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70%를 보유하고 있다. 희토류를 선적하는 중국 장쑤성 연운항 항구.


전 세계 사람들의 필수품이 된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핵심 원료 중 탄탈륨이라는 물질이 있다. 휴대 전화에는 축전장치(Capacitor)가 필수 부품인데, 이 축전장치에 탄탈륨을 쓰면 기기의 크기가 작아지고 고온에 잘 견뎌서 성능이 좋아진다. 때문에 탄탈륨 값은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계속 상승세를 보여왔다. 탄탈륨은 콜탄이라는 원석에서 추출된다.

콜탄이 많이 생산되는 국가는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콩고민주공화국의 콜탄 생산량은 전 세계의 약 10%이고, 매장량은 8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콜탄이 콩고 반군의 핵심 자금줄이라는 것이다. 콩고 반군은 콜탄으로 매달 평균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한때 4만여 명의 병력을 유지하기도 했다. 콩고 반군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정부군과 내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민간인 수백만 명이 희생됐다. 현재는 세력이 줄어들었지만 콩고 반군은 콜탄의 밀매를 통해 아직도 군자금을 충당하고 있다. 탄탈륨은 이른바 희토류(稀土類)라는 물질 중 하나다.

희토는 말 그대로 희귀한 흙으로, 정확한 명칭은 희토류 원소 또는 금속(Rare Earth Elements or metals·REEs)이다. 원자 번호 57부터 71까지 란탄 계열 15개 원소에다 스칸듐, 이트륨을 합친 17개 원소를 통틀어 일컫는다. 화학적 성질이 비슷해 분리하기 어렵고, 천연적으로 서로 섞여 산출되는 양이 아주 적다.

희토류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휴대전화는 물론 고온 초전도체, 하이브리드 자동차, 풍력발전 터빈, PDP, 항공기 부품, 광학렌즈, 컴퓨터 디스크, 특수자석, 석유화학 촉매제 등 21세기 첨단 산업에 두루 쓰이는 핵심 원료이기 때문이다.

사용되는 분야를 보면 유로퓸은 액정표시장치(LCD)에 들어가며, 에르븀은 광섬유 케이블에서 광신호를 증폭시키는 작용을 돕는다. 이트륨은 발광다이오드(LED) 제작에 사용되며, 란타늄은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은 전기자동차에 장착되는 모터 생산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테르븀은 저에너지 전구에, 세륨은 디젤 엔진 촉매 변환 장치에 각각 사용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하이브리드카인 도요타 프리우스의 경우 한 대에 0.9~1.8㎏의 네오디뮴이 들어간다.

희토류는 이런 용도 때문에 첨단 산업의 비타민 또는 녹색(green) 산업의 필수품이란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희토류는 이런 점에서 볼 때 21세기 첨단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전략자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희토류를 캐내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또 희토류를 보유한 국가들도 별로 없다.

중국, 네이멍구에 전 세계 매장량 70%
첨단 제품을 수출하는 국가들이 최근 들어 희토류를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전 세계의 70%에 달하며, 생산량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희토류 비축량, 생산 규모, 수출량에서 압도적으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연간 희토류 생산량은 18만t이다. 특히 세계에서 유통되는 희토류의 절반이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바오터우(包頭)에 있는 바얀오보 광산에서 나온다. 중국 남부의 소규모 광산들이 나머지를 생산한다.

희토류 중 디스프로슘과 테르븀은 99%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중국은 현재 철강, 전자, 자동차 등 첨단산업을 집중 육성하면서 희토류에 대한 수출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희토류 수출은 최근 3년 간 계속 줄어들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중국 상무부의 통계를 인용, 지난 2분기 중국의 희토류 수출량이 7976t으로 지난해 2분기의 2만8417t에 비해 72%나 감소했다고 보도했다(7월 10일자).

중국의 올해 전체 희토류 수출량도 지난해 5만145t에 비해 약 40% 줄어든 3만258t에 그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희토류의 국제 가격이 너무 낮은데다 국내 수요를 충당하는데도 부족하기 때문에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희토류가 들어간 일본 도요타 하이브리드 차의 엔진.


특히 중국 정부는 희토류를 생산하는 광산에 대한 국가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6월 소수의 국영광산 기업들만이 희토류를 채굴할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희토류 금속 산업 구조조정안을 마련했다. 이 구조조정안에 따라 앞으로 중국에선 희토류 채굴은 국영 광산 기업으로 제한될 전망이다. 또 중국 정부는 2011년 3월까지 신규 희토류 채굴 허가를 동결키로 했다.

