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재 한국광해관리공단 이사장
■ 지난 2008년 7월 한국광해관리공단 이사장에 취임한 이 이사장은 조직 안정과 미래 비전을 만드는데 적잖은 노력을 했다. 백두대간보전회와 강원인재육성재단 상임이사 등을 역임하기도 한 이 이사장은 현재 한강사랑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등 환경전문가이기도 하다.

녹색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세계적인 녹색 경쟁(green race)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녹색산업에 재정·금융지원 강화 의지를 밝히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녹색 경쟁력은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며, 지속 가능한 성장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여러 전제 조건 중 자원의 지속 가능한 공급이 필요하다.

자원의 공급이 지속되려면 에너지·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수요를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폐기된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이 주요 과제라 하겠다.

이런 맥락에서 ‘광해 관리’(광해·鑛害)는 녹색성장의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의 근간인 자원 개발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 ‘광해’란 개념이 다소 낯선 게 사실이다. 광해는 지반 침하, 오염수 유출, 토양 오염, 산림 훼손 등 광산 개발 과정에서 수반되는 환경 피해를 말한다.

이 같은 광해는 오염성이 강할 뿐만 아니라 축적성과 확산성의 특징이 있어 광산의 문을 닫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오염이 발생한다.

이를 방치하면 지하수를 오염시켜 식수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 또한 토양에 침투해 농작물 재배에 어려움을 주고, 하천으로 흘러들어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다른 재해에서와 마찬가지로, 광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신속히 복구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광해 관리 사업은 인식의 부재 속에 그동안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왔다. 그러나 최근 광해 관리 사업의 경제적 가치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공단이 호서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폐탄광 광해 방지 사업의 비용·편익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07년부터 3년간 폐탄광 광해 방지 사업의 비용 편익을 현재 가치로 분석했을 때 979억4000만 원의 비용을 들여 7525억4000만 원의 편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입 비용 대비 편익이 7.7배로, 광해 방지 사업에 1만 원을 들이면 7만7000원의 편익이 생기는 셈이다.

또한 지난해 광해 방지사업비 740억7000만 원을 기준으로 할 때 이 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생산 유발 효과는 1186억1000만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421억7000만 원, 취업 유발 효과는 412.6명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 마디로 이번 조사 결과는 광해 관리 사업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높고, 국가 녹색성장에도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연구 결과와 함께 또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선(先) 광해 관리 후(後) 자원 개발’의 패키지 전략이 서서히 ‘약효’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공단의 패키지 전략은 최고의 기술로 자원 개발에 따른 환경 피해를 예방하고, 완벽하게 복구할 수 있음을 충분히 이해시키는 접근법이다.

세계 각국이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개발’의 명함만 내밀어서는 자원 부국의 낙점을 받을 수 없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개발 후유증의 예방 및 복구라는 카드를 내세워 자원 부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는 게 현지 시장 진출에 보다 효과적이라는 게 공단의 판단이다.

다행스럽게도 자원 개발과 광해 방지 기술을 맞교환하는 식의 패키지 전략이 몽골을 비롯한 몇몇 자원 보유국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내올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는 미래 상황을 감안할 때 세계 광해 관리 시장은 한국이 진출해야만 하는 그린오션임에 분명하며, 광해 관리는 국가 녹색 성장의 한 축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