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의 입사지원서를 분석한 결과 아직까지 많은 기업들이 사진이나 신체조건, 부모의 학력이나 직위 등 직무와 크게 관련 없는 개인정보들을 요구하고 있었다. 특히 외국어, 자격증, 공모전 등 특정 직무에 필요한 스펙을 모든 지원자들에게 불필요하게 요구하고 있어 청년들의 스펙 쌓기 경쟁을 유도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4월 16일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2030 정책참여단에 참여중인 김경수(인하대, 22세), 김미수(광운대, 22세), 김향지(숙명여대, 20세), 심요섭(한양대, 21세)등 4명의 청년들은 지난 2월부터 ‘스펙조사팀’을 구성해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입사지원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이 이번에 분석한 기업은 ‘100대 기업 및 주요 계열사’ 중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금년 상반기까지 채용을 진행한 95개 기업이다.

조사결과 학력, 외국어, 자격증, 병역사항 등은 90% 이상의 기업에서 요구하고, 사진을 요구하는 기업도 7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7.6%에 달하는 기업들은 지원자들이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는지까지 요구하고 있었으며, 편입여부를 묻는 기업도 28.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부모의 학력이나 직업(직장명, 직위 포함)을 요구하는 기업은 각각 21.1%, 31.6%에 이르고 있었으며, 주민등록번호는 46.3%, 공모전 수상경력은 34.7%, 사회봉사경험은 12.6%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펙조사팀’은 이에 과도한 스펙쌓기 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외국어의 경우, 기업들이 직무를 세분화해 일반적인 외국어 능력만 있으면 되는 직무에서는 외국어 시험점수를 요구하기 보다는 일정 기준(커트라인)만 제시해 이를 넘으면 더 이상 점수 쌓기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고등학교 학력정보는 개인의 전문성 보다는 출신배경을 더 따지기 위한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으므로 입사지원서에서 삭제하거나 고졸여부 정도만 묻고, 편입이나 휴학정보를 요구할 경우에는 자기소개서 등을 통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함께 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스펙조사팀은 사진이나 키, 시력, 체중, 혈액형 등의 신체조건은 직무와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불필요한 항목이므로 삭제하고, 특히 부모의 학력이나 직장 및 직위를 요구하는 것은 아직까지 가족의 학연이나 직위를 취업요건으로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며 이를 삭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빈번해지고 있는 만큼 주민등록번호, 결혼여부, 종교 등 개인적 사생활과 관련된 정보는 입사 후 회사에 제출하는 것으로 바꿔줄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공모전 수상경력은 반드시 필요한 직무에 한해서 기입하도록 하고, 사회봉사경험은 입사지원서 항목보다는 자기소개서에서 심층적으로 기술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남민우 청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4월 3일 10대 그룹 인사담당 임원과의 간담회에서도 외국어 능력, 외모 기준 등이 과연 어느 정도 필요한지, 개선방안은 없는지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했었는데, 오늘 발표하는 보고서의 고민 내용이나 제시된 개선방안이 스펙중심의 우리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평가하며 “청년들이 가급적 오버 스펙을 쌓지 않도록 대기업들이 솔선수범해서 인사채용 방식을 적극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