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무더위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직사광선이 도심의 아스팔트를 내리쬐던 날, 서울 천호동 김명곤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먹자골목이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지만 주택가에 자리한 그의 작업실은 조용한 환경이었다.

그는 “그림은 자신을 담는 그릇”이라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그림 말고는 다른 어떤 일도 배우거나 익히지 못한 그에게 그림은 작가의 마음과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는 의미였다.

그는 “유년시절부터 TV나 만화책에 나오는 주인공과 배경을 그리며 놀았고 하루에 있었던 일을 기록하던 일기, 내 일기장은 그림일기였다.

책을 읽은 후에 그 남은 감정도 그림으로 남기곤 했던 나에게 있어 그림은 내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는 또 다른 내가 되었던 것이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자동차와 건물 그리고 자전거 등 사물들의 일상적인 의미를 넘어서 꿈과 현실의 대립을 융화시키고 있다.

작가의 상상력이 비판적 정신의 구속 없이 자유롭게 발휘되는 곳에서 일종의 초현실적인 공간이 창조되는데 그는 이 아이템을 뜻밖에도 “작업실에서 키우던 풀을 자동차 위에 올려놓고 물을 주다가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아트페어에서 특유의 섬세하고 내면적인 깊이를 보여주는 작품들로 현지 비평가들과 갤러리 그리고 콜렉터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후 귀국하여 연 개인전에서 대단한 호응을 얻었고 스타 작가 반열에 오른 그는 “인생의 길처럼 달리는 자동차와 우리네 마음이 따뜻하고 풋풋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김명곤 작가는 홍익대 미술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꿈과 상상력의 미학 - 존재론적 성찰에 관한 행복한 꿈의 변주(루벤 갤러리, 서울),

꿈꾸는 자의 행복한 이야기(소 갤러리, 서울) 등 열다섯 번의 개인전을 가졌고 잘츠부르크 아트페어(오스트리아) 등 다수의 아트페어와 단체전에 참여했다.

권동철 문화전문 기자 kdc@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