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홀딩스 작년 배당성향 70.43%나 차지…삼성전자 현대차의 7배수준

-작년 한해 허일섭 회장 배당으로 15억여 원 챙겨…오너 일가 40억원 든든한 '곳간'

-오너 일가 중 허일섭 회장 1123억 원으로 주식가치 1위…100억원 이상자 10명 포진

-R&D비중 종근당  19.85%, 한미약품 15.8%, 대웅제약 11.85%...녹십자는 9.5% 불과

녹십자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주)녹십자홀딩스의 작년도 배당성향은 무려 70.4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굴지기업 삼성전자의 7배 수준이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으로 지출된 비율로, 1000원의 이익을 냈으면 700원을 주주 배당으로 지출했다는 의미다. 주식 배당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지주회사 설립배경이 향후 미래 성장동력을 준비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지나친 배당으로 인한 미래 투자재원 고갈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주식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주)녹십자홀딩스의 배당금 중 상당수가 오너 일가의 호주머니를 채워주는 곳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한 해 녹십자그룹 내 상장사인 (주)녹십자와 (주)녹십자홀딩스에서만 허일섭 회장 및 친인척 일가에게 돌아간 배당금만 40억 원이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관계 재단인 목암연구소까지 합하면 50억 원이 넘는다.

가장 많은 배당금을 받은 주인공은 現 녹십자그룹의 수장인 허일섭 회장이었다. 허 회장은 (주)녹십자에서 2억 2271만 원 정도의 배당금을 받았고, (주)녹십자홀딩스에서는 13억 1692만 원 가량 배당금을 챙겨 총 15억 원이 넘는 배당수익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허 회장이 두둑한 배당금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주)녹십자 주식을 17만 8173주(1.52%)를 보유하고 있고, (주)녹십자홀딩스 주식은 526만 2770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녹십자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주)녹십자홀딩스의 주식을 10.62%를 소유하여 실질적으로 녹십자를 지배하고 있다.

배당금 외에 허 회장은 작년에 (주)녹십자에서만 6억 11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주)녹십자홀딩스의 작년 등기 사내이사 평균 보수는 2억 3700만 원이었다. 연간 보수와 배당금을 합하면 지난 한 해 동안 허 회장은 23억 원 이상 벌어들인 셈이다.

허 회장 다음으로 배당금을 많이 받은 주인공은 허일섭 회장의 넷째 형(兄) 허남섭 회장의 딸인 허정미씨다. 허씨는 (주)녹십자와 (주)녹십자홀딩스에서 받은 배당금은 3억 9494억 원이었다. 허 회장의 둘째 형(兄)이자 前 녹십자그룹 회장이던 故 허영섭 회장의 차남인 (주)녹십자 부사장 허은철씨도 3억 2667만 원 정도 배당금이 돌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허 부사장의 동생인 허용준 (주)녹십자홀딩스 부사장도 3억 원 수준의 배당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허일섭 회장의 셋째 형(兄) 허동섭 회장의 장녀 허서연씨와 차녀 허서희씨는 각각 1억 8750만 원을 배당으로 받았다. 故 허영섭 회장의 미망인 정인애씨는 1억 3750만 원, 허일섭 회장의 첫째 형(兄) 허정섭 회장의 배우자 김인숙씨도 1억 2429억 원의 배당금이 돌아갔다. 허남섭 회장도 1억 원보다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친인척 중 한 명인 올해 18살인 허준석 군에게도 1167만 원을 배당하게 됐다. 앞서처럼 녹십자 허일섭 회장을 비롯한 친인척 일가 중 배당금을 한 푼이라도 받은 사람은 모두 24명이었다.

앞서처럼 허 회장을 비롯한 친인척 일가들에게 배당금이 돌아갈 수 있었던 데에는 (주)녹십자홀딩스의 높은 배당성향이 한 몫 했다. 배당성향은 순이익 중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돌아가는 총액을 나타내는 비율을 의미한다.

국내 굴지의 기업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은 2012년 6.9%에서 작년에는 12.0%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현대차는 2012년 9.9%, 2013년 10.0%였다. 제약사 중 지주회사격 회사들의 배당성향을 살펴보면 jw홀딩스는 지난해 고작 4.9%에 불과하고 동아쏘시오홀딩스는 2012년과 2011년에는 각각 15.76%, 18.35%였다. 종근당홀딩스도 작년에는 1.4%, 2012년 33.2%였고 대웅제약 지주회사인 (주)대웅도 2013년에 43.0%였다.

