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시장에 본격적인 ‘진한 맛’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국내 맥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에 신규 업체인 롯데주류가 이른바 '물을 타지 않은 맥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오면서 진한 맛 전쟁은 어느 정도 예고됐었다. 맥주시장의 최강자 오비맥주도 이에 앞서 진한 맛의 에일맥주 ‘에일스톤’을 신제품으로 출시, 하이트진로의 ‘퀸즈에일’과 더불어 진한 맛 전쟁의 화려한 서막을 알렸다.

 

업계는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든 기존 라거 시장에선 점유율을 더 확대할 수 없기 때문에, 틈새시장인 에일맥주가 시장 확대 공략 포인트라고 진한 맛 전쟁에 대해 분석했다. 특히 신규 진입 업체인 롯데가 첫 맥주 제품으로 라거맥주를 선택한 것은 필연적이었다. 여기에는 선발주자와 후발주자 간의 입장 차이가 있었다. 국내 맥주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라거맥주를 출시해 포석을 깔아야 하는 것이다. 반면에 기존 업체들은 라거 장악력을 활용해 틈새시장인 에일맥주 시장 공략에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맥주업체들은 맥주 본연의 정통성을 강조하며 기존 ‘목 넘김이 좋은’ 라거 위주의 국내 맥주 소비 구조에서 벗어나, 새롭고 다양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진한 맛'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롯데주류가 오는 22일 출시할 예정인 프리미엄 맥주 '클라우드' [사진=롯데주류 제공]
라거 선택 롯데 '큰 시장이 더 급했다'

롯데는 유통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자체 브랜드를 선보이며 맥주시장에 진출했다. 롯데주류는 지난 4일 충주 맥주공장에서 ‘클라우드’ 미디어 설명회 및 시음행사를 개최하고 제품의 특징과 외관을 공개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맥주를 선보이고자 한국을 의미하는 Korea의 ‘K’와 풍부한 맥주 거품을 형상화한 구름의 영문 ‘Cloud’를 결합해 브랜드명에 담았다. 클라우드(알코올 도수: 5.0%)는 독일 등 엄선된 유럽의 홉과 효모를 사용해 만든 정통 독일식 프리미엄 라거맥주로 맥주의 풍부한 거품과 진한 맛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 비가수(非加水) 공법, 즉 발효한 맥주원액에 물을 타지 않고 발효원액 그대로 제품을 담아내는 공법을 사용했다.

롯데는 라거맥주를 출시하면서 새롭게 뜨고 있는 에일맥주 시장을 의식한 듯 ‘물 안 탄’ 라거맥주임을 강조했다. 롯데의 고민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시장 규모는 여전히 라거맥주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맥주시장에서 시장 진입은 큰 규모의 라거로 공략해서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고,  진한 맛을 강조하기 위해 물 안 탄 맥주를 부각시켜서 ‘에일 같은 라거’ 프리미엄급임을 은연중 내비추고 있다. 라거와 에일의 양 시장 수요를 동시에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클라우드는 오는 22일 롯데마트 등 유통업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충주공장에서 열린 클라우드 시음회에 참가한 이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한 참가자는 “클라우드는 거품이 풍성하고 혀끝에 느껴지는 맛이 확실히 부드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클라우드는 생맥주와 캔맥주, 병맥주의 맛이 각각 다르다”고 말하기도 했다. 패키지별로 맛의 균일성이 떨어진다는 평은 향후 숙제로 꼽힌다.

 

지난 1일 출시된 오비맥주의 에일맥주 '에일스톤' [사진=오비맥주 제공]
1위 오비맥주, 에일 시장 도전장

국내 1위 맥주전문기업 오비맥주는 정통 영국 스타일의 프리미엄 에일맥주 ‘에일스톤(ALESTON)’을 지난 1일 선보였다. 오비맥주가 자체적인 브랜드로 에일맥주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일스톤은 에일맥주의 종주국이자 강대국인 영국의 정통성을 표방했으며, 끊임없는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어울리는 에일맥주로 탄생했다.

‘에일스톤’ 브라운 에일(알코올 도수: 5.2%)은 홉의 귀족이라고 불리는 노블 홉과 페일 몰트를 사용해 짙은 아로마 향과 고혹적인 자주색 빛깔로 구현된 정통 영국식 페일 에일맥주다. 일반 공정에 비해 맥즙을 1.5배 이상 오래 끓이는 LTBT(Long Time Boiling Technology) 공법을 사용해 노블 홉의 매혹적인 향을 최적화했다.

‘에일스톤’ 블랙 에일(알코올 도수: 5.0%)은 영국산 블랙 몰트와 펠렛 홉을 사용해 흑맥주의 쌉쌀한 맛과 부드러운 거품을 함께 구현한 크리미한 흑맥주다. 특히 고온 담금 방식인 HTMI(High Temperature Mashing-In) 공법과 영국 정통 방식으로 로스팅한 블랙몰트로 블랙 에일만의 풍성한 거품을 구현해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에일스톤 출시 이후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품귀현상을 일으키며 공급이 달리고 있다”며 “에일스톤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이트진로에서 지난해 9월 출시한 에일맥주 '퀸즈에일'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라거 탄탄한 하이트진로, 에일 공략

한편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9월 에일맥주 ‘퀸즈에일’을 출시했다. 자체 브랜드로는 한 발 앞서 에일 시장에 뛰어든 하이트진로는 시장 진입에 자신감을 갖고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일맥주 시장에서는 국내 소비자의 입맛을 일단 선점했다고 자평하고 한편으로는 기존 라거맥주인 하이트를 ‘뉴하이트’로 리뉴얼하면서 양 시장 확대를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어느 시장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퀸즈에일은 하이트진로가 맥주연구소 덴마크 알렉시아(Alectia)와 기술제휴를 통해 3년간 연구 끝에 개발한 페일 에일(Pale Ale) 계열 프리미엄 맥주다. 100% 보리(맥아)를 원료로 사용했으며, 3단계에 걸친 아로마 홉 추가공법인 ‘트리플 호핑 프로세스(Tripple Hopping Process)’를 적용했다. 프리미엄 페일 에일 특유의 향이 진하고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퀸즈에일은 블론드 타입(Blonde Type)과 엑스트라 비터 타입(Extra Bitter Type)으로 출시됐다. 블론드 타입은 맥아의 맛과 홉의 향이 균형감을 이룬 페일 에일의 특징을 잘 살린 제품이다. 엑스트라 비터 타입은 홉의 함량을 높여 깊고 강렬한 에일 특유의 쌉싸래한 맛을 살린 맥주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맥주시장에 새로운 후발 주자가 등장해 소비자들은 더욱 다양한 맛의 맥주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내 맥주 브랜드의 품질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