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돈을 맡길 때 가장 먼저 살피는 것이 바로 금리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자를 받고 싶은 마음은 중국인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최근 연 7~8%의 이자율을 준다는 위어바오와 리차이퉁 등 온라인 금융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다. 중국 은행들의 정기예금 이자율이 약 3%인데 비해 높은 이자율을 자랑하는 온라인 금융상품이 돌풍을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대학교 2학년 양유에유에(杨悦玥)는 무려 10만위안(한화 1670만원)에 달하는 거금을 인터넷 금융상품에 투자해 굴리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과 조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용돈을 차곡 차곡 모아놓은 것과 부모님이 대신 투자해달라며 맡긴 돈을 합쳐 인터넷 머니마켓펀드(MMF)인 알리바바의 위어바오(余额宝)와 텐센트의 리차이퉁(理財通)에 각각 5만위안씩 투자한 것이다.

양유에유에는 “매일매일 이자액이 얼마나 되는지 휴대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서 전날 하루 동안 리차이퉁에서 얻은 이자가 7위안이나 된다며 뿌듯해했다. 하지만 위어바오의 경우는 초기에 비해 이자율이 많이 낮아져서 그는 조만간 위어바오에 투자한 돈은 빼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돈에 관해서는 철두철미하기로 유명한 중국인들이 내로라하는 대형은행 대신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사이트의 금융상품에 몰리고 있다. 기존 금융권보다 월등히 놓은 이자율 때문이다.

2014년 4월 현재 중국 은행들의 정기예금 이자율은 약 3% 선이다. 반면 지난해 6월 출시된 알리바바의 위어바오는 연 7%에 가까운 이자율을 약속했다.

최저 가입 한도도 없어서 1위안(한화 167원) 이상 적립할 수 있으며 정기적금과 달리 언제든지 인출이 가능하다. 아울러 휴대폰으로 매일매일의 이자액과 이자율을 확인할 수도 있어 인기가 매우 높다. 초기 상품출시 무렵에는 7%에 육박하던 이자율이 최근에는 5%대로 많이 낮아진 편이지만 여전히 시중은행에 비해서는이자율이 제법 높은 편이다.

알리바바의 결제전문회사인 알리페이(페이팔과 유사)와 금융회사인 톈훙펀드가 공동으로 만든 위어바오는 인터넷 고객이 돈을 입금하면 톈훙펀드의 MMF 상품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이 돈은 국채나 기업어음, 은행채, 회사채 등에 투자되는데 중국 MMF 수익률이 은행 예금이율보다 높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고액의 이자율을 보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중국 MMF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연간 약 4% 선으로 은행상품보다는 높은 편이다. 이 덕분에 출시 3개월 내에 알리바바 위어바오의 가입자가 1600만 명, 펀드 금액 누적액이 1300억위안(한화 21조7000억원)을 초과했으며 올해 3월에는 5000억위안(한화 83조원)에 달했다. 위어바오에 가입한 사람의 숫자도 8000만 명에 달해 중국 전체 주식투자 인구보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어바오가 인기몰이를 하자 알리바바와 전방위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텐센트가 뒤질세라 올해 1월 인기 메신저인 웨이신(微信)을 이용해 이와 비슷한 금융상품 리차이퉁을 출시했다. 리차이퉁 역시 높은 이자율을 바탕으로 하루 만에 8억위안의 자금을 끌어 모으면서 중국 온라인 금융시장의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또 다른 인터넷 대형업체인 징동(京东)이 연 8.8%라는 눈에 띌 만한 이율을 앞세운 금융상품을 출시했다. 실제 수익률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단 예금이율보다 월등히 높다는 면에서 네티즌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아직 초기단계인 온라인 금융상품에 대해 기존 은행권에서는 꽤 껄끄럽고 위협적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중국의 은행들은 정부의 규제에 따른 여수신 금리 차이에 기대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이익을 올려왔는데 위어바오와 리차이퉁이 기존의 관습에 보기 좋게 강펀치를 날린 셈이다.

기존 금융권은 당연히 온라인 업체의 금융업계 진출이 못마땅한 눈치다. 한 경제전문가는 금융 기생충이라는 막말까지 하면서 알리바바 등이 고객의 돈으로 앉아서 손쉽게 돈을 번다고 비난하고 있다.

물론 온라인 업체의 금융상품이 문제점 하나 없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위어바오와 리차이퉁은 기본적으로 펀드 투자 상품으로 경기 상황이 좋지 않거나 해당 투자상품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원금 손실을 볼수도 있는 상품이지만 대부분 투자자가 예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대부분 온라인 산업이 그렇듯이 빠르게 발전되고 있는 온라인 비즈니스를 법률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계가 아닐 수 없다. 온라인 금융 역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지만 고객의 정보를 보호하고 과대광고 및 위법행위가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과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알아두면 좋은 중국의 풍습>

밥값 서로 내겠다고 아웅다웅

식사를 마치고 누가 밥값을 낼지를 놓고 서로 내겠다고 다투는 모습은 한국에서나 중국에서나 비슷하다. 친한 친구나 동료 사이에서 칼로 자른 듯 돈을 나눠내는 것은 정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 중국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특히 외국인이나 외지인이 자신의 지역을 방문했을 경우에는 손님 접대라는 의미에서 기어코 돈을 내겠다고 우기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외국인 친구들과 모처럼 만나서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한 친구가 자신의 회사 부하직원이 마침 난징 출신이라면서 함께 저녁자리에 나타났다. 오랜만의 모임이라서 이것저것 잔뜩 음식을 시켜 먹고 계산을 하려는데 앳된 얼굴의 친구 회사 부하직원이 식사 중간에 이미 돈을 지불한 상태였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 전원이 그 중국인 직원보다 나이도 많고 보수도 많을 텐데 자신은 난징 출신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외국인이니 손님 접대를 한다는 의미에서 계산을 한 것이다.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종종 이런 실랑이를 볼 수 있다. 식사를 한 후 한 친구가 우겨서 먼저 돈을 낸 경우 나머지 사람은 자신이 돈을 냈어야 한다며 기어코 돈을 쥐어주다가 그래도 받지 않으면 택시나 버스에 올라탈 때 현금을 던져서 돈을 억지로 갖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문화 때문에 중국인에게 식사 초대를 받은 경우 굳이 돈을 내겠다고 우기는 것은 초대한 주인의 호의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inchunghan@gmail.com

뉴욕공과대학(NYIT)의 중국 난징캠퍼스에서 경영학과 조교수로 근무 중이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 년간 기자로 근무했으며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역경영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