이에 비해 작년 한 해 (주)녹십자홀딩스의 배당성향은 무려 70.43%나 됐다. 지난해 이 회사의 순이익은 161억 9500만 원이었고, 배당금 총액은 114억 600만 원이었다. 작년 순이익을 100으로 봤을 때 70을 주주 배당금으로 쓰였다는 의미다. 2012년에는 순이익 372억 8400만 원에 총 배당금은 196억 4100만 원으로 52.68%였고, 2011년에는 169억 8600만 원의 순이익 중 109억 5400만 원을 배당해 64.49%의 배당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부터 2010년에는 34.08%, 24.19%, 19.09%로 다소 낮았다. 하지만 (주)녹십자에서 (주)녹십자홀딩스로 사명을 전환한 2004년부터 2006년에는 순이익을 초과한 배당을 연속 3년동안 단행한 바 있다.

2004년에는 순이익은 53억 7900만 원이었지만 총 배당은 61억 3600만 원으로 배당성향은 114.07%나 됐고, 다음 해인 2005년에는 순이익은 21억 6500만 원에 불과했지만 배당금 액수는 59억 5600만 원으로 무려 275.10%를 기록한 적도 있었다. 2006년에도 배당성향은 109.77%로 높았다.

주주 입장에서 본다면 고배당은 환영할 일이다. 그만큼 회사가 이익을 내 주주들에게 배당이 돌아갈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 미래 비전을 위해 회사에 유보금을 쌓아두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주)녹십자홀딩스의 경우 회사의 미래 비전 보다는 주주의 이익 극대화 쪽에 무게중심을 둔 셈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주주 중 40% 정도가 허일섭 회장을 비롯한 친인척 및 관련 재단 등으로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녹십자홀딩스 이익의 상당수는 오너 일가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주)녹십자홀딩스와 달리 녹십자그룹의 핵심 회사인 (주)녹십자의 작년 배당성향은 12.00%였다. 작년 한해 이 회사의 당기 순이익은 684억 5100만 원인데, 배당금은 총 144억 5400만 원이었다. 그런데 (주)녹십자의 최대주주는 50% 지분을 갖고 있는 (주)녹십자홀딩스다. 이는 (주)녹십자에서 발생한 배당금의 50%인 70여억 원은 고스란히 (주)녹십자홀딩스 수익으로 전환되고, 이것은 최종 (주)녹십자홀딩스 최대주주인 허일섭 회장 일가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녹십자, R&D 비율 동종 업계에 비해 높지 않아

(주)녹십자홀딩스에 비해 (주)녹십자가 배당성향이 낮은 것은 R&D투자 등 회사 미래 비전에 대한 투자를 위해 사내에 이익금을 유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녹십자의 R&D투자는 과감하게 이뤄지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쟁사들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 회사의 작년 한해 매출 대비 연구 투자비 비율은 9.5%였다. 금액으로는 710억 원 정도다. 2012년에는 692억 원을 지출해 매출 대비 9.7%를 연구개발비로 지출했다.

단순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로만 살펴보면 (주)녹십자는 동종 업계보다 높은 편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한미약품은 작년에 1155억 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해 매출 대비 15.8%나 됐고, 2012년에도 910억 원을 투입해 13.5%나 됐다. 대웅제약도 작년에 녹십자보다 많은 금액인 799억 원을 연구개발비로 쓰여 11.85%를 차지했고, 이전 해에는 779억 원으로 11.73%나 됐다. 특히 대웅제약과 한미약품은 종근당은 녹십자보다 매출액이 적은데도 연구개발비는 높아 대조를 보였다. 종근당인 경우 지난해에 171억 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했다. 단순 금액으로 따지면 녹십자 보다 낮지만,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을 살펴보면 녹십자의 2배 이상 되는 19.85%나 된다. 그마나 유한양행의 작년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 6.0%(563억 원)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작년도 (주)녹십자의 연구개발비 항목 중 특이점이 발견된다. 연구개발비 중 이전해와 달리 외부 위탁용역비용이 큰 폭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각 제약사별로 자체 연구소를 두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R&D를 해오고 있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런데 유독 이전해와 달리 작년 한해 (주)녹십자는 외부 용역비가 높아 다소 의문점을 낳고 있다.

연구개발비 중 2011년에 외부 위탁용역비는 3억 9000여만원 정도였고, 2012년에도 3억 7000여만 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작년에는 갑자기 89억 7000여 만 원으로 기존보다 20배나 증가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순수한 의미로 해석하자면, 신제품 개발과 임상 실험 등을 위해 병원을 비롯한 제약 관련 외부 기관에 연구 개발 용역을 다수 의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명목은 R&D 강화 차원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병원 등 외부 기관에 용역을 의뢰하면서, 내면적으로는 기존 거래처 유지나 신규 거래처를 발굴하기 위한 용도로 쓰여질 수도 있다는 점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제약 관련 마케팅 전문가들은 “외국계 기업에서는 국내 기업보다 기부금 액수가 높은데, 여기에는 마케팅 차원에서 병원 및 관련 재단에 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외형적으로는 병원 및 관계 재단 등에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기부를 하지만, 이를 통해 자사 제품 및 거래처 유지 및 확보를 위해 활용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녹십자가 내부 연구소가 아닌 외부에 상당한 금액을 투입해 용역을 맡긴 것이 일회성 에 그치지는 것인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R&D를 강화하기 위한 것인지 여부는 향후 2~3년 간 추이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녹십자 허일섭 회장 주식가치만 1123억 원

앞서 지난해 받은 배당금과 달리 녹십자홀딩스의 최대주주에 속하는 허일섭 회장 및 친인척들의 보유하고 있는 지분 가치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월 16일자 종가 기준으로 가장 높은 지분 평가액을 보인 주인공은 허일섭 회장이었다. 허 회장의 지분 가치는 1123억 원이나 됐다. 이중 (주)녹십자홀딩스 지분 가치가 784억 원으로 가장 높고, (주)녹십자의 지분 평가액은 232억 원 정도다. 여기에 한일시멘트 지분 가치도 107억 원이나 포함됐다. 다음은 허 회장의 형 허남섭 서울랜드 회장이 649억 원 수준으로 넘버2였다. 허정섭 회장의 장남인 허기호 한일시멘트 부회장도 595억 원이었다. 녹십자그룹과 직접적 관련있는 오너 일가 임원 중에서는 허은철 (주)녹십자 부사장이 217억 원으로 가장 높았고, 동생 허용준 (주)녹십자홀딩스 부사장도 215억 원 수준을 기록했다. 녹십자홀딩스 최대주주 중 허일섭 회장 일가에서 지분 가치가 100억 원 이상되는 사람만 9명이나 됐다.

최대주주의 지분 가치와 가족 내 역학 관계 등을 살펴보면, 향후 허일섭 회장 이후 경영권은 현재로서는 허은철 녹십자 부사장에게 기울 것이 현재로서는 유력한 시나리오 중 하나다.

이는 녹십자의 창업 과정과 녹십자의 성장을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 녹십자는 故 허채경 회장이 지난 1967년에 수도미생물약품판매를 시작으로 일군 회사다. 이미 그 이전에 한일시멘트그룹을 태동시켰다. 허채경 회장은 슬하에 다섯 아들을 두었는데, 이중 장남 허정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 3남 허동섭 전 한일시멘트 회장, 4남 허남섭 한일시멘트 회장 등은 한일시멘트 경영권을 넘겨받았고, 녹십자는 둘째인 故 허영섭 회장과 5남인 허일섭 회장이 경영을 이어받았다. 이중 녹십자을 일군 1등 공신인 허영섭 회장이 지난 2009년 타계하면서 허일섭 회장이 지금까지 녹십자를 이끌어 가고 있다.

허영섭 회장이 타계하면서 허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이 자녀들에게 그대로 돌아가지 않았는데, 이는 허 회장의 유언에 따른 것이다. 허 회장의 장남인 허성수 前 녹십자 부사장이 유언장 문제를 두고 소송을 제기하는 등 다소간의 불협화음도 발생했지만, 허 전 부사장의 패소로 일단락됐다. 현재 허 전 부사장은 경영에서 물러난 상태다.

대신에 허영섭 회장의 차남인 허은철씨가 삼촌인 허일섭 회장과 함께 (주)녹십자 부사장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3남인 허용준씨도 (주)녹십자홀딩스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허일섭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게 되면, 현재로서는 허 회장의 조카격인 허은철 부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줄 공산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녹십자그룹의 핵심 기업인 (주)녹십자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만큼 허은철 부사장이 허 회장 다음으로 경영권을 이어갈 1순위 후보자로 유력하기 때문이다. 오일선 기자 oilsun@econov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