중국의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국제사회에선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갈수록 늘어가는 희토류를 자원 무기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무기 공급 사슬에서의 희토류 원소’(4월14일)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국제 희토류 시장에서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 상황이 전략적으로도 매우 위험하다면서 중국이 최근에는 수출량을 줄이면서 희토류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연합(EU)도 희토류 14종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는 이 광물들의 공급시장을 중국, 러시아, 콩고민주공화국 등 3개국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국, 마운틴 패스 광산서 생산 재개
미국과 EU의 우려처럼 중국은 희토류를 자원 무기화 하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중국 개혁·개방의 총 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은 1992년 1월 남순강화(南巡講話)때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덩샤오핑의 말처럼 석유 부국인 중동 국가들이 전 세계 국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왔듯이, 중국도 21세기 첨단 산업분야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 때문에 중국 정부로선 희토류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를 수 있는 시기와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미국, EU, 일본 등은 이미 희토류 때문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수요는 연 12만4000t이며 2015년까지는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도 희토류의 수요는 향후 20년 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희토류의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이 분명해지자 미국과 EU는 지난해 11월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가 불공정 행위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중국산과 기존 비축분에 의존했던 미국은 캘리포니아 주의 마운틴 패스 광산(Mountain Pass)을 다시 열어 생산 재개에 나섰다.

이 광산을 소유한 몰리코프사는 2012년까지 2만t의 광물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몰리코프사는 지난 4월 광산 재개장과 확장에 필요한 5억 달러를 마련하기 위한 기업 공개를 했다. 마운틴 패스 광산은 중국의 바오터우 광산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희토류가 가장 많이 매장된 곳으로 2002년 환경 오염을 이유로 채광을 중단했었다.

1949년 발견된 이 광산은 1980년대 희토류 시장을 장악했었다. 미국은 현재 중국으로부터 필요한 희토류 중 76%를 수입하고 있다. 미국 지질연구소는 자국 경제가 자칫하면 희토류 부족이라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면서 안보 차원에서도 중국이라는 잠재적 적국에 희토류를 의존하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 무역 상사 앞세워 자원전쟁 나서
일본도 희토류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국가 비축 대상 품목을 7개에서 15개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고 비축량을 늘리기로 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희토류를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를 개발키로 했다. 특히 일본 정부는 희토류의 미개발 광산이 많은 아프리카와 남미 및 아시아 국가들의 철도, 도로 등 광산 주변 인프라 정비사업에 엔 차관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일본 기업의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엔 차관을 통해 희토류 보유국들과 관계를 강화, 일본 기업이 광산개발권 등 권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일본은 보츠와나, 잠비아, 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남부 3개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현재 희토류 전량을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은 2015년까지 필요한 수요의 40% 정도인 1만5000t을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희토류 값이 급등하자 호주, 남아공, 캐나다 등에선 희토류 광산을 찾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런 가운데 반가운 소식도 있다. 호주 광산업체가 덴마크령 그린란드에서 지난해 9월 매년 5만t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희토류 매장지를 발견했다.

현재 정확한 매장량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25%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린란드에선 지구 온난화로 영구 동토가 녹으면서 우라늄을 비롯해 다양한 광물이 발견되고 있다. 미국 국방부와 지질학자팀은 지난 6월 아프가니스탄에서 희토류를 포함한 1조 달러 상당의 광물 자원을 발견했다. 하지만 문제는 희토류 채굴이 본 궤도에 오르는 데 10년가량 걸린다는 점이다.

호주, 캐나다, 그린란드, 아프가니스탄 등이 광산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중국의 독주는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은 또 자국의 희토류 광산 개발에 보다 많이 투자를 할 것이 분명한 만큼 국제시장에서 지배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미국, 독일, 일본 등은 궁여지책으로 폐기된 전자제품 등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른바 ‘도시 광산’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도시 광산은 공장에서 배출되는 산업 폐기물과 버려진 폐휴대폰, 폐자동차 등에서 희토류와 구리, 아연 등 금속광물을 추출하는 작업이다.

각국이 첨단산업과 친환경 녹색 산업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수록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희토류를 둘러싼 글로벌 자원 전쟁이 더욱 치열하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희토류를 풍부하게 보유한 중국이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것이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