국경제와 관련해서는 국내 전문가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미국은 여전히 경제에 대한 선제적인 카드를 사용할 수 있지만 한국경제는 다분히 미국을 확인하고 가야 할 상황이라고 전제하고 한국경제에서 금리인상 카드는 자칫 잘못하면 그나마 활기가 띠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2.5%. 지난 1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하면서 11개월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2008년 8월 5.25%까지 올랐던 금리는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며 2009년 2.0%까지 떨어졌다. 그 이후 2%대의 기준금리가 6년째 지속되고 있다. 저금리 추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부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수시장 등의 회복세가 미진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 금리인상을 논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이다.

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양적완화 축소에 돌입한 미국도 옐런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이 언급했던 것처럼 노동시장의 회복 여부를 잣대로 금리인상을 조심스럽게 조절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한국경제도 선제적 금리인상보다는 경기 회복 여부를 주시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완연한 회복신호 때 발 빠르게 움직이는 편이  리스크를 줄일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성장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더 절실한 상황이고 만약 본격적인 성장을 하지도 않았는데 규제를 한다면 그나마 정체성을 보이고 있는 한